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내린 봄비로
영축산 아래 화엄의 세상은 자욱한 비안개로 덮혀있다
이른 새벽, 무풍한송로의
솔숲 사이로 떨어지는 싸락비를 맞으며
부드러운 솜같은 안개를 헤치고 <자장매>를 찾아가는 길은
구도자의 모습을 쬐끔은 닮았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며
파릇파릇한 솔향기를 맡으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미로를
이슬 방울을 툭툭 차며 걷는다
이미 만개한 <자장매>와
<통도매>,<영취매> 홍매 삼총사는 비안개에 젖었지만
처연하면서도 담담한 모습으로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통도사 <홍매 삼총사>는
단아하고 매력적인 자태와 색채로
우리나라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이지만
올해는 꽃 필 무렵에 동해를 입어 많은 팬 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예년보다 꽃도 적게 달렸고
분홍빛 작은 꽃잎들은 찢어지고 시들어 숱한 상처를
훈장처럼 가지마다 달고 있다
지난 겨울은 너무 따듯해서 탈이었는데
공교롭게도 1월 말, 꽃 필 무렵에 기습 한파가 몰아 닥쳐
이제 막 피어난 여린 꽃잎들이 꽁꽁 얼어서
이내 곧 시들어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근래 들어서 점점 더 심해지는 기상이변은
따지고보면 우리들 스스로가 자초한 환경재앙이기에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올해 통도사 <홍매 삼총사>는
이상기후로 매력이 예년보다는 못했지만
고난의 겨울을 몰아내고 포근한 봄을 여는
우리나라 매화계의 선두 주자로서의 소명을 잘 마무리하고
안개속에서 서서히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2016.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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