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인조가 머물렀던 정자, 달성 하목정(達城 霞鶩亭)
- 기자명 김진섭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라온
- 입력 2023.05.09 13:52
달성 하목정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하산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정자 건축물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낙포(洛浦) 이종문(李宗文:1566~1638)이 임진왜란이 평정된 후 1604년(선조 37)에 하목정을 짓고 강산의 풍경에 묻혀 만년을 보낸 곳이다.
인조가 머물렀던 정자
하목정은 낙동강변의 형제암 석벽 위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도시화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예전의 모습은 앞으로는 십리 명사(明沙)가 있고 멀리는 가야산과 비슬산이 둘러싸여 있어, 저녁노을이 낀 명사십리에 하늘을 나는 따오기의 모습이 장관을 이뤄 하목정이라는 정자명이 유래하였다.
하목정은 인조가 왕손으로 있을 때인 능양군(綾陽君) 시절에 유숙하고 간 곳으로 각별한 점이 있다. 그래서 사대부가 지은 정자 중에 유일하게 겹처마를 달아낸 부연(婦椽)이 있는 정자이다. 능양군이 하목정에 다녀간 이후에 왕이 되었다. 훗날 이종문의 아들 수월당(水月堂) 이지영(李之英:1585~1639)이 어전에 입시하자 인조가 이지영을 알아보고 특별히 은 200냥을 하사하고 부연을 달 것을 명령하였다. 또한 ‘하목당(霞鶩堂)’ 세 글자를 큰 글씨로 써서 현판을 하사하였다.
하목정의 정자 이름은 당나라 왕발(王勃)이 지은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가지런히 날아가고 가을 물은 먼 하늘색과 한 빛이네(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라고 한 구절에서 취한 것으로, 주변의 강산 풍월을 나타낸 말이다.
하목정에는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을 비롯한 당대의 명사들이 읊은 시가 남아 있고, 조선 말기의 영재(寧齋) 이건창(李建昌), 창강(滄江) 김택영(金澤榮) 등의 시가 걸려있다.
하목정의 공간구성
하목정은 원래는 제택(第宅)의 사랑채였으나 안채가 없어진 후 정자로 사용되고 있다. 앞면 4칸, 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홑처마 팔작지붕 기와 건물이다. 평면은 왼쪽으로부터 6칸 대청마루를 두고, 앞뒤 2칸의 온돌방을 두었다. 앞의 온돌방의 전면에 누 1칸을 달고, 뒤쪽에는 온돌방 1칸을 내어 전체적으로 丁자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처마 곡선도 부채 모양의 곡선으로 처리되었다.
하목정은 "丁"자형 평면을 가진 것도 독특하지만 건물의 용도를 주인과 하인이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며, 또한 공적 목적이 큰 커다란 사랑대청을 가지면서도 사랑윗방 앞에 개인적인 공간인 누마루를 설치한 것은 조선 중·후기 별당건축의 한 예를 보여준다.
가구구성은 5량과 3량의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체적인 가구의 구성은 두꺼운 부재를 사용하면서도 건물고를 높여 건물이 둔중해 보이지 않으면서 당당한 기품을 지니고 있고 시원한 공간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또한 중대공과 대공을 포대공으로 꾸미는 등 고급의 장식과 치장을 곁들이면서도 화려해 보이지 않는 건물이다.
하목정의 창틀에서 주목되는 것은 영쌍창(欞雙窓, 중간설주)의 흔적이며, 사랑윗방의 정면 창호, 대청 측면 부분, 대청 배면의 어칸 부분의 창 윗틀에서 영쌍창의 홈 흔적이 보인다. 이러한 영쌍창의 모습은 17세기 이전의 사랑방이나 안방의 전면 창호 또는 대청의 창에서 많이 쓰이던 것으로 18세기에서도 일부 이어져 왔던 수법이며 건축의 연대를 파악하는 중요한 잣대로 여겨지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러한 하목정의 건축적 특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건물은 조선 중기에 건립된 평면형태가 독특한 丁자형의 정자형 별당건축으로 공간구성과 세부기법 및 의장 등에는 많은 특색이 나타나고 있어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만한 역사적, 건축적,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
하목정의 주위는 흙담이 둘러싸고 있으며, 하목정 앞 연못 근처에는 오랜 세월을 같이 한 배롱나무(백일홍)가 있다. 여름 한 철 붉게 피어난 백일홍이 절정에 이르면 고택과 어울려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출처 : 위키백과]
주소 :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하목정길 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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