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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현대건축 이야기

건축기행-32 신안 압해읍복지회관 (2021.01.)

 

 

 

 

 

 

 

[ 압해읍 복지회관 ]

 

 

 신안군의 <압해읍 복지회관>2016년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은 국토교통부가 공공건축 수준이 국가의 건축·도시문화를 결정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우수한 공공건축물을 조성하거나 개선하는데 힘쓴 발주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압해읍 복지회관>은 농어촌 지역이라는 어려운 여건 아래 복지시설 건축에서 기초적 복지서비스 공급을 넘어 건축적 가치 구현까지를 의도한 적극적 기획과 실행 노력을 경주한 발주기관과 담당자의 노력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한편, 농지와 바다가 펼쳐진 부지에서 형태적으로 이질적이지만 정온하고 질박한 건축물을 구현한 설계도 우수한 성과로 평가 받았다.

 

 

위 치

전남 신안군 압해읍 학교리 588-7

 

건축가

설계>건축 >유현준

감리>건축 >정종현

 

조 직

설계>건축 >()유현준건축사사무소

감리>건축 >하하 건축사사무소

발주>조직 >신안군 교육복지과

시공>건축 >증산건설()

 

수상현황

2016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 국토교통부장관상

 

용 도 : 1종근린생활 시설 제2종근린생활 시설 노유자시설

대지면적 : 5554 m2

지상층수 : 3

건축면적 : 604.07 m2

구조 : 철근콘크리트

연면적 : 1436.47 m2

 

[사업 배경 및 목적]

 

o 신안군은 2개의 읍과 12개의 면으로 구성된 섬으로 이루어진 도서지역임

o 신안군은 1969년 무안군에서 신안군으로 분군(分郡)된 이후 목포시에 위치하였으나 2011년 압해면에 청사를 건립 이전하였다.

o 지리적인 여건으로 타 지자체와는 다르게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2006년부터 시작하여 각 읍면에 1개의 복지회관을 건립운영 중으로 현재 11개소의 복지회관이 완료되었으며 금번 압해읍 복지회관이 완료됨

o 고령화와 노인인구증가로 인한 욕구에 대한 충족과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편안하게 휴식을 만끽할 수 있도록 건립하게 됨

o 신안군 압해읍사무소로 승격함에 압해읍 소재지 중심지에 건립하게 됨

o 지역주민이 가장 많이 찾고 편안하게 다녀갈 수 있는 중심지에 건립

 

[사업의 특성]

 

o 이 지역은 바다와 인접하여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검토를 수차례 의견 수렴을 거쳐 자연친화적인 자재를 최대한 이용하여 건축함은 물론

o 층별 용도를 주민들의 사용목적에 적합하게 배치하고자 단지의 높이차를 이용하여 상부도로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목욕장을 두었고 하부도로에서 진입할 수 있는 무료식당과 대회의실을 배치하였음.

o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무실은 3층에 둠으로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에 최대한 반영하여 지역주민들과의 공감대가 적극 형성된 상태로 매우 만족하는 실정이었음.

o 토지매입과정에서 인근 목포시와 신안군이 2008년도 압해대교 개통으로 지가상승으로 인하여 부지매입에 어려움에 많았으나 담당자의 부단한 설득력으로 승낙을 받을 수 있어 공사착공에 원활하게 추진되었으며,

o 열악한 지방재정에도 불구하고 예산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군 의회, 집행부, 지역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약 27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공사를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해결 공사추진에 원활을 기하게 되었음.

 

 

 

 

 

 

 

 

신안군의 압해읍종합복지관은

특별한 땅에 지어지는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우선 나로서는 생애 처음으로 섬에 짓는 건물이었다.

둘째로 이 건물의 주요 프로그램은 마을의 어르신들이 사용할 목욕탕과 식당이었다.

현재 어촌에는 주로 나이 드신 분들만 남아 계시는데

이분들은 편안한 목욕시설이 없는 집에서 살고 계신다.

그래서 마을에는 공중목욕탕이 필요했고 이들에게 중심 커뮤니티 공간이 될 예정이었다.

마치 로마시대 카라칼라 목욕탕처럼

압해도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공간이 될 것이었다.

 

몇 년 전 공주시 마을회관을 설계하면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도시에서 온 필자에게 파랗게 모가 올라와 있는 논은

마치 아름답게 정리된 잔디밭처럼 보였다.

계절별로 변화하는 논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마을회관을 설계할 때

논을 향해서 큰 창문을 넣은 디자인을 했다.

준공 후 6개월 뒤에 다시 찾아가 보니 그 큰 창문에 우윳빛 필름지가 발라져 있었다.

이유인즉 농부인 사용자들에게는 그 논이 일터로 보여서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어서 가렸다는 것이다.

 

그때의 교훈을 떠올리며

압해읍 종합복지관을 지을 때는 주변의 경관이 아름다웠지만

그들의 일터인 경관을 조망하는 쪽으로 디자인을 하지 않고

중정을 향해서 내향적으로 공간 구성을 하였다.

이 공간에 빛이 잘 들게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셋백을 시켜서 중정을 키웠다.

항상 물에 둘러싸여 있는 섬 주민을 위해서

이번에는 반대로 물을 둘러싸고 모일 수 있도록 빈 중정에는 물을 담았다.

이 종합복지관에서 섬 주민들은 물을 중심으로 모여서 일터를 바라보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다. - 글 유현준

 

 

 

 

 

 

 

 

 

 

 

지난 2012년 개봉된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는

독특한 장면이 등장한다.

() 정기용 건축가(1945~2011)가 자신이 설계한 무주군의 공중목욕탕에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이다.

마을 주민들이 목욕탕을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직접 몸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도 그럴것이 공중목욕탕은 주민들의 숙원 가운데 하나였다.

무주군이 안성면에 마을 회관 건립을 추진하자

이왕이면 목욕탕으로 지어달라고 해서 건립됐다.

사람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한 그의 건축 철학 덕분일까.

무주 공중목욕탕은 2001년 개관 이후 주민들의 일상과 뗄 수 없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신안군에도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중목욕탕이 성업(?)중이다.

압해읍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압해읍 종합복지회관

(이하 압해읍 복지회관·신안군 압해읍 학교리 588-7)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식당과 목욕탕,

중증장애인자립생활 지원센터가 공존하고 있는 다목적 건물이다.

 

5월의 어느날,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니

근사한 3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얼핏 보면 현대 미술관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 같다.

특히 파란색 하늘 아래서 빛나는 화이트 톤의 색감 대비는 강렬하다.

작은 시골 마을에 이런 멋진 건물이 있다니.

직접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을 만큼 조금 낯설게느껴진다.

건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서 부터 오래된 가옥, 밭 작물까지

모던한 건물과는 어울리지 않는전형적인 농촌 풍경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절제된 외관은 탄성을 자아낸다.

아니나 다를까.

매력적인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2~3년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다.

 

압해읍 복지회관은 지난 2017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 2에 소개된 후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출연자인 유희열과 유현준 건축가가 대화를 나누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압해도 목욕탕을 언급한 후 부터다.

유 건축가가 설계한 목욕탕을 둘러 본 유희열이

미니멀한 건물이 너무 예쁜데 편집되는 바람에

정작 본방송에 나가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하자

시청자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1611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압해읍 복지회관은

스타 건축가 유현준 교수(홍익대 건축학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연면적 1436.47, 건축면적 604,07의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 복지회관은

1층 회의실과 경로식당, 2층 공중목욕탕,

3층 중증장애인 생활지원센터·노인회쉼터로 꾸며졌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렇다면 유현준 건축가는 어떻게 신안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여기에는 유 건축가의 남다른 건축 이력이 큰 몫을 했다.

지난 2008년 부터 홍익대와 충남 공주시는 디자인협약을 맺고

5년간 공주일대에 마을회관 5곳을 건립하는 공공 프로젝트를 실시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유 건축가는

마을회관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프로젝트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마을회관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어떤 날에는 마을 주민들의 잔치가 열리는 마당이 되는 가 하면,

때론 적적함을 달래주는 사랑방으로, 무더운 날에는 냉방비 걱정 없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능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지닌 건물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대부분의 마을회관은 칙칙한 모습인 데다 구조적으로도 취약해

공공 건축물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

유 건축가는 지역의 날씨와 지형에 맞는 기능성과 디자인을 접목한 설계로

마을회관의 고정관념을 깨는 건물을 선보였다.

 

홍익대의 프로젝트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게 되자

2014년 박우량 신안군수로부터 그에게 연락이 왔다고 한다.

마침 신안군은 2개읍과 12개의 면으로 구성된 지리적인 여건으로

타 지자체와 달리 지난 2006년부터 각 읍면에 1개의 복지회관을 건립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미 11개의 복지회관이 건립된 후 압해읍 공사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박 군수가 유 건축가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박 군수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깊은 인상을 받은 유 건축가는 신안으로 내려와

복지회관 후보지 2곳을 둘러 본 후 압해읍사무소의 뒷편에 위치한 땅을 낙점했다.

압해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압해대교 개통이후 껑충 뛰어 오른 지가가 문제였다.

다행히 복지회관의 비전에 대해 군의회와 지역주민들이 공감하면서

27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탄력을 받게 됐다.

 

, 중정( 中庭), 그리고 명상’.

유 건축가가 압해읍 복지회관을 설계할 때 고려한 키워드다.

여러 기능 가운데 목욕탕에 주목한 그는 온수가 잘 나오지 않는 섬 주민들에게 목욕탕은

공동체의 중심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내밀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유 건축가는 마치 우리 모두가 엄마의 뱃속인 물속에서 태어났듯이

목욕은 잠시나마 그 상태로 되돌아 가는 것이라며

혼자서 바깥 경치를 즐기는 시간 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이

더 적합하다고 여겨 욕실내의 모든 창문을 콘크리트 블록으로 막고

최소한의 필터로 햇빛이 들어오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건물은

부침개를 할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는 그는

1층의 강당~()공간~식당~마당이 하나로 엮어지도록 자 형태의 중정을 도입했다.

이 때문에 건물 안에 들어서면 3층의 여러 시설들이

하나의 공간으로 수렴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1층 한 가운데 배치된 여러 개의 계단과 그 사이에 흐르는 물이 어우러져

신성한 사원에 들어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바깥에서 보면 흰색의 직사각형 건물에 몇몇 구멍이 있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내부에는 구멍을 통해 들어 오는 빛과 그림자로 인해 드라마틱한분위기가 연출된다.

건축가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반전의 공간효과이다.

압해읍 복지회관은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와 ()한국문화공간 건축학회가 수여하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국토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압해읍 복지회관은 ‘11미술관을 내건 신안군의

아트 프로젝트와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섬의 지리적 환경을 반영한 건축물의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지난 2019년 신안군은 유인도 14곳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1() 1뮤지엄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

그중에서도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참여하는 자은도의 임피니또 미술관

150억 원 규모의 명품 건축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이 아트 아일랜드로 변신하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글 출처 : 광주일보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Interview]

건축과 도시, 인간에 대한 생각.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유현준 건축가

2020-09-29

 

 

Q. 유현준건축사사무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유현준건축사사무소는 2007년 문을 열어 올해로 13년 차를 맞이한 작은 아뜰리에 사무실이다. 15명 정도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으며, 주거 공간, 상업 공간 가리지 않고 여러 건축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공공건축물 현상 설계 몇 개가 당선되어 공공 건축도 많이 하고 있다.

 

 

Q. 로버트 벤투리, 프랭크 게리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제3세대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어떤 것을 배웠나?

 

A.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웠는지 묻는다면 설명하기가 어렵다. 물론 건축적인 부분에서는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디테일이라던가, 재료의 활용에 대한 것도 있지만, 책으로는 배우지 못하는 다른 부분의 것들을 더 많이 보고 배운 것 같다. 그분이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방식, 부하 직원을 대하는 방식,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처럼 말이다.

처음 리처드 마이어를 만났을 때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최연소 수상한 그에게서는 어떤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를 포함해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도 비슷한 것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의 밑에서 함께 일하는 건축가들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Q. 건축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A. 기본적으로 건축은 사람의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의 관계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 사람과 공간의 관계 등을 말한다. 그런 관계들을 컨트롤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건축설계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설계를 할 때에도 내가 만든 공간에 사람이 들어갔을 때 어떤 관계가 형성될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고, 창문, , , 천장, 지붕, 바닥 등의 요소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서 세심하게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보고 있다.

 

 

Q. ‘인문 건축가라고도 불리고 있다.

 

A. 처음 인문 건축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닭살이 돋고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웃음)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건축가는 인문 건축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문이 사람에 대한 학문이라고 정의한다면, 건축만큼 인문학적인 학문은 없는 것 같다. 건축설계는 벽, 바닥, 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벽과 바닥과 천장이 만드는 공간을 사람이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건축물을 짓는 것이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모든 건축 디자인의 최종적인 목표는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Q. 공공 건축 중에서도 교육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A. 사회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조금 부족한 성향이 있는것 같다. 여기에는 학교 건축이 큰 역할을 한다. 우리의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은 흡사 교도소 같기도, 혹은 군부대 막사 같기도 하다. 이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움직이게 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의사결정에서 나온 건축 디자인이다. 이런 교육 공간에서 12년을 생활하는 아이들은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건축가로서 하드웨어적으로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나는 모든 학교가, 학급이 서로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학년 때는 마당에 연못이 있는 교실에서, 2학년이 되면 삼각형 모양의 교실에서, 전학을 가면 또 다른 모습의 학교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독창적이고, 서로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어른이 될 것이다.

 

 

Q. 주거공간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는 요즘의 추세에 대해 유현준 교수의 생각이 궁금하다.

 

A. 개인적으로는 셰어하우스나 청년임대주택이 주목받는 것이 썩 달갑지는 않다. 특히 기업 차원의 대규모 셰어링 하우스는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자본가들만 지주가 되거나, 청년임대주택은 정부가 지주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사회 초년생이 월세를 전전하다가 언젠가는 집을 살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청년들 대부분이 세입자로 살거나 자가를 소유하지 못하는 세대주들이 늘어나는 등의 부동산 문제는 중산층이 내려앉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나는 셰어링 하우스나 청년임대주택처럼 세입자가 늘어나는 것보다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기만의 집 한 채는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건전하고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Q. 집이 없어서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1-2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다.

 

A.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공급률은 1,700만 채 정도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인구가 5천만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고,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집을 더 지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는 오류가 있다. 5천만 인구를 4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에는 대략 1,250만 채의 주택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택이 충분히 공급됐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구가 쪼개져서 더욱 많은 주택이 필요해졌다. 4인가구만을 기준으로 주택공급률을 계산할 것이 아니라, 1-2인가구 등 다양해진 세대 구성을 모두 고려해 주택공급률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투기목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필요도 있지만, 1-2인 가구를 위한 더 작은 규모의 주택도 더욱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Q. 1-2인 가구를 위한 더 작은 규모의 주택이란?

 

A. 우리는 80년대에 4인 가구를 기준으로 25-30평 규모의 집을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했다. 이 시기는 세대 구성이 핵가족으로 변화하면서, 부부가 방 하나, 두 자녀가 각자의 방을 쓰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25-30평에 방 3개짜리의 집이 중산층의 표본이 된 것이다. 1-2인 가구가 60%를 초과하는 지금은 15평 규모에 3평 정도 되는 발코니가 있는 집이 새로운 중산층의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하루 중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때보다 1.5배 증가했다. 요즘에는 집에서 업무도 보고, 취미생활도 즐긴다. , 소유하는 물건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스타일러, 건조기처럼 새로운 가전제품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벽식 구조보다는 기둥식 구조로 설계해서 집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2인 가구가 자녀를 낳으면 필요에 따라 우리 집을 옆집까지 확장도 하고, 방을 구성하는 등 공간을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Q. 유현준 건축가가 바라보는 건축, 도시의 미래는?

 

A. 우리는 지금 건축과 도시,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변화할 수 있는 기점에 서 있다.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유례없는 전염병의 유행은 온라인 강의, 재택근무 등의 형태를 통해 이제는 우리의 학교, 주거 공간, 업무 공간이 새롭게 바뀔 수도 있다는 인식을 일깨워줬다. 또한, 언택트 소비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앞으로는 서울 시내 연면적의 30%를 차지하는 상업 공간에 대한 수요가 줄고 점점 빈 공간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이 비어있는 공간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 공간, 혹은 1-2인 가구를 위한 새로운 주거 등이 프로토타입으로 제시될 수도 있겠다. 지금을 기점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정책이 바뀌고 건축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는 건축이 달라지고 도시 구조가 바뀌면서, 그 과정을 통해 경제 활성화가 되는 등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다. 지금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최적의 시기라고 본다.

(글 출처 : 데코저널)

 

 

 

 

 

 

 

 

 

 

 

 

시리즈JOB&

건축을 어느 동네 몇평짜리 아파트로 이해하는 일반인들에게| jobsN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플로팅 하우스, 머그학동, 압해읍 종합복지회관. 건축전문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건물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화두를 들고 새 시대를 반영한 건축물을 만드는 이 시대 대표 건축가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신문 칼럼과 KBS 명견만리, tvN 어쩌다 어른, 알쓸신잡2 등 방송을 통해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서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 ‘훌륭한 건축은 건축주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에서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등의 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건축가라는 직업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건축가는 건축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을 모색하는 사람이다. 차가운 공학적 언어로 건축물을 읽지 않고, 그 안팎에 존재할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고 말한다. 공간은 분명 사람의 생각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내가 하는 모든 경험을 하나로 응집시켜 결과물로 내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설계할 때 다양한 상상과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내가 살아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거기에 녹아 들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라는 처칠의 문구를 인용했는데.

우리가 벽돌을 쌓아 집을 짓고, 도로를 깔고, 지붕을 만들고, 창문을 만드는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건축물은 다양한 개인들이 모여서 이룬 사회의 복잡하고 심오한 삶들을 잘 담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대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위에 일어날 프로그램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철학을 직접 설계한 건축물들에 녹여낸다고 들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처럼 획일적으로 지은 학교 건물, 혹은 교도소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보다, 단절시키고 괴리시킨다. 내가 설계한 플로팅 하우스’ ‘머그학동’ ‘압해읍 종합복지회관등은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간과 사람 사이를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지은 건축물이다. 단순히 공간을 구획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공간 너머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지, 바깥 경치를 음미할 수 있는지 등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적 해석을 건축물로 풀어내려고 했다.”

 

-인기 강연자, 인기 방송인으로 꼽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송에 나가고 강연을 한다. 예를 들어 1111일 오후 1시부터 90분간 ‘2018 조선일보 라이프 쇼에서 내 책 제목과 같은 주제로 강연한다. ‘어디서 살 것인가어느 동네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살 것인가로 이해하는 일반인들에게 건축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건축을 이해하면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고, 내가 더욱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 건축은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바로 다양성이다. 양계장처럼 획일화한 학교와 오피스 건축이 전체주의적 사고를 양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건축 철학은 단순하다.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할 것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건축물 안에서 산다. 다양한 건축물이 지어져야 사람들도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는 학교 건물을 예로 들어 획일화된 건물들에 대해 설명했다. 당장 건물을 바꾸지는 못할 텐데.

맞는 말이다. 당장에 건물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면 운영이라도 먼저 바꿔야 한다. 하드웨어가 안 되면 소프트웨어부터라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학교를 예로 들겠다. 옥상을 개방하고, 교무실을 맨 위층으로 올리자.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라도 잠깐이라도 운동장에서 뛰어놀게 하려면, 이동 시간을 줄여줘야 한다. 교무실을 맨 위층으로 옮기면, 학생들이 운동장까지 뛰어 내려가는 시간이 15초라도 줄어든다. ‘40분 수업, 10분 휴식대신 ‘100분 수업, 25휴식으로 수업 운영을 바꾸면 쉬는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다만, 모든 문제를 운영 변화로 해결하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 결국에는 하드웨어, 그러니까 건축을 바꿔야 되는 것이다. 운영을 바꾸는 건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휴일만 되면 한강변으로, 쇼핑몰로, 넓은 공간을 찾아다닌다. 사적 공간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다.

사적 공간에 대한 갈증이 어떻게 건축과 연결되는지부터, 숨 가쁜 도심에서 벗어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대교 아래 공간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건축과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공간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행복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청중들에 만들어 드릴 생각이다. 도시는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서로의 색깔을 나눌 수 있는 곳,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맞는 도시로 변화해야 한다.”

 

-강연장을 찾는 청중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고개를 들어 전후좌우를 살펴봤을 때 내가 어떤 공간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청중이 하루 10시간을 넘게 보내는 일상생활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볼 수 있을까, 어떻게 삶을 바꾸는 공간으로 만들까를 함께 고민해 보려고 한다. 단순히 상대방에게 생활 태도를 바꾸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아까도 말했듯이 중요한 건 건축물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작게라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현준 교수는

연세대와 MIT, 하버드대에서 건축을 공부한 유 교수는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일했다. MIT 건축연구소 연구원, MIT 교환교수로 재직했다.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 독일 디자인 어워드,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 아시아 시티스케이프 어워드, 서울시 건축상,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젊은건축가상 등 국내외 건축상을 30여 차례 수상했다.

(글 출처 : jobsN 이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