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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책 이야기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을 읽고 -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2022. 11.)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을 읽고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혔다는 <삼국지>첫 페이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세상에는 영원한 전쟁도, 그리고 영원한 평화도 없다!”

또한, 시오노 나나미는 <십자군 전쟁>에서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인간은 모든 문제가 너무 얽혀서 도저히 해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때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전쟁을 선택한다.’

 

<삼국지><십자군 전쟁>의 혼란스럽던 시대로부터

수십 세기가 흘러서 첨단 21세기의 지금 인류는

인권과 평등, 물질문명 등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과 성장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전쟁의 위험으로부터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오늘날 지구의 안타까운 현실이고 아울러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전쟁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고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어마 무시한 재앙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그 전쟁의 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설마?’라는 대책 없는 희망 사항만으로 애써 외면해 온 것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의 정서라고 할 수 있다

 

(가칭)봉하독서회의 제2차 주제토론 도서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을 통보받았다

전쟁에 대해서 다루는 정치철학이라는 다소 무겁고, 생소하기도 한 주제이지만

이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더 이상 피하기도 힘든 시의적절한 주제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정치철학자 시각으로 이진우 교수가 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은 우크라이나전쟁의 발발원인을 살펴보고

종전 이후의 예상되는 세계 질서와 판도 변화를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2022년 벽두에 발생한 코로나 이후의 가장 큰 이슈인 우크라이나전쟁을

출판사는 책소개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숙고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전쟁과 평화에 관한 근본적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전쟁이 평화를 가져오는가? 전쟁할 능력이 없는 국가는 멸망할 수밖에 없는가?

저자는 투키디데스, 플라톤, 마키아벨리, 칸트, 헤겔, 클라우제비츠 등 위대한 사상가들의 사유를 곱씹으며

이 질문들을 탐구한다.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이들의 사상에는 인간의 보편적 문제로서 전쟁과 평화를 깊이 성찰하여

당대의 군사적·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지혜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이진우 교수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해보면 이렇다

 

우리가 전쟁을 다시 생각하는 것은 평화를 위해서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배제하면 오히려 평화가 파괴된다.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찾아온 우크라이나전쟁은 우리를 오랜 평화의 미몽으로부터 깨워놓았다.

영구평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은 전쟁 사이에 잠시 찾아온 오랜 평화가 빚어놓은 착각이었다

 

이진우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숱한 정치철학자들을 책 속으로 소환했다

투키디데스, 플라톤에서부터 노엄 촘스키까지 50여명의 철학가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반 이상은 이름도 처음 들어보지만,

일부 아는 철학가를 뜻밖에 이 책에서 만날 때는 반갑기도 하였다

특히, 트로이전쟁의 백미, ‘트로이목마의 비사를 덤으로 깨우치게 된 것은

책읽기의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에, 처음으로 접한 철학가의 이론들은 기초지식 부족으로 그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지만,

해퍼드 맥킨더 교수의 <심장지대 이론>과 존 스파이크먼의 <주변지대 이론>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와 결부되어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터진 이후로 나는, 줄곧 우크라이나를 응원했었지만

한 가지 딜레마가 있었다

지금처럼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결사항전을 해야하는가?

아니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이제라도 항복해야하는가?

계속 결사항전을 선택한다면 무엇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해야하는가?

국가의 자존감, 도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러시아의 독재자 푸틴의 기습 침공에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는

결코 항복하지 않고 결사항전하고 있다

모두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일주일도 못 버틸 거라고 예상했지만,

치욕스러운 굴종보다는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한 젤렌스키의 초인적인 용기와 지도력으로

지금까지 훌륭하게 조국을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워낙 중과부적이다 보니 바람 앞의 등불처럼 항상 위태로운 상황이다

만약에, 젤렌스키가 엄청난 사상자와 희생을 치르고서도 푸틴에게 결국 패배한다면

죽음을 불사하고 항거했던 의로운 투쟁과 불굴의 용기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만용으로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전쟁의 결과에 따라서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무능하고 어리석은 대통령으로 낙인이 찍히고 나라를 망친 지도자로

역사에 길이 남을 우려도 있다

 

대부분의 지도자는 진퇴양난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항상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책임 또한 감수해야 하는데

젤렌스키의 그 고독한 투쟁과 나의 딜레마를 해소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대목을

나는 이 책(p190~p192)에서 발견했다

 

우리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왜 최후까지 싸워야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첫째, 부당하게 침공한 국가에 맞서 최후까지 싸우는 것은 도덕적으로 중요한 목적에 기여한다......

둘째, 항전이 많은 생명의 희생을 요구하더라도 많은 국민이 항전을 요구하거나 지지할 수 있다......

셋째, 결사항전은 생명보다 더 중요한 도덕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단순한 생존에 내몰린 삶이 동물적 삶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품위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생명까지 불사한다.

여기서 중요한 가치는 자존감(Self-respect)’이다......

러시아의 압제에 굴복한다는 전망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존심과 자기 존중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면

항전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2월에 발생한 우크라이나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수도 키이우 등을 잘 지켜낸 우크라이나는 이제 반격에 나서

전쟁 초기에 빼앗겼던 국토를 착실하게 수복하고 있다.

이에 궁지에 몰린 푸틴은 핵무기 사용을 운운하면서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은 냉혹한 스승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전쟁으로부터 교훈이나 깨우치지 못한다면

우리 한반도에 불행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아무런 예측도, 대비도 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소련과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더욱더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푸틴이 구소련의 영광재현을 기치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도 패도적 중화주의를 주창하며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 나라들을 정치적으로 복속시켜야한다는 야심을

오래전부터 키워 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에게도 동북공정(東北工程)이다 뭐다 역사 왜곡을 하면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 정권이었다고 망언을 일삼고 있다

하물며, 시진핑이 트럼프를 만났을 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는 말을 대놓고 했다고도 한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유유자적해서는 결코 안

되는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정리하면, 칸트는 인간은 동물이기에 전쟁을 하고

반면에, 이성적이어서 평화를 추구한다라고 간파했고,

로마 격언에서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전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유비무환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덮으면서 드는

약간 비장한 심정이다

 

일주일이면 충분하다던 우크라이나전쟁이 1년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푸틴의 패권주의 전쟁의 결과는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것만은 서서히 분명해지는 것 같다

향후 전쟁의 결과에 상관없이,

젤렌스키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싸운 영웅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고,

다윗과 골리앗 같은 전쟁을 도발한 탐욕스런 푸틴은

'망령난 찌질이'로 기억될 것이다라는 후세의 평가는

의심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2022. 11. 30.

 

 

 

 

*  (가칭)봉하독서회 제3차주제토론 도서 안내 : 김훈의 <하얼빈>

 

 

 

 

 

 

김해 화포천 (2021.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