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일 새해의 새벽을 여는 해돋이는
거제 장목면 송진포리에 있는 궁농항의 남해바다에서 맞았다
거제 저도유람선 선상에서
검푸른 남해바다를 뚫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쇳물처럼 뜨겁게 이글거리는 오메가를 품은 빠알간 해를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거뭇거뭇한 수평선 위로 분홍빛의 여명이 서서히 번지면서
차고 검붉은 바다에 깔렸던 어둠과 풍파가 스러지고
경자년의 눈부신 새 아침이 밝았다
새해 해맞이를 위하여
동네 뒷산과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본 적은 있지만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와 본 것은 처음이다
평소에는 신년 해맞이 행사에 대하여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게으른 성격 탓도 있지만
해맞이 명소하면 으례히 뜨오르는 교통정체, 구름같은 인파 등
번잡스러움보다는 차분한 새해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작년 가을에 우연히 궁농항이 있는 농소마을을 알게되었다
농소마을 건너편에 작년에 신축된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아>가 들어섰는데
사전답사차 갔다가 궁농항을 지나가게 되었고
대통령 여름별장 '청남대'로 유명한 거제 저도를 갈 수 있는 유람선이
궁농항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저도유람선이
2020년 1월 1일 해맞이 유람선을 출항한다기에
마음 변하기 전에 일찌감치 예약해 두었었다
집에서 1시간 이내로 가까워서 교통정체 염려도 없고
아직 덜 알려진 조용한 바닷가에서
일출 인생샷을 건져보자는 작은 욕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거가대교에서 가까운 궁농항은
본래 궁노실 또는 신궁촌(神宮村)이라 하였으며
송진포의 남쪽 고개너머에 있는 농어촌(農漁村)의 조그만 마을인데
최근 거제에서 가장 주목 받는 포구가 되었다
마을 건너편에 한화콘도가 들어섰고
저도로 가는 유람선이 뜨는 포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진해만 바깥에 위치한 저도는
일제강점기 시절 해상 군사요충지였던 곳으로
거가대교 터널과 연륙교가 걸쳐져 있다
지금은 역대 대통령들의 하계 휴양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인데
2019년부터는 관광객에게도 개방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해 9월 중순부터 시범개방한 거제 저도는
지난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군 겨울철 정비 기간으로 인하여
현재는 한시적으로 문을 닫고 있다
그러나 저도에 내리지 않는 주변 섬일주코스 유람선은
궁농항에서 상시 운항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남해바다에서 맞이한
선상 새해 해맞이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연말에 기습적으로 몰아닥친 한파와 시린 바닷바람도
철저한 준비 덕분에 비교적 견딜만 했으며
서해 쪽에는 날씨가 흐려 해를 못 봤다지만, 남해 쪽에는 날씨도 좋아서
근래에 보기 드문 깔끔한 해돋이를 연출하였다
더욱이 오메가 현상까지 새해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일출 포인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유람선을 운행해 준 선장님의 기지와 임기응변도 훌륭했다
옥에 티라면 하늘에 구름이 많아서
맑고 깨끗한 일출의 배경이 되지 못한 점은 약간 아쉽지만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법!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꿈을 꾼다
올 한해는
만사형통과 소원성취를!
가족의 건강과 사랑을!
그리고 행복하고 축복받는 한 해가 되기를!
우리는 새해 아침에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소망과 희망을 빨간 해에 실어서
하늘 높이 올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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