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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갤러리 ■/전시회.행사.공연

경남 도립미술관 - 사진과 도시 (2014. 04.)

 

 

 

 

 

2014년 경남도립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진행되는 『미술관 속 사진 페스티벌-사진과 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리고 경남도립미술관이 주최하고 미술관속사진페스티벌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더불어 대전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이 함께 참여하는 전국적인 사진페스티벌이다. ‘사진-한국을 말하다’라는 대주제 아래 대전시립미술관의 ‘사진과 사회’를 시작으로 경남도립미술관의 ‘사진과 도시’, 서울시립미술관의 ‘사진과 미디어’, 마지막으로 광주시립미술관의 ‘사진과 역사’라는 저마다의 주제를 가진 릴레이 전시가 사진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고자 진행된다. 4개 미술관은 사진 전시뿐만 아니라 주민 참여 이벤트, 학술행사 등 각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2014년 1월 10일부터 3월 21일까지 14차례에 걸쳐 사진이론가·사진평론가·전시기획자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들어볼 수 있는 워크숍 ‘사진과 담론’이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사진과 도시’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경남도립미술관의 사진 페스티벌은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사람답게 사는 공간의 가치를 상실한 삶의 터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 이 전시는 2014년 1월 16일부터 4월 16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 3층 4, 5전시실에서 진행되며 강홍구, 권순관, 김태동, 박승훈, 박홍순, 송성진, 안세권, 이광기, 이선민, 최원준 작가가 참여한다.

 

 

 

풍요로운 삶과 편리한 생활을 향유하기 위해서 도시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삶의 터전이다. 누구나 꿈꾸는 현대적 삶이라는 말 속에는 그래서 도시화가 전제되어 있고,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화는 그 자체로 성공의 상징이다. 그런데 성장과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화는 보존되어야 할 현재를 일거에 삭제하면서 삶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급속한 도시화는 우리가 삶을 영위해야하는 거주 공간으로써의 도시개념을 없애버린다. 이러한 도시풍경은 우리네 삶의 태도 또한 변화시킨다. 주위를 둘러보면 도시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으로 둘러싸여 우리로 하여금 산과 하늘을 대면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시선이 멀어질 때 사고의 여유로움이 생기고 그에 따라 자신의 삶을 돌아 볼 시간도 생긴다. 그러나 고층건물로 빡빡한 현재의 도시풍경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사는 우리네 삶을 무한 반복하도록 만든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모두 도시를 주제로 오랫동안 작업을 해 온 작가들이며, 이들의 눈을 통해 포착된 도시풍경은 결국 우리의 자화상이며 삶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는 도시적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작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삶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기록하고 재현하는 사진 전시이기에 보다 즉각적으로 도시풍경을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막연한 성공을 위해 정신없이 쫓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사진과 도시』전시를 관람한다면 하루라도 천천히 걷는 삶을 살아볼 수 있을 것이다.

(글출처 : 홈페이지) 

 

 

 

 

 

 

 

 

 

 

 

 

 

 

 

 

 

 

 

 

 

 

 

 

 

 

 

 

 

 

 

 

 

 

 

 

 

 

 

 

 

 

 

 

 

 

 

 

 

 

 

 

 

 

 

 

 

 

 

 

 

 

 

 

 

 

 

 

 

 

 

 

 

 

 

 

 

 

 

 

 

 

 

 

       4전시실

 

 

참여작가 설명

 

 

이선민 작가는 일상 속의 사람들을 포착하는 작가이다. 즉 일상적 풍경을 재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삶의 현장에 늘 존재하는 일상적 인물들을 뷰파인더에 담고 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왠지 어색하고 정적이다. 아마도 그것은 사진 속 공간이 하나의 무대로 설정되어 있기에 그러한 것이 아닐까. 인물들 역시 무대의 한 소품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라 주체적인 삶의 존재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특히 이번에 출품된 에 등장하는 엄마와 딸 혹은 자매의 모습은 분당 지역 중산층의 삶의 공간속에서 등장하는데 엄마의 욕망이 투사된 딸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성공의 잣대를 개인의 영역에서 가족의 영역으로 확대시키는 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집과 아이들의 이미지가 그 성공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삶은 무대화되고 대상화 되는데 이선민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하고 재현하고 있다.

 

 

 

김태동 작가의 시리즈는 우연한 시공간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의 조우를 시각화 하는 작업이다. 새벽 즈음 서울의 고요하고 스산한 어떤 길에서 이뤄지는 누군가와의 조우는 그 자체로 비일상적인 행위다. 인적이 드문 새벽길에 총총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멈춰 세워 카메라 앞에 세우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잠시 생면부지의 사람과 이뤄지는 뜻밖의 사건은 그저 스산하고 한적하기만 한 길을 일상과 비일상을 횡단하는 매우 특별한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그 길에 서있는 인물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그 인물이 사진 속 공간을 유의미하게 만들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존재에 대한 서사는 몰라도 존재 자체는 깨달을 수는 있는 것이다. 일상이 멈춰 선다는 것. 그것은 나의 삶이 어떠하든 그것의 유의미함을 문득 깨닫는 순간이다.

 

 

 

강홍구 작가의 <사라지다-은평 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은 제목 그대로 지금은 사라진 은평 뉴타운의 과거 흔적들을 담고 있다. 2001년 불광동으로 이사하면서 자연스레 접하게 된 은평구 일대의 소박한 마을 모습은 강홍구 작가에게 일상 속 미적 대상으로 다가왔고, 이를 하나하나 포착하는 것은 일상적인 산책이자 작업의 연속이었다. 이후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된 은평구 일대에서 소소하고 조용한 일상은 자취를 감추었고 대규모 자본에 의한 도시정화사업만이 활개를 치게 된다. 그 과정 전체를 묵묵히 들여다보고 있는 <사라지다-은평 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은 그래서 일상적 삶의 풍경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일상을 파괴하는 재개발 현장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광기의 <7채널 아날로그>는 하나의 구조물이 구축되는 과정을 일곱 군데에서 1년 동안 촬영한 사진들의 집합체이다. 2~3일 간격으로 매번 가파른 언덕을 올라 대략의 같은 위치 일곱 곳에서 1년 동안 촬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촬영된 1년 간의 기록은 7개의 각기 다른 모니터를 통해 재생된다. 건축물이 구축되는 과정은 긴 시간을 요하는 일이기에 일반인들은 대부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만다. 그러다 건물이 완공단계에 이르면 그제서야 ‘우와! 건물이 벌써 들어섰네.’라고 생각하고 건물에 대한 인식이 이뤄진다. 이광기 작가는 이러한 인식과정에서 삭제된 시간을 기록하고 복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구조물의 구축과정은 압축된 시간과 흔들리는 시선에 의해 독특한 영상으로 구현된다. 삭제된 시간의 흥미로운 여행을 기대해볼만하다.

  

 

 

 

 

 

 

 

 

 

 

 

 

 

 

 

 

 

 

 

 

 

 

 

 

 

 

 

 

 

 

 

 

 

 

 

 

 

 

 

       5전시실

 

 

 

참여작가 설명

 

 

권순관의 <영역으로부터 고립되다(Isolated from the Territory)> 시리즈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간극을 활용한 재기발랄할 작업이다. 얼핏 사진의 이미지는 도시 건축물의 조감도를 떠올리게 한다. 도시를 구성하는 거대 건축물이 표백화 되어 인공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는 것. 무미건조하면서 세트화 된 도시 이미지는 사람이 살지 않는 초현실적 공간으로 느껴지는데 흥미롭게도 작품의 제목은 그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제목을 확인한 이후에야 우리는 그 이미지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사실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집합체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이미지는 삶과 일상을 숨겨버리고 삭제하기 일쑤다. 권순관 작가는 그렇게 가려진 진리의 순간을 사진을 찍고 이미지화 하는 과정에서 슬며시 드러낸다.

 

 

 

송성진 작가는 도시 문제를 10년 넘게 탐색하고 이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최근 몇 년 간은 사진을 통한 도시 구현에 집중하고 있는데 도시의 이미지를 포획하기 위한 거리두기를 하나의 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오륙도>(2014)와 <방해제>(2011)은 바로 그런 거리두기로 포착한 대규모 빌딩 단지의 풍경이다. 특히 <오륙도>는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이 묻어 있는 ‘용호마을’이 변화된 모습이다. 도시의 끄트머리, 개발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형성된 서민들의 주거 공간이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장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면서 힘 있는 자의 거주와 힘 없는 자의 이주가 강제된다. <거주와 이주> 시리즈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도시를 이해하는 작가의 동일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자본에 의해 강제로 이주되는 이들의 주거공간을 작가 스스로가 새로운 공간에 통째로 이주토록 해보는 작업은 미개발지역과 삭제되는 거주공간의 보존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최원준의 시리즈는 도시 속에 숨어 있는 군사시설을 추적하는 작업이다. 정확히 말해 이 공간은 군사정권시절 수도방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설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전쟁 발발 시 군 또는 정부 수뇌부가 은신하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을 일컫는다. 흥미로운 건 이 장소가 자신을 위장하고 실체를 감추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드러나는 외관은 군사시설임을 짐작하기 어려운 형태를 띠고 있다. 심지어 과도한 냉전시대의 막이 내리면서 그 기능을 상실하고 폐허로 남게 되는 비운(?)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뉴타운정책과 맞물리면서 시설 자체가 파괴되어 없어지는 사태에 직면했다. 남한 사회에서 공고해 보이는 안보 정책도 시대의 흐름과 특히 자본의 논리 앞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사건을 이 시설들의 흔적에서 목격할 수 있다.

 

 

 

박승훈의 시리즈는 분명한 사진이지만 일반적인 사진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의 사진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완결성과 연결성을 분절성과 파편성으로 치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연하자면 그의 작품 이미지에는 현상과정에서 드러나고 인화과정에서는 사라지는 필름이 재현 대상의 이미지와 함께 그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기에 그러하다. 그렇게 드러난 16mm 영화필름의 씨줄과 날줄은 이미지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분절된 점과 면의 인위적 구성물임을 폭로하고 있다. 즉 숨겨져 있던 이미지의 분절성과 파편성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기에 그의 작업이 사진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이유로 그는 사진의 원리와 특징을 보다 명확하게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작업에서 재현된 대상의 원본을 상상하기 보다 이미지 자체의 구성을 바라보게 되고 그 물리적 특질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박홍순의 <파라다이스> 시리즈는 기존에 그가 보여줬던 한국의 풍경과 사뭇 다른 어조를 구사하고 있다. 찬란하게 보이는 이미지들은 서울의 한강, 대전, 부산의 해운대를 멋들어지게 포착하고 있다. 맑고 푸른 산과 구름, 청명한 하늘은 도심 속 산림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공간들은 ‘파라다이스’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즉 일상이라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동경의 공간으로 비춰진다. 거의 대부분의 작업에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작가의 입장이 개입되어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이미지가 적막하고 스산한, 왠지 현실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결코 일상의 영역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적 공간으로서의 ‘파라다이스’. 그렇게 파라다이스는 우리 앞에 현현되지 않고 끊임없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안세권은 재개발로 사라지는 옛 동네의 길과 풍경을 사진과 영상을 통해 오랫동안 이미지화하고 있는 작가다. 그 이미지는 재개발로 사라지기 직전의 동네 풍경이기에 적막감과 슬픔을 담고 있지만 온도는 대체로 따사롭다. 아마도 그것은 사진 속 장소가 그곳에서 마지막까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임을 작가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8×10인치 필름으로 된 라이트 패널에 투사된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는 이런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그저 폐허로 읽혀버릴 그 곳이 여전히 누군가가 숨 쉬고 살고 있는 소중한 삶의 터전임을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알게 된다. 함께 출품된 <부산 해운대 파노라마 2011>(2013)은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인데, 숨 쉴 틈 없이 화면을 가득 채운 해운대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해운대 바닷가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초고층 빌딩숲은 외부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 하나의 철옹성이다. 이 파노라마 사진 속에서 초고층 빌딩들은 견고하고 거대한 성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항상 건설 중인 폐허를 생산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