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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2023-021. 화엄사 천연기념물 매화 - 길상암 들매화 (2023.03.18.)

 

 

 

 

 

 

 

 

 

 

 

021.  화엄사 길상암 들매화

 

 

구례 화엄사의 매화로는

각황전 옆의 <홍매화(흑매)>가 워낙 유명하지만

천연기념물 485호로 지정된 귀한 매화가 큰절 위쪽의 암자,

길상암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4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다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들매화, 강릉 오죽헌 율곡매 등

매화 4곳을  200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문화재청에서 보존관리하고 있다

 

화엄사 길상암 <야매>는

산청 단속사지 들판의 <원리 야매>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자란 산속의 대나무 숲 비탈길에 비스듬히 선

500살이 넘은 야생의 들매화이다

 

우리가 심어 가꾸는 매화의 대부분은

보통 접붙임으로 번식을 시키지만, 길상암의 <야매>는

사람이나 동물이 매실을 먹고 버린 씨앗이 싹이 터서 자란

속칭 들매화(야매野梅)로 알려져 있다

이런 들매화는 꽃잎과 열매가 재배 매화보다는 작지만

꽃향기는 오히려 더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무 높이는 7.8m,  수관 폭은 동서 방향으로 7.7m이다

줄기는 지상 약 60㎝ 정도 높이에서 분지한 후 1.5m 높이에서 다시 연접되어

남쪽의 대나무숲 경사지에서 거의 수직으로 생장했다

원래 4그루가 있었으나 그 중에서 3그루는 죽고

이제 한 그루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450여 년전 부용 영관대사가

화엄사 주지로 계실 때 순백의 아름다운 이 들매화에 반해서

'나와 네가 다르지 않구나!'라고 감탄한 후

이 들매화 이름을 <부용매>라고 불렀다고 한다

 

 

 

 

 

 

길상암 가는 입구의 구층암

 

 

 

 

 

 

 

 

 

 

 

 

 

 

 

 

 

 

 

 

 

 

화엄사 길상암

 

 

화엄사 본절 뒷편의 산속에 조그마한 암자,

길상암이 있다

모과나무 기둥으로 유명한 구층암을 지나서

운치 있는 대나무숲을 지나면 호젓한 길상암이 나온다

 

양지 바른 길상암 툇마루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봄꽃이 만발한 연못과 들매화를 보고있으면

관광객으로 항상 붐비는 큰절이 속세이고

이곳,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길상암이 진정한 절간이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었던 곳이 내 기억속의

길상암이었었다

 

3년만에 길상암을 다시 찾았더니

요사채를 새로 증축하고 없던 담장까지 높게 쌓아 놓고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 한다는 팻말을 세워 놓았다

모처럼 길상암 들매화가 활짝 핀 모습을 보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었는데

깊은 산속 암자까지 스며든 야박한 인심을 탓하며

미련없이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