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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건축 갤러리 ■/전 남

구례 운조루 - 6 (2018.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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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운조루의 배치구조는

유교적 사고체계에 의한 공간의 위계성 및 구심점이 잘 드러나 있고,

공간의 연계성도 중문간과 샛문 등의 설치로 그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운조루는 호남지방에서는 보기 드물게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고, 생활용품 등 유물사료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인 의미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운조루의 진정한 가치는 빼어난 건축물과 아울러,

류씨 집안의 철학과 정신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운조루를 대표하는 철학은 곳간채의 쌀뒤주에 잘 나타나 있다.

지금은 안채로 통하는 부엌에 옮겨 놓은, 이 뒤주에는 하단부에 가로 5cm,

세로 10cm 정도의 조그만 직사각형 구멍을 만들어 놓고,

그 구멍을 여닫는 마개에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를 새겨놓았다.

즉 ‘다른 사람도 마음대로 이 구멍을 열 수 있다’ 는 뜻으로,

누구라도 와서 마음대로 쌀을 퍼갈 수 있도록 했는데,

주변의 가난한 백성들에게 베풀기 위한 용도였다고 한다.


 주인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곡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는 ‘나눔’을 고민한 아름다운 유물 인 것이다.

한 사람이 가져가는 쌀은 보통 한두 되.

주인이 보지 않는다고 하여 몽땅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다.

가난한 백성을 생각하는 선비 가문의 배려가 있었고,

가난해도 불문율과 염치를 아는 백성들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다.

 운조루에서 지은 논농사가 2만평. 연평균 200가마를 수확하였다.

뒤주 1통에 들어가는 쌀의 용량은 두 가마 반으로, 1년에 30가마가 들어가니,

1년 소출의 약 20%가 지출되는 셈이다.

이 집의 주인은 월말이면 쌀뒤주를 체크하여,

 “ 항상 그믐날에는 뒤주에 쌀이 남아있지 않도록 하라! ” 는 당부를

 며느리에게 잊지 않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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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건축-002. 구례   운조루 - 나누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