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인(刻印) - 한국근현대목판화 100년
전시 기간
2021-10-29 ~ 2022-02-06
전시 장소
경남도립미술관 1층, 2층
우리나라 목판인쇄문화와 목판화 전통은 유구하다. 세계 최초 목판인쇄물인 신라시대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이후 금속활자의 모태가 되는 목활자로, 또 조선시대엔 부모은중경, 오륜행실도, 대동여지도 등의 목판화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최초이자 가장 높은 수준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서적의 삽화, 시전지, 능화판, 떡살, 각종 문양 등 생활에서 매우 다양하게 활용된 인쇄문화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인쇄술과 장식성을 겸비한 시각문화의 중요한 축이었다.
근대기 서구 인쇄술의 유입은 목판문화와 목판화의 자연스런 쇠퇴를 동반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근대적 매스미디어인 『한성순보』,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대한민보』 등과 여러 책의 표지화와 삽화를 통한 목판화의 흐름은 계속되었다. 많지는 않지만 ‘개화’와 ‘항일’의 시대정신을 담은 이미지들도 생산되었고. 이런 흐름은 해방공간 이후 지금까지도 출판미술목판화로 지속되고 있다.
한국현대판화는 1958년 한국판화가협회의 창립전을 그 기점으로 본다. 화가들에 의한 순수미술 판화가 그 기준이다. 그러나 이미 그 이전에도 출판미술 뿐만 아니라 순수미술작품으로도 목판화는 존재했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작품이 유실되고 또 체계적인 기록을 못했을 뿐이다.
이번 전시는 근대기부터 지금에 이르는 출판미술목판화와 순수미술목판화를 아우른 20세기 한국 근현대목판화를 1부로 하고, 2000년대 이후 20여 년간 한국현대목판화의 성과를 2부로 설정해 한국근현대목판화 100년의 흐름을 조망한다. 시대적 순서로 나열하자면, 개항기-일제강점기-해방공간-한국전쟁기-1960년대 한국현대목판화 모색기-1970년대 실험기-1980년대 정착기-1990년대 확장기-2000년대 증폭기로 요약할 수 있다.
전시는 1, 2부의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구성된다. 1, 3전시실은 2000년대 한국을 대표할만한 목판화 작가들의 대형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민중의 삶과 공간을 동시에 조망한다. 2전시실은 아카이브 형식(자료전시)으로 구성해 1900년대 이후 출판미술과 1950년대 이후 목판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2층 특별전시실에서는 조선시대 책표지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했던 능화판(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전시를 마련해, 근대 이전 인쇄문화를 소개한다.
전시구성
1부 : 출판미술목판화, 1950-90년대 모더니즘/민중미술 주요작가
2부 : 강경구, 김억, 김준권, 류연복, 서상환, 안정민, 유대수, 윤여걸, 이윤엽, 정비파, 정원철, 주정이
특별전 : 조선시대 능화판
2021 동시대미술기획전 《돌봄사회》
전시 기간
2021-10-29 ~ 2022-02-06
전시 장소
경남도립미술관 3층
《돌봄사회》는 재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오늘날 삶의 지속을 추구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서 ‘돌봄’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돌봄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유아 돌봄 교실’, ‘장애인 돌봄 센터’,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돌봄은 어쩐지 ‘특정한’ 대상을 위한 것인 듯하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 돌봄을 주고받는 경험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사실 누구나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돌봄을 경험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은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개체라기보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며 상호의존은 본질적인 우리 삶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 중심의 근대 사회에서 수익으로 환원될 수 없었던 돌봄은 가치절하 되어 가족 내 보이지 않는 사적 활동으로 여겨졌다. 이후 시장에 던져진 돌봄은 외주화, 상품화를 거쳐 저임금 노동으로 재생산되었고 취약계층, 이주자, 제3세계 빈곤층 등에 할당되었다. 돌봄은 무관심의 역사 속에서 배제되어온 존재들의 아픈 현실을 공유한다.
최근 전 세계적 전염병 창궐은 돌봄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여전히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방역현장의 의료진, 학교가 문을 닫는 날이 늘어나 방치된 취약계층 아이들, 집단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각종 보호시설과 교정시설 등 가장 먼저 재난의 위험이 향하는 곳은 돌봄이 무너진 자리였고, 결국 이러한 위기는 모두의 일상적 삶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돌봄사회》는 이와 같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예술이 우리를 중요하다고 여겨져야 할 것들에 대한 사유와 실천의 지평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믿고, 현대 사회의 돌봄 구조를 들여다보고 우리 삶의 중심에 돌봄을 두기 위한 조건들을 탐구한다. 돌봄 다학제 연구 집단인 ‘더 케어 컬렉티브’에 따르면 돌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인데, 이 능력은 이 지구상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과 생물체들이 번성하고, 지구도 함께 번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사회적, 물질적, 정서적 조건을 마련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더 케어 컬렉티브의 돌봄을 끌어와 여섯 명의 국내외 예술가들과 함께 돌봄 요구와 응답이 발현되고 있는 구체적 상황들을 주목함과 동시에 우리의 몸, 가족, 공동체 그리고 지구를 돌보는 실천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할 수 있는지 공감각적으로 인식해 보고자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고유한 문화적 조건과 역사적 배경에서 질병과 장애, 신체적 제한, 노동 불안정성, 이주 공동체, 차별, 혐오,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들을 교차하는 돌봄의 다층적 구조에 접근하고 있다.
전시는 현대 사회에서 질병, 장애와 같은 아픔을 규정하는 이분법적 조건과 제도가 돌봄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지 그 현재적 징후들을 살피며 시작한다. 그리고 아픈 몸을 돌보며 인간의 근본적인 취약함과 불완전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발현되는 돌봄이 가진 저항과 회복의 힘을 감각하기를 시도한다. 나아가 스스로를 온전히 돌보는 일상의 실천들이 어떻게 만연한 각종 혐오와 차별을 넘어 타자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타자와 돌봄을 주고받을 때 생성되는 정동(情動)을 추적하며 정서적, 신체적 공명을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조금 더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마주하고, 대화하고, 돌보며 함께 하는 삶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하며 마무리한다.
《돌봄사회》는 동시대 미술을 통해 앎과 실천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이번 전시가 만연한 무관심을 극복하고, 자신과 타자를 돌보는 보다 나은 삶에 대하여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더 케어 컬렉티브, 정소영 옮김, 『돌봄선언』, 니케북스, 2021, p. 18.
( 이상 글출처 :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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