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덕동문화마을
(글 출처 : 국제신문)
한 마을이 유구한 역사를 오롯이 품은 박물관이다.
수려한 고목들은 이 마을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었고,
고택들은 이 마을의 400년 전통을 꿋꿋하게 이어가고 있다.
덕(德)이 많은 사람이 모여 산다고 이름 붙은, 경북 내륙의 숨은 보물 같은 장소다.
바로 자연과 역사 그리고 인간과 문화가 공존하는
경북 포항시 기북면 덕동문화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문화재
포항의 북부, 바로 옆은 청송이다.
비학산과 침곡산, 운주산과 성법령이 동서남북으로 둘러싼
기북면 오덕리에 덕동문화마을이 있다.
덕동문화마을의 초입에 들어서자 이 마을의 상징인 소나무들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라는 명성을 유감없이 확인해줬다.
촘촘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메마른 듯한 느낌은 나지 않게 들어선 소나무들이
용계천을 따라 군락을 이뤘다.
이 때문인지 덕동의 옛 지명은 ‘송을곡(松乙谷)’이다.
임진왜란 때 왜병이 ‘송’자가 들어간 지명에서는 반드시 패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이곳은 ‘여강 이씨’ 집성촌으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농포 정문부가 피란을 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이곳의 모든 재산을 손녀사위인 이강에게 물려준 뒤 마을이 형성됐다.
입구에는 포항전통문화체험관이 있다. 옛 덕동초등학교 자리다.
주차는 건물 뒤편에 하면 되고,
건물 앞 넓은 뜰에서 널뛰기 등 간단한 전통놀이를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찾아야 하는 곳은 이 마을의 상징인
국가문화재 명승 제81호인 ‘용계정’이다.
울창한 송림의 그늘에 티끌 하나 없이 맑은 용계천이 굽어 보이는
높은 벼랑 위에 세워진 누각, 정자다.
용이 승천한다는 의미의 용계정은 330년 전 지어진 것이다.
용계정은 고종 5년 때인 1868년 위기를 맞는다. 서원 철폐령이 내려진 것.
이에 마을 주민 모두가 용계정을 지키기 위해
서원과 용계정을 구분 짓는 담장을 쌓아 용계정을 지켰다.
마을 진입로에서 용계정으로 향하는 북쪽 진입로의 뜰이
서원 철폐령으로 사라진 세덕사의 옛터다.
용계정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덕동문화마을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호산지당’이 나온다.
마을의 지형을 보면 산세는 강하나 물이 적어 인재가 배출되지 않는다고 전해져
물을 가둬 만든 연못이다. 이곳을 소개하는 한시가 압권이다.
‘산이 강하고 물은 적어서 못을 만드니, 동리의 경치가 다시 또 기이하구나.
오랜 세월 경영한 뜻을 이루니, 장래 남은 경사를 또한 기약하리라’.
무엇보다 연못 주변에는 덱과 전망대,
보행로가 깔끔하게 정비돼 있어 걷기에 좋다.
아담한 마을 속 아담하고 정겨운 연못인데,
덕동문화마을 최고의 출사지로 손색없는 명소였다
포항전통문화체험관
포항 용계정
포항 오덕리 애은당고택
■고택과 유물… ‘명상의 길’도 걸어야
덕동문화마을은 옛 가옥, 고택이 즐비하다.
농포 정문부가 거처했던 애은당고택을 시작으로, 사우정고택과 여연당고택이 있다.
물론 주민이 거주하는 곳이라 사전 동의 등 협조를 구하지 않으면 가내 관람은 엄격히 제한된다.
다만 겉에서 본 고택도 마을의 정취를 더하기엔 충분했다.
사우정고택 바로 옆에는 초가지붕의 전통 한옥과 근대의 한옥이 공존한
‘오덕리 근대한옥’이 있다.
마을 초입에 있는 덕동민속전시관도 400년 집성촌이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수백 년 전 의복과 식기는 물론 엽전부터 현재 지폐까지 2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됐다.
덕동문화마을은 국가기록원의 전국 4호 기록사랑마을로,
전국 10곳의 기록사랑마을 중 가장 오래전인 400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덕동문화마을에는 고택 사이로 마을 길을 잇는 감사나눔 둘레길과
호산지당 옆 명상의 길 등 아기자기한 걷기 코스가 있다.
감사나눔 둘레길에서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고택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호산지당 옆 명상의 길은 멋진 경치를 따라 이어져 있어
이름 대로 명상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다만 명상의 길 알림판만은 꼭 읽고 걷자.
‘감사하는 태도는 정말로 우리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우리는 물론 주변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
우리는 감사하는 태도를 통해 더욱 사려 깊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명상의 길을 따라 들어선 소나무의 몸에 뭔가가 붙어 있다.
관리책임자의 이름과 ○○댁이라는 택호가 적힌 이름표였다.
400년 역사의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한 주민의 지극정성을 이름표가 보여주는 듯했다.
고송과 고택이 만든 절경을 지키기 위한 주민의 정성과 감사가 빛나는
덕동문화마을이다.
여연당고택
덕계서당
사우당고택
포항 오덕리 근대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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