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와 건축 _ 영화로 읽는 소설 속 도시와 건축 <내 아저씨(Mon Oncle)>
2022.09.27. 10:4611 읽음
<내 아저씨(My Uncle[Mon Oncle])>는 1958년에 발표된, 자끄 따띠가 만들고 주연을 한 프랑스판 코미디 영화다. 자끄 따띠, 장-피에르 졸라, 아드리안느 세르반티와 기타 주요 배우가 등장한다. <내 아저씨>는 이 연재물의 다른 영화와는 달리 문학작품에 바탕을 두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만을 선정한 프랑스 영화로 택했다. 영화의 특징은 한 도시 속 두 도시 이야기로, 당시로서는 아주 획기적인 첨단 주택 ‘빌라 아흐뻴’을 구시가지의 오래된 중층 다세대주택과 함께 선보임으로써, 서로 이웃하는 구도심과 신흥 개발지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아흐뻴 부부는 유유자적하는 윌로 씨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윌로 씨의 누이인 아흐뻴 부인은 그를 남편이 사장으로 있는 플라스틱 호스 공장 쁠라스탁(Plastac)에 자리를 마련해 삶에 적응하게 해 주려 하나 윌로 씨는 엉뚱한 행동을 하며 계속해서 크고 작은 소동을 일으킨다. 결국 그 도시를 떠나게 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윌로 씨는 비현실적이지만 9살짜리 조카 제라르 아흐뻴에게는 꿈같은, 사랑받는 삼촌이다. 그는 오래된 옛 도심의 낡은 집에 살며 도보나 벨로솔렉스(VéloSoleX) 모터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니 누이 내외에게는 유유자적하는 것으로 비친다. 반면 아흐뻴 부부의 삶의 근간엔 눈에 띄는, 즉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우선으로 자리한다. 일정대로 움직이는 삶, 틀에 박힌 남편과 아내의 역할, 많은 것을 소유하고 그것을 누리는 지위, 정원 중앙에 있는 조형 물고기 분수처럼 눈에 띄는 것들….
프랑스판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자끄 따띠(1907~1982)의 영화에 앞서 참고로 그보다 앞 세대의 유럽 코미디 배우를 살펴보자. 주변 국가에서 활동하던 선대 영화인으로는 독일 바이에른의 카를 팔렌틴과 영국의 찰리 채플린을 빼놓을 수 없다. 카를 팔렌틴(Karl Valentin, 1882~1948)은 코미디, 광대이자 영화제작자이나 카바레티어(cabaret performer 만능 예능인)로 더 알려져 있다. 대영 제국 훈장 2등급(KBE)을 수상한 찰리 채플린(Sir Charles Spencer ‘Charlie’ Chaplin, 1889~1977)은 무성영화 시대에 크게 활약한 인물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자끄 따띠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코미디 필름 제작자로 아버지는 러시아인이고 어머니는 네덜란드인이며 프랑스 이블린주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생을 마쳤다.
<내 아저씨>는 자끄 따띠가 총천연색으로 만든 첫 필름이자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무슈 윌로(Monsieur Hulot, 윌로 씨)는 한편으론 우스꽝스럽게 보이나 순수한 사람이다. 그는 당대(전쟁 후) 프랑스인들의 현대화에 대한 열망과 팽배해 가는 소비 중심 문화와 소리 없는 투쟁을 한다. 윌로 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존의 마을과 이웃하는 개발된 신 주거의 삶에 대한 이야기 <내 아저씨>는 그 해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아카데미상 외국어부문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을 뿐 아니라 단번에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내 아저씨>에는 사실상 영화의 주인공 격인 서로 이웃하는 구도심과 신흥 개발지라는 두 개의 대조적인 도시 풍경과 그 안에 있는 두 종류의 판이한 주택이 등장한다. 두 개의 대조적인 주택은 하나는 가상 마을인 파리 외곽에 전 자동 시스템(home automation)으로 된 만능 주택 ‘빌라 아흐뻴’인데, 화가 자끄 라그랑주(Jacques Lagrange, 1917~1995)의 디자인과 앙리 슈미뜨(Henri Schmitt)의 첨단 가구·집기디자인으로 당대를 반영한 아주 모던한 단층 고급 주택이다. 다른 하나는 윌로 씨가 꼭대기층(펜트하우스)에 사는 중층 다세대주택이다. 자끄 라그랑쥬는 1953년부터 1982년 자끄 따띠가 폐색전증(肺塞栓症:혈관을 타고 흐르는 색전[emboli]이 폐동맥을 막아서 생기는 질환)으로 사망할 때까지 영화 세트를 함께 만들었다.
‘빌라 아흐뻴’은 윌로 씨가 사는 옛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파리의 가상 신 주거지에 위치한 초현대적인 기하학적 주택과 정원으로 조성된 집이다. 아흐뻴 부인은 중요한 방문자라고 여기면 조형물 물고기 입에서 물이 솟구치는 분수를 튼다. ‘빌라 아흐뻴’의 각 요소는 기능보다는 볼거리로 설계되어 거주자의 편안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거나 편안함이 아예 부재한다. 불편하게 놓인 디딤돌, 바로 앉기 어려운 의자들, 귀에 거슬릴 정도로 시끄러운 가전제품으로 가득 찬 주방에 이르기까지 ‘빌라 아흐뻴’은 모양(디자인)만을 추구하는 사회를 나타낸다. 마치 선물상자 같은 집 앞에 조성된 퍼즐 풀밭과 채색된 디딤돌이 있는 정원 그 자체를 누리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삶으로 조명된다. 건물 측면의 원형 창문은 때로는 눈동자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자동 개폐장치를 장착한 차고 문, 기능이 뒤죽박죽이며 소음이 유발되는 장치와 가전제품은 아이러니한 첨단을 보여준다.
당시 촬영 세트는 1956년 니스 빅토린느 스튜디오(Les studios Riviera/le studios de la Victorine)에 설치했다가 촬영이 끝나자 멸실했다고 한다. 그 후 2009년 자끄 따띠에게 헌정된 전시회 ‘자끄 따띠: 되 땅, 트로아 무브망(두 번, 3개의 악장)’이 시네마테크 프랑세(Cinémathèque française)에서 열렸을 때 소개되었고, 성 꺄뜨르에서 재현 전시되었다. 성 꺄뜨르(Cent Quatre, 104, LE CENTQUATRE-PARIS[http://www.104.fr])란 2008년 11월 개관한 파리의 공공복합문화공간인데, 시(市) 장례장(1870년 착공, 1874년 개관)이 있던 곳이다. 지번이 ‘파리 19구 뤼 듀베르비유 104번지’라서 이 문화공간을 104로 명명했다. 소장 예술로는 현대미술, 조각, 회화, 그래픽아트, 사진, 뉴 미디어 필름 건축 디자인이다. 상설전시로 알고 몇 년 전 파리 출장 당시 찾아갔더니 그때 전시 후 철거했다고 해서 너무 아쉬웠다.
그 후 201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프랑스관에서 이 ‘빌라 아흐뻴’이 재조명되었다. 201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제14회 국제 건축 전시회)를 되돌아보자. 주제는 ‘기본사항(The fundamentals)’이었고 렘 콜하스(Rem Koolhaas, 1944~ )가 총감독이었다. 여러 번의 건축 비엔날레가 동시대를 기념하는 데 집중했다면, 여기서는 ‘기본사항’이라는 주제로 역사를 살펴보고, 건축이 현재 상황에서 자신을 찾는 방식을 재구성하고 미래에 대해 추측했다. 이는 3개의 연동 전시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① 주제관–‘건축 요소들(Elements of Architecture in the Central Pavilion)’, ② 아스날 관-‘몬디탈리아(Monditalia in the Arsenale)’, ③ 각 국가 전시관–‘현대성 흡수: 1914-2014(Absorbing Modernity: 1914-2014 in the National Pavilion)’로 구분되었다. 이 전시는 건축 분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했다.
프랑스의 아키텍트이자 건축역사학자인 장-루이 코언(Jean-Louis Cohen, 1949~ )의 프랑스 관 (Paris Pavilion)은 ‘현대성: 약속 또는 위협?(Modernity: promise or threat/menace?)’이 큰 주제였다. 이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각각 전시했는데 ‘빌라 아흐뻴’이 그 중 하나였다. ① 자끄 따띠와 빌라 아흐뻴: 욕망의 대상인가 터무니없는 기계인가?, ② 장 프루베(Jean Prouvé): 건설적인 상상인가 유토피아인가?, ③ 중량 프리훼브(Prefabrication) 패널: 척도의 경제성인가 단조로움인가?, ④ 그랑 앙상블: 치유의 헤테로토피아인가, 아니면 은둔의 장소인가?
장-루이 코언은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렘 콜하스의 제안대로 현대성을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성에 영감을 주어 다양한 기대, 약속,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위협을 제공했다.”라고 했다. 이 특별 언급에 대한 인터뷰는 오로지 진보와 웰빙으로만 이루어진 현대성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본다.
참고로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소주제를 간략히 살펴보자.
① 자끄 따띠와 빌라 아흐뻴: 욕망의 대상인가 터무니 없는 기계인가?
‘빌라 아흐뻴’에 초점을 맞춘 이 전시는 기계로 만든 삶의 약속과 때로는 어리석은 결과 사이의 긴장을 본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려 노력한다. 빌라 아흐뻴은 행복한 가정생활에 기여하기보다, 사용자를 조종하므로 마치 현대 단독 주택에 대한 프랑스인의 거부감을 위로하는 것처럼 보인다.
② 장 프루베: 건설적인 상상인가 유토피아인가?
작가가 오랫동안 실험한 경량 금속 정면의 일부 재현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그가 생각한 가벼운 구조물의 전체 범위를 개발하지 못했던 설계 및 구성 요소에 영향을 미치지만, 스스로 터득한 아키텍트이자 엔지니어이며 금속 장인인 장 프루베(1901~1984)의 삶을 연구한다.
③ 중량 프리훼브 패널: 척도의 경제성인가 단조로움인가?
시테 드 라 뮤에뜨(La Cite de la Muett)8)와 유사한 르 아브르(Le Havre)9)재건을 위해 엔지니어 레이놀드 까뮤(Reynold Camus)가 디자인한 조립식 프리훼브 패널10)을 보여준다. 전후 프랑스는 많은 다른 나라에서처럼 국가에서 주도하는 프리훼브 조립 기술을 채택하여 값싼 고품질의 건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르 코르뷔지에의 “산업을 이어받는 산업” 계획이 “매우 단조로운 풍경”을 낳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렴한 건설을 향한 유토피아적인 추진력을 형성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④ 그랑 앙상블: 치유의 헤테로토피아(다른 장소)인가, 아니면 은둔의 장소인가?
스페인 카탈루냐의 호세 루이 세르(José Luis Sert, 1902~1983)는 1942년 유진 보두앙(Eugène Beaudouin, 1898~1983)과 마르셀 로즈(Marcel Lods, 1891~1978)의 드랑시(Drancy)주택 계획을 전후 주택의 프로토 타입으로 설정했다. 이 비극적인 변화는 도시 외부와 도시에 반대하여 건설되고 현재 재조직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모호성을 반영한다.
윌로 씨는 오래된 마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광장 옆에 있는 중층 주거건물 (다세대 주택)의 꼭대기 층에 산다. 구겨진 중절모, 헐렁한 코트, 우산, 파이프, 모든 게 윌로 씨의 캐릭터다. 그는 뒷모습으로 등장하고 엉성한 포즈로 서서 신문을 읽는데, 야채가게에서 포장지로 쓰려고 벽에 걸어둔 날짜 지난 신문이다. 윌로 씨가 층층이 미로처럼 꼬불꼬불 얽힌 통로를 지나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자기 방에 이르는 긴 여행을 하는 장면은 전자동 주택이 불편한 것과는 다른, 적어도 불편이 편리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 그런 불편함이다. 윌로 씨가 창문 유리의 반사를 이용해 아래층의 카나리아를 울게 하는 장면을 보면 집과 인간이 서로 활용하면서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하나 괄목할 만한 것은 배경음악이다. 프랑스와 바르첼리니의 이 중독성 강한 곡은 성 꺄뜨르 전시회를 배경화면으로 두고 음악에 일본가사를 입혀 일본에서는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같은 제목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 <보꾸 노 오지상(ぼくのおじさん, 2016)>도 있고 한국에서는 ‘나의 아저씨(2018)’라는 제목의 드라마도 있었다.
다음 호는 구로자와 아키라(黒澤明 1910~1998)의 1957년 개봉 영화 <구모노수 죠-거미집城-(蜘蛛巢城 くものすじょう; The Throne of Blood)>를 다룬다.
글. 조인숙 Cho, In-Souk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조인숙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1986~ 현재)
·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졸업(공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수료(건축학 석사/건축학 박사)
· 건축학 박사논문(역사·이론 분야): 한국 불교 삼보사찰의 지속가능한 보전에 관한 연구
· 독일 뮌헨대학교(LMU) 및 뮌헨공대(TUM) 수학(교환장학생)
choinsouk@naver.com
구성_대한건축사협회 편집출판국
@월간 건축사 2022년 8월호 / vol.640 / kiramonth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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