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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게시판

경남 도립미술관 -《 Onlife & 박봉기: 두 번의 산책 》 (2022.06.12.)

 

 

 

 

 

 

 

 

 

 

 

 

 

 

 

2022 동시대미술기획전 《온라이프 Onlife》

  • 전시 기간2022-04-08 ~ 2022-06-26
  • 전시 장소도립미술관 1, 2층 전시실

 

 

팬데믹 재난은 지구의 시계를 멈추게 했고 인류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생존이 달린 극심한 상황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개인과 사회, 국가, 인류에 미친 동시적 위기는 우리가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예상케 한다. 그렇다면 새롭게 대두될 미래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감염병의 확산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는데, 특히 물리적 이동의 제약과 함께 여럿이 한 공간에 머물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원격강의, 줌, 웹엑스, 팀즈는 어린 학생부터 기업의 임원에게까지 일상으로 스며들었고 ‘언택트(Untact)’에서 ‘온택트(Ontact)’로의 전환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어디서나 상시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는 우리가 온라인의 가상 세계에서 계속해서 연결된 삶을 살게 하고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흩트린다.

 

‘온라이프 Onlife’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가 점점 희미해져 결국 두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고 하나의 통합된 세계가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탈리아 철학자 루치아노 플로리디(Luciano Floridi)가 처음 언급했다. 실재와 가상이 유연하게 중첩되어 우리의 환경으로 자리잡아가는 현시대를 함축하는 용어로, 디지털 영역과 물리적 영역의 융합을 의미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담고 있다.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존재하는 가상의 세상은 언젠가 현실의 대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기술이 인류의 재난과 맞물려 급속하게 전파됨에 따라 인간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이미 인간을 둘러싼 여러 영역에서 경계의 해체가 진행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서양 근대 철학의 핵심인 인간 중심주의를 탈피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과 미래를 준비하며 가져야할 의식과 태도 등을 미술작품을 통해 사유하기를 바란다.

 

전시는 기술에 대한 비관적 또는 낙관적 판단을 도출하지 않는다. 다만 시대상을 읽는 여러 새로운 감각과 관점, 실험을 제시함으로써 기술의 발달이 일으키는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며, 새로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선택하고 변화시켜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참여 작품은 현시대의 기술적 변화와 현상을 적극 받아들여 이를 소재로 삼고 실험하는 동시대 미술작가 7명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인간 정체성과 신체의 문제, 기술의 한계 그리고 인간, 기계, 자연과의 관계와 위치, 비인간 존재들과의 공존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새롭게 다가올 세상을 유익하게 열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2 경남작가조명전 《박봉기: 두 번의 산책》

  • 전시 기간2022-04-08 ~ 2022-06-26
  • 전시 장소경남도립미술관 3층 전시실 & 앞마당

2022 경남작가조명전 박봉기: 두 번의 산책 2022 G MASTER 《Park Bonggi: Once More》

 

 

 

자연과 우리는 어떤 관계일까? 이 관계는 진정 마땅하게 이뤄져 왔던 것일까?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위해 맺어졌을까?

나아가 우리는, 주변 모든 대상으로부터 무엇을 보고자 했을까? 또 무엇을 얻고자 했던 것일까? 이 관계가 과연 올바르다 말할 수 있을까? 온갖 위기가 들끓는 현시대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까? 더불어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2 경남작가조명전 《박봉기: 두 번의 산책》은 경남을 기반으로 국내외를 넘나들며, 35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 박봉기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질문들은 박봉기의 예술을 통해 우리가 사유해야 할 다양한 주제들을 제안하고 있다. 팬데믹과 기후위기, 다양한 생태적 이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현 상황들 아래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의 과제들을 예술로써 다시금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 박봉기는 자연과 뗄 수 없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연 공간에서, 자연을 재료로, 자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어떤 말을 전하고 있을까? 또한 지금, 가공의 장소 미술관에서 우리는 과연 무슨 메시지를 읽어야 하는 것일까? 실제로 작가의 20여 년간의 작업들은 주로 바깥에서, 자연친화적 공간 속에서 이뤄져 왔다. 이러한 야외에서 어울림의 조형으로 제작된 작가의 작품들은, 또 다른 자연 공간으로 자리하며 다양한 관객의 조용한 쉼터로서 작용했다. 작가는 이러한 조형들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배우고 경험했던 자연의 위안과 정서적 휴식의 상황을 다시금 선사하고자 한다. <호흡>이라는 작품명은 작가의 주요한 메시지가 되었다. 생을 위한 근본적 활동인 신체의 기능적 호흡(그것은 분명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이와 더불어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 모든 대상(나 자신과 타인, 자연을 포함한 비-인간의 모든 대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호흡은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더더욱 요구되는 삶의 태도임에 틀림이 없다.

 

전시명 ‘두 번의 산책’은 다양한 의미로써 기능한다. 작가의 작품은 주로 신체적 감각을 통해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 주는데, 이를 편안하게 산책하듯 체험하고 사유해 보는 것이다. 관객은 모든 감각, 즉 보고 만지고 직접 그 속을 걸어보며 얻는 다양한 감각들을 통해 첫 번째 산책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조금 전 감각 했던 작품의 재료, 형태, 공간의 분위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사유의 산책(두 번째 산책)을 유도하게 된다.

한편 이번 전시는 두 축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미술관 내외에서는 건축적 조형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관객은 이렇듯 도심으로 초대된 작가의 작품을 각자의 감각으로 경험하며, 첫 번째 산책을 하게 된다. 이어진 전시의 후반부에서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작가의 장소특정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는 각각의 장소를 직접 방문할 수 없었던 관객에게, 상상의 자연 속에서 또 다른 산책을 경험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관객은 이러한 두 축의 작품과 전시 구성을 통해 작가의 작품을 새롭게 경험하며, 그 의미를 보다 다층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주변 대상들과 맺어온 수많은 관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생태주의적 삶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1907~1964)의 저서 『침묵의 봄』(1962)은 과학기술의 남용으로 인해 봄이 오더라도, 꽃은 보이지 않고, 새소리가 들리지 않을 미래에 대해 경고하였다. 이는 곧 전 세계인에게 환경 문제의 위기를 쉽고 빠르게, 보다 깊고 생생하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대대적인 환경 운동을 촉발시켰다. 당시 다양한 보도를 통해 전해진 수많은 환경 위기의 알림들 사이에서, 한 생물학자가 쓴 조용한 문학의 울림은 예술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지금, 그로부터 60년이 흘렀다. 온갖 상황들이 난무하는 위기의 시대 아래에서 여전히 풀어야 할 수많은 과제들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떠한 태도로써 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인가? 아래 시구절로 그의 답을 대신하고자 한다.

 

함께 머물고

꽃을 배우며

가벼이 떠나라

 

– 게리 스나이더 ‘아이들을 위하여’ 중에서

 

공생과 순환: 장소와 매체

박봉기의 예술은 ‘공생을 위한 장소’와 ‘순환을 따르는 자연(친화적) 매체’에서 출발한다. 이는 작가의 생태주의적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가는 먼저 주어진 장소를 충분히 탐색한 후, 그와 어울림이 있는 매체와 조형을 구상하며 작업한다. 이때 작가는 자연과 도시의 구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우리를 포함한 세상 만물은 그 모두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내부의 어울림을 고민할 때, 대자연에서 축적된 생성과 소멸의 순환과정을 거스르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주로 쓰러진(죽은) 나무, 돌, 흙, 볏짚 또는 문명에 의해 버려진 것들에 관심을 갖고 각각의 물성과 그것이 가진 시간성을 탐색해 재료를 고르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재사용 가능한 가공 나무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선택된 재료의 작품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소멸할 때까지 남겨 두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작가의 생태주의적 예술실천은 그의 주요한 메시지를 대변한다. 이번 전시 공간 역시 작가의 예술실천과 그 의미를 함께했다. 기존 전시 가벽을 최대한 활용하며,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주목하여 구성하였다.

 

예술노동: 작업방식

작가는 주로 극도의 노동집약적인 방식을 의도적으로 선택하여 작업한다. 이러한 특징은 현대사회의 고도로 기술화된 상황을 비틀어 내고 있다. 즉, 작가가 천착하는 노동의 순간들을 통해 최저시간 최대이윤이라는 자본의 논리 속에서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하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매체를 다룰 때 자신의 신체와 자연의 직접적인 만남을 우선으로 한다. 자연 재료를 만지고, 다듬고, 쌓거나 엮으며 접촉한 직접적인 경험들을 통해, 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그 가치를 형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매체와 소통하는 주된 방식으로, 자연 매체를 그저 무의미한 혹은 생명이 꺼져버린, 이용가치만으로 함께하는 타자로서 인식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때론 과거 농사일의 품앗이처럼 주변 작가, 혹은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하며 그 의미를 더해오고 있다. 이는 예술이 오직 결과(작품)만을 절대적인 무엇으로 상정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 노력하며 흘린 땀과 정성, 다양한 소통의 과정으로 이뤄낸 박봉기의 예술은, 그렇게 말없이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관계, 어울림: 조형적 특징

박봉기 작품들의 조형성은 곧 맥락의 어울림으로 압축된다. 매체와 작업방식, 작품의 형태와 설치, 공간과의 구성, 그것을 통한 감상까지. 이렇듯 다양한 과정을 통해 응축된 메시지는 결국, 그 모든 관계의 어울림인 것이다. 이는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통해 경험하고 배운 것에서 비롯되었고, 작가는 그것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한다. 작품은 주로 공간을 포함한 설치 형태의 건축적 조형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구성하는 주변 환경은 작품의 일부가 되어 평온한 어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서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는 순간, 그 구조의 내부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어울림이 만들어지는 순간, 비로소 작품의 의미가 완성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쉼터로써 제안한다. 지친 현대인들의, 놀이터가 필요한 어린이들의, 거처를 잃어버린 동물들의, 벌목으로 인해 둥지만 남아버린 나무뿌리와 주변 식물들의, 나아가 그 장소가 품은 수많은 무생물의 대상들까지. 이 모든 관계의 어울림이 우리 삶에 늘 함께하길 바라며, 나아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으로 작용하길 제안한다.

 

감각과 사유, 그리고 소통: 감상

작가가 제시한 두 축의 작품들, 전시 구성을 통한 두 번의 감상 방식은 그들 중 무엇이 우월하고 열등한가의 문제를 넘어 수많은 의미와 질문들을 던져준다. 관객은 먼저 자신의 신체를 매개로 작품에 접촉하며, ‘감각’을 통한 ‘사유’를 경험하게 된다. 작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몸을 움직여 경험하는 등 자신의 여러 감각기관에 보다 더 집중함으로써 대상과 더욱 밀도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작가의 작업 방식처럼 대상과 신체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인해 그것이 주는 의미와 가치를 더욱 깊숙이 체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반면 사진과 영상으로 제시된 자연 현장의 작품들은 주변 풍경의 다채로운 형태와 색감들을 품고 있다. 이를 마주한 관객은 작품에 어우러진 대자연을 함께 바라보며 그 의미를 사유하게 된다. 작품 자체에 집중하는 감상을 넘어, 그와 어우러진 자연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다양한 가치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전시의 말미에는 관람을 마친 관객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였다. 관객은 이를 통해 조금 전까지 경험했던 자신만의 감상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그 의미와 가치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모든 순간들이 ‘함께 머물고, 꽃을 배우며, 가벼이 떠날 수 있는’ 마음가짐의 계기로써 작용하길 바란다.

(이상 글 출처 :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