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배동 울창한 소나무 숲속엔
신라 왕들의 유택(幽宅)으로 추정되는 3기의 능이 있다.
여기에 잠든 이들은 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
신덕왕과 경명왕은 신라가 기울어가던 시기의 통치자였다.
당연지사 외부의 침입이 잦았고, 이로 인해 백성들의 고통도 극심했다.
국력이 쇠하니 영토 또한 터무니없이 쪼그라들고 있었다.
신라 전성기의 왕들처럼 거대하고 화려한 장식의
왕릉을 만들 여력이 없었을 터.
삼릉 모두는 봉분이 낮고 능을 지키는 석상(石像)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아름답다.
허물어진 역사의 폐허에 숨겨진 보석처럼 반짝인다.
의외로 이런 비극의 현장에서 감동을 느끼는 여행자가 많다고 들었다.
아주 가끔은 번듯함보다 남루함이 빛나는 시간이 있다.
삼릉을 삼릉답게 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오브제'는
주변을 둘러싼 기묘한 형상의 소나무 수백 그루다.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서늘한 음지는
폭염에 시달려온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돼준다.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밀어(蜜語)를 속삭이고 싶은 연인에게도
최고의 성지로 다가온다.
삼릉은 경주국립공원 남산 지구의 시발점이다.
이곳을 출발해 금오봉-용장사지-용장골까지 가는
4.6km 등산 코스도 인기가 좋다.
산을 오르는 게 익숙한 사람의 경우 3시간이면
주파가 가능하다고 한다.
"등산길에선 100개가 넘는 갖가지 형태의
불상과 석탑, 절터 등을 볼 수 있어 심심할 겨를이 없다"는 게
경주국립공원사무소의 설명.
'사색'과 '레저'를 한 번에 맛보기 원하는
관광객들에게 제격이다.
(글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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