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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2018 - 매화 향기, 북녘으로 스미다

 

 

 

 

 

 

 

 

 

 

 

 

 

 

 

 

 

 

 

 

 

 

 

 

 

'2018 - 매화 향기, 북녘으로 스미다

 

 

 

 

 

 20184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의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하여 이 땅에 65년간 지속된 정전 협정을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또한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한반도의 오랜 염원인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의 희망의 씨앗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한반도의 봄은 오는가?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남북분단의 긴 냉전의 시간들을 

 

이번의 훈풍으로 과연 해빙시킬 수 있을 것인가?

 

매화가 북풍의 칼바람 속에서도

 

고드름처럼 얼어 붙은 가지목을 지키며

 

불빛 하나 없는 눈 덮힌 산과 들에서 온기 없는 별빛을 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는 것은

 

 어 붙은 대지를 녹이고 혹독한 추위를 걷어내고서 봄의 세상을 열어야 하는

 

 '선구자적 역할' 때문이다

 

그런 뒤에 초연히 꽃잎을 떨구어야

 

비로소 봄이 시작된다

 

그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두 분의 대통령은 

이미 고인이 되셨다 

우리 민족과 장래에 대한 높은 혜안과 진정한 애정으로

숱한 고난과 반대 속에서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커다란 초석을 두 분이 놓았고

그 유지를 잘 이은  현 대통령의 지혜와 노력으로

이제 한반도의 봄은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어둡고 추운 겨울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장사치 수준의 트럼프의 얄팍한 술책과

남북문제를 오로지 당리당략적으로만 그동안 이용해 온 정치집단의 반발과 방해는

더욱 더 기성을 부릴 것이다

그러나 선구자들이 몸을 바쳐서 지켜 온 희망의 불씨를 소중히 키워 나간다면

어김 없는 자연의 섭리처럼 우리의 한반도에도

 매화가  피는 봄은 반드시 찾아 올 것이다

 

2018년 무술년, 올해의 매화기행은

예년보다 겨울은 길었지만 초봄에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기상이변과

심각한 미세먼지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속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온갖 시련을 떨쳐내고 눈 덮힌 산과 들에서 독야청청 꽃을 피우는 매화는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새 봄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나는 찬바람 속으로 교교히 흐르는 매화향을 찾아서

올해도 또 길을 나선다

 

 

 

 

 

 

 

 

 

 

 

 

 

 

 

 

 

 

 

 

 

 

 

01. 창원 예다원 운룡매 (2018. 02. 27.)

 

 

 

 

올해 첫 매화와의 대면이다

예다원 매화가 지난 해에는 소한(小寒, 1월 5일) 무렵에 활짝 피었었는데

2018년, 무술년에는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해보다 무려 두 달 가까이나 늦은 셈이다

그만큼 연초의 추위가 혹독하고 매서웠다는 뜻이다

 

예다원에는 4그루의 어린 매화가 있는데

그 중에서 맏형격인 < 운룡매 >는

원래 꽃을 상당히 빨리 피우는 매화로서

엄동설한인 연말에도 개화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올해는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 운룡매 >를 칭칭 감고있는 반짝이 꼬마전구가

나무를 고사시키지나 않았는지 우려가 된다

 

부산 UN공원의 홍매는 벌써 활짝 피었다고 하는데

길고 길었던 혹한의 겨울을 뚫고

바야흐로 매화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2018. 02. 27.

 

 

 

 

 

 

 

 

 

 

 

 

 

 

 

 

 

 

 

 

 

 

 

 

 

 

 

 

 

 

 

 

 

02. 통도사 홍매화 (2018. 03. 10.)

 


통도사 <자장매>는 50%이상 개화하였고

<영취매>와 <통도매>는 이제 한창 개화 중이다

자장매의 개화는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늦어졌고

영취매와 통도매는 20일 이상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겨울의 유래가 없었던 혹한은

'한반도 봄 전령사' <자장매>가 겨울의 긴 터널 속에서

한 달 이상이나 인내하며 담금질하여 비교할 수 없는 깊고 짙은 매화향으로

이 새봄을 열 수 있도록 도왔다 

 

모처럼 포근한 아침 햇살에 보살님들이

향로, 촛대등 공양구를 법당 앞 기단에 펼쳐 놓고 공들여 닦고 있다 

수련 하듯이 마음을 닦듯이!

10년을 한결같이 <자장매>를 그려 온 김창한 화백은

멋진 폼으로  새 봄을 화폭에 담고있다 


 

 

 

                                                             

2018. 03. 10.


 



 

 

 

 

 

 

 

 

 

 

 

 

 

 

 

 

 

 

 

 

 

 

 

 

 

 

 

 

 

 

 

 

 

 

 

 

 

 

03. 강릉 오죽헌 <율곡매>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烏竹軒 栗谷梅)를

3년만에 다시 찾았

금요일 저녁 강릉에 늦게 도착하여

아침에 경포대와 선교장을 들러서 <율곡매> 앞에 섰다

 

그런데 꽃이 별로 없다

좌우로 갈라진 오른쪽 줄기에는 전혀 꽃이 피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 줄기 상부의 큰 가지 3개가 잘려나갔다 

경험상으로 큰 가지를 많이 자르고 나면

다음 해에는 꽃이 피지 않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484호로 지정된 <율곡매>

율곡 선생과 신사임당이 함께 키운 매화여서 <율곡매> 라 불리며

수령 600살의 고매화이다.

 600살의 고령이지만

 매우 건장하고 잘 생겼다는 것이 첫 인상이었는데

병이 들지나 않았는지 약간 우려가 된다

 

강릉 길이 멀긴하지만

내년에 다시 한번 와야 할 것 같다

 

 

 

 

 

 

                                        2018. 03. 24.

 

 

 

 

 

 

 

 

 

 

 

 

 

 

 

 

 

 

 

 

 

 

 

 

 

 

 

 

 

 

 

 

 

 

 

 

 

 

 

 

04. 충무공옛집 매화 (2018. 03. 25.)

 

 

 

아산 현충사 내의 충무공옛집

앞 마당에 있는 매화로서 어린 청매 2그루와

약 60년생 정도의 홍매가 1그루 있다

 

청매는 아직 멀었고 홍매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였다

 

근래에 옮겨 심은 듯 하지만 충무공옛집 앞이라

매화가 더욱 잘 어울리고 노란 산수유가 배경으로 받쳐주니

그림이 될 법하다

 

아산 현충사는 중 2 수학여행 때 와보고

매화 때문에 40여년만에 재방문인데

40년 전에도 저 홍매가 그 자리에 있었을까?

 

 

 

 

 

 

 

   

                                                                                     2018. 03. 25.

 

 

 

 

 

 

 

 

 

 

 

 

 

 

 

 

 

 

 

 

 

 

 

 

 

 

 

 

 

 

 

 

 

 

 

 

 

 

05. 밀양 <금시매> (2018. 03. 26.)

 

 

 

<금시매>가 만개하였다

금시당의 대문은 잠겨 있는데 담장 너머로 본 <금시매>

화사하게 만개하였다


지난 주말에 강릉의 <율곡매>를 보러가느라

금시매를 잠깐 잊고 있었는데

월요일 아침에 갑자기 생각이 났다 

평일이지만 더 이상 미루면 늦을 것 같아서

근처의  공사현장에 들렀다가

<금시매>를 찾았다

 

다행히 외출하셨던 주인어른이 돌아오셔서

집안으로 들어가서 <금시매>를 혼자서 마음껏 감상하였다

매화 아래에 서니 올해는 유독 짙은 매화향이 흐른다

문득 황벽선사의 매화 시가 생각난다

 

 

盡勞逈脫事非常 진로형탈사비상

緊把繩頭做一場 긴파승두주일장

不是一番寒徹骨 불시일번한철골

爭得梅花撲鼻香 쟁득매화박비향

     티끌 같은 세상 벗어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니

화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공부할 지어다

추위가 한 번 뼈속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춥더니

 

 

 

 

 

 

올해의 매화향이 한층 강하고 짙어졌음을 실감한다

 

 

<금시매> 앞에서 약 30분 정도 머물렀는데

햇살은 따갑고 실바람에 매화가 한잎 두잎 날린다

점점 봄이 깊어 간다

 

 

 

 

 

 

 

 

 

                                2018. 03. 26.

 

 

 

 

 

 

 

 

 

 

 

 

 

 

 

 

 

 

 

 

 

 

 

 

 

 

 

 

 

 

 

 

 

 

 

 

 

 

 

 

 

 

 

 

 

 

 

 

06. 거창 동계매桐溪 (2018.03.30.)

 

 

거창의 동계매(桐溪梅)는

동계 정온선생의 후손 정중원 선생이 심었다는

 수고 4m, 수폭 4m, 수령 200년 정도의 홑꽃의 백매이다

 

거창대학교의 강의차 가는 길에 조금 일찍 출발하여

수승대 건너 위천면 강동마을 동계고택을 찾았다

작년에 왔을 때는 꽃이 많이 졌었는데

올해는 알맞은 시기에 방문한 것 같다

 

인고의 긴 겨울을 이기고 만개한 동계매는

 곧고 강직한 수형과 깊은 향기로 

절개와 지조로 이름 높은 동계고택의 지킴이로서

오늘도 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 눈이 채 녹지 않은 덕유산 자락의 동계고택은

창호지 교체공사로 봄맞이 공사가 한창이다

따사로운 봄볕에

한나절동안 툇마루에 앉아 있고 싶었지만

강의 때문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2018. 03. 30.

 

 

 

 

 

 

 

 

 

 

 

 

 

 

 

 

 

 

 

 

 

 

 

 

 

 

 

 

 

 

 

 

 

 

 

 

 

 

 

 

 

 

 

 

 

 

 

 

07. 구례 화엄사 <흑매黑梅> (2018. 03. 31.)

 

 

 

아침 7시 반에 화엄사에 도착했는데

각황전 옆의 홍매화(흑매) 앞에 벌써 사람들로 붐비고

 포인트가 좋은 뒷산 위에는 발 디딜 틈도 없다

 

양산 통도사의 <홍매>와 화엄사 <흑매>의 인기가 날로 치솟아

이젠 주말에는 가까이서 촬영하기도 힘들어졌다

저변확대의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옛날이 그립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지만

반면에 아주 따뜻한 봄날씨로 <흑매>가 만개하였다

작고 귀여우면서도 짙은 분홍의 꽃잎 조각들이 모여서

미세먼지로 뿌연 회색빛 하늘을

화엄의 세상으로 붉게 물들이고 있는

지리산 화엄사의 아침이다

 

 

 

 

 

 

 

                                   2018, 03. 31.

 

 

 

 

 

 

 

 

 

 

 

 

 

 

 

 

 

 

 

 

 

 

 

 

 

 

 

 

 

 

 

 

 

 

 

 

 

 

 

 

 

 

 

 

 

 

 

 

 

 

 

 

 

 

 

 

 

 

 

 

 

 

 

 

 

08. 구례 화엄사 삼전 <능수매> (2018. 03. 31.)

 

 

 

화엄사 삼전 뜨락에 있는

옅은 분홍색의 작고 귀여운 능수매이다

 

삼전은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라

가까이 가보지는 못하고 담장 너머로

사진 몇 장만 찍었

 

담장 너머로 고개를 살짝 내민 모습이 앙증맞고

소담스러우면서 생기가 넘치는

보름달 같은 능수매이다

 

 

 

 

 

 

 

 

 

                                   2018, 03. 31.

 

 

 

 

 

 

 

 

 

 

 

 

 

 

 

 

 

 

 

 

 

 

 

 

 

 

 

09. 대흥사 <두륜매> (2018. 03. 31.)

 

 

 

해남군 두륜산 아래

대흥사에 있는 백매이다

<두륜매>의 수령은 100년 정도로서

키는 아담하지만 수세는 건강한 편이다

 

일반인 출입 금지구역인 요사채 별당 적묵당 앞에 있는데

스님의 허락을 얻어서 들어갔다

대흥사 어디에 어린 <일지매>가 있다고 하는데

사전 정보가 없어서 찾지 못했다

 

 

적묵당 뒷 편에 공양간이 있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절밥을 별미로 먹고

진도 운림산방에 있다는  <일지매>를 찾아서

길을 나섰다

 

 

 

 

 

 

 

 

 

                                   2018, 03. 31.

 

 

 

 

 

 

 

 

 

 

 

 

 

 

 

 

 

 

 

 

 

 

 

 

 

 

 

 

 

 

 

 

 

 

 

 

 

 

 

 

 

 

 

 

 

 

 

010. 진도 운림산방 <일지매> (2018. 03. 31.)

 

 

 

진도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 선생이

말년에 그림을 그리던 곳으로 해남 대흥사 일지암의

초의선사가 선물한 <일지매>의 후계목이 있다

 

<일지매>는 운림산방이 건립된 1856년부터

소치 선생에 의하여 보살핌을 받았으나 선생의 타계후에

일본으로 반출될 뻔한 일이 있었다 한다

그러나 제자들의 노력으로 일제의 탄압으로부터 끝까지 지켜냈지만

1995년 수령 187년으로 고사하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자의 손자인 임태영씨가

 

 

 

 

<일지매>의 후계목 4그루 중에서 30년생 1그루를

2005년에 운림산방에 복원하고

또 1그루는 본래의 고향인 해남 대흥사로 보냈다고 한다

소치 선생과 초의선사의 우정이 제자와 후손들의 노력에 의하여

200년 이상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일지매>는 겹꽃의 백매이며

꽃잎은 작지만 순백의 흰 색으로 이쁘게 생겼다

매실이 꽃 하나에 두 개가  붙어서 달리는

원앙매라고 한다

 

 

 

 

 

 

 

                                   2018, 03. 31.

 

 

 

 

 

 

 

 

 

 

 

 

 

 

 

 

 

 

 

 

 

 

 

 

 

 

 

011. 진도 운림산방 <운림원앙매> (2018. 03. 31.)

 

 

 

운림산방과 연못 운림지 사이에 있는

겹꽃의 백매이다

 

 

수령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열매가 꽃 하나에 두 개가  붙어서 달리기에

<운림원앙매>라고 불린다

 

 

 

 

 

 

 

 

 

 

 

 

 

 

 

 

 

 

 

 

 

 

 

 

012. 진도 운림산방 <소치> (2018. 03. 31.)

 

 

 

운림산방과 운림사 절 사이에 있는

겹꽃의 야매계 백매이다

 

 

수령은 약 100년 정도이며

 

수세는 들매화의 야성과 강인함을 가졌다

 

 

 

 

 

 

 

 

 

 

 

 

 

 

 

 

 

 

 

 

 

 

 

 

 

 

 

 

 

013. 나주 홍기응가옥 매화 (2018. 03. 31.)

 

 

 

나주 남평읍 도래마을

 홍기응가옥 사랑채 안뜰에 있는 매화이다 

저녘무렵 늦은 시각에 도착하였지만 대문을 닫고 있던 주인께

특별히 부탁하여 마침내 홍매를 잠시나마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2년 전에도 왔었지만 대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뒷날을 기약하고 돌아선 아픔이 있었다

 

풍산홍씨 집성촌인 도래마을의 홍기응가옥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으로서

특히 우리의 전통적인 한국식 조경이 훌륭한 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뿐만아니라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베품을 실천한

덕이 높은 가문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고택이다

 

 

<홍기응가옥 홍매>는

원 둥치에서 새로나온 가지가 자란 것으로

겹꽃의 매력적인 분홍색을 띤 수령 120년 정도의

키다리 매화이다

화엄사의 <흑매>처럼 8m가 넘는 훤칠한 큰키는

마을 입구에서도 다 보일 정도로 도래마을랜드마크로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비록 쇠락한 고택의 사랑채 안뜰을 지키고 있지만

주인은 봄맞이 대청소를 준비 중이고

키다리 멋쟁이 <홍매>는  고택의 영광을 꿈꾸며 곱게 단장하고

지붕 너머로 얼굴을 쑥 내밀고

화사한 미소를 보낸다

 

 

 

 

 

 

 

                                   2018, 03. 31.

 

 

 

 

 

 

 

 

 

 

 

 

 

 

 

 

 

 

 

 

 

 

 

 

 

 

 

 

 

 

 

 

 

 

 

 

 

 

 

 

 

 

 

 

 

 

 

 

 

 

 

 

 

014. 장성 백양사 고불매 (2018. 04. 01.)

 

 

아침에 전남대 대명매

광주박물관의 홍매보러 갔었는데

이미 모두 졌다

광주박물관의 홍매는 벌써 보름 전 쯤에 졌단다

전남대의 어느 여교수 분은

철쭉이나 보고 가라며 아침부터 놀린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가

개화 초기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왔는데

광주의 매화상태를 보니 잘못 알은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부랴부랴 백양사로 달려 갔더니

고불매도 만개에 가까울 만큼 활짝 피었다

 

 

 

마침, 백양사에서 <고불매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그윽한 매화의 향연, 고불매 향기에 취해보다'는 주제로

'고불매'에 관한 기록 보존과 지역 관광 콘텐츠 활용을 위해서

 '1박2일의 템플스테이'와 고불매의 장수와 건강을 기원하는 공연과

막걸리를 공양하는 기원제가 함께 치뤄졌다

그리고 <고불매>의 어린 후계목들도 식수되었다

   

뜻밖에 <고불매 축제>도 잘 구경했지만

내륙에서 가장 늦게 을 피우는

백양사의 고불매마저 활짝 피었으니 이미 봄이 한창 깊었고

바야흐로 2018년 올해의 매화시즌이

점점 끝나가고 있다는 뜻인지라 복잡한 심경을 안고

절문을 나섰다

 

 

 

 

 

 

                                                                                 2018. 04.01.

 

 

 

 

 

 

 

 

 

 

 

 

 

 

 

 

 

 

 

 

 

 

 

 

 

 

 

 

 

 

 

 

 

 

 

 

 

 

 

 

 

 

 

 

 

 

 

 

 

 

 

 

 

 

 

 

 

 

 

 

 

 

 

 

 

 

 

 

      015.  전주 경기전 <경기전매慶基殿梅> (2018. 04. 01.) 

 

  

 

 

2년 전에 같은 날짜에 방문했을 때는

 

화사하게 만개 직전의 와룡 녹악매(청매)를 감상할 수 있었었는데

 

올해는 만개 후에 일부는 시들었고 잎이 나기 시작하였다

 

 


2년 전에는 아침 일찍 방문하여

 

관람객 들에게 방해 받지 않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었었는데

 

올해는 정오 무렵에 방문하여 밀어 닥치는 관람객 때문에 촬영에 애로가 적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관람객들을 배경으로 삼아서 촬영했다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하기 위해 지은 건물인데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가 있는 경역에 매화 4그루가 있다

 

마당의 중심에 유명한 와룡매가 있고

 

전주사고 옆쪽으로 조금은 빈약한 키가 큰 녹악매(청매) 2그루가 더 있고

 

건너편에 어린 홍매 1그루가 있다

 

      

 

와룡매의 수령은

 

1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꽃잎은 3겹의 녹악매(청매)이다

 

매화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녹악매(청매)

 

연록의 꽃받침과 새하얀 꽃잎으로 투명하고도 신비로운

 

백옥색을 띤다

 

     

 

 그런데, 워낙 관람객들이 많고 접근이 비교적 쉬워

 

혹시 와룡매가 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마음으로

 

경기전을 빠져 나왔다

 

 

 

 

 

 

 

                                    2018. 04. 01.

 

 

 

 

 

 

 

 

 

 

 

 

 

 

 

 

 

 

 

 

 

 

 

 

 

 

 

 

 

 

 

 

 

 

 

 

 

 

 

 

 

 

 

 

 

 

 

 

 

 

016.  부여 동매(扶餘冬梅) (2018. 04.07.)

 

 

 

부여군 부산서원(浮山書院)에 자리하고 있는 부여 동매

수령 70, 나무 높이 5m로서 1984년 부여군의 문화재자료 지정된

역사와 혈통이 있는 청매화이.

 

백강 이경여 선생이 중국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매화나무 3그루를 가져와 심었는데 그중 2그루는 죽고 나머지 한 그루마저

일제시대 때 불에 타 버렸는데 죽은 나무의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 자란 것이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동매라고 한다.

 

동매는 추운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 종류로서

매년 12월 하순에 매화꽃이 몇 개 피었다가 지고난 후

 그 이듬해 3월이 되면 다른 꽃들이 피어나 만개하는 특성을 가진

매화나무라고 한다

 

부여 동매가 살고있는 부산서원 마당은

어린 매화들도 많이 자라고 있고  잘 정비되어 있지만

부여 동매 바로 옆에 있는 전신주만 옮긴다면

새로운 매화단지로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오전에 논산의 명재매를 거쳐서 왔는데 이미 졌고

부여 동매도 모두 졌다

지난 겨울은 혹독했지만 올해의 봄 날씨가

여름을 방불케하는  고온이 지속되다보니 전국의 매화들이

시차도 없이 한꺼번에 피고 또 한꺼번에 져 버렸다

이틀동안 봄비가 내렸었는데

오늘은 겨울로 되돌아간 것같은 한파가 갑자기 몰려왔다

기상이변이 자연의 순리와 질서를 헝클어 놓고 말았다

 

 

부산서원 앞으로 백마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백제의 망국의 한이 서려있는 부여의 백마강변에서

2018년 올해의 매화기행을 마무리한다

 

 

 

 

 

 

 

                                                                                                                        2018. 04. 07.

 

 

 

 

 

 

 

 

 

 

 

 

 

 

 

 

 

 

 

 

 

 

 

 

 

 

 

 

 

 

 

 

 

 

 

 

 

 

017.  매화 향기, 한라에서 백두까지 흘러라

 

 

 

 

 

 

 

 

 

 

 

해마다 한해의 매화기행이 모두 마무리 되고 나면

항상 한동안 서운한 마음이 든다

봄은 짧고

 그 '봄의 세상'을 열었던 매화와 마주했던 시간은 더욱 짧다

아쉬움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매화와 관련이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지리산 생활산수 이호신> 전시회가 3월 부터 열리고 있는데 

이호신 화백이 지난 10여 년 간 그린 지리산 진경과 지리산 둘레길

산수화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산수화라고 하면 자연 풍경을 담은 한국 전통 회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호신 화백은 지리산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하나의 생태계로 이해하기에,

그의 산수화는 역사와 시대 정신, 자연의 경외와 다양한 생태,

삶의 둥지와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그림에 담아냈.

전시제목이 지리산 생활산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리산 생활산수 이호신 (경남도립미술관)

 

 

 남명매 (이호신 - 경남도립미술관)

 

 

 

 

 

 

뿐만아니라 이번 전시회에는 <산청3매>가 있다

올해는 <산청3매>를 미처 찾아 보질 못했는데 미술관에서나마 조우하게 된 것은

뜻밖의 즐거움이고 보람이었다

매화의 계절은 끝이 났지만 캔버스 속에서 그 우아한 자태와

매혹적인 향이 다시 스믈스믈 살아나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만든다

 

 이호신 화백과는 약간의 인연이 있다

2013년 서울 인사동에서 열렸던 <아라아트센터>의 기획 초대전

‘어머니의 땅, 지리산 진경순례’의 초대장을 운 좋게 받아서

사인도 받고 책 선물도 받았던 좋은 추억이 있다

그리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 진경순례'의 희망과 꿈도

관람객들과 함께 얘기 나누었었다

 

 

 

 

 

 

 

 

  아라아트센터 - 인사동 ‘어머니의 땅, 지리산 진경순례’ 기획 초대전 (2013.04.20.)

 

 

 

 

        남명매 (이호신 - 아라아트센터 기획 초대전 )

 

 

 


내일 아침에는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로 예정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의 운명이 미국 손에 좌지우지 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반도의 지속적인 안전과 안녕 , 나아가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고 진전된 합의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 되기를 내심 기대해 본다

 

며칠 전부터 북한의 매화를 틈틈히 검색해 보고 있는데

전혀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

벌써부터 김칫국 마셨던 한낱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선구자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으로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가슴이 뜨거워졌던

2018년의 초여름의 밤이다

 

 

 

 

 

 

 

                                2018. 06. 11.

                               창원 만취당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