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은
남해의 푸른 바다를 안고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이다.
마산시는 조선 말기인 1914년에 마산부로 개편된 이후
1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경남 제일의 도시였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의 여파와 일부 정치인들의 그릇된 판단으로
지금은 통합창원시로 흡수되면서 마산합포구와 회원구로 나뉘어
겨우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옛시인이 꿈에서도 그 푸른 물결을 잊지 못하던
<가고파>의 고향이 마산이다.
마산합포구 덕동동 현장은
마산의 옛도심으로 부터 서남쪽으로 약 8km쯤 떨어진 교외 해안가
언덕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옛날에 해수욕장이 있었던 가포만은 메워져서 최근에 가포신항이 들어섰고
마창대교가 개통되고 점점 확장되는 도시화의 그 경계 지점인 덕동만 고갯마루 위,
마산 앞바다가 잘 내려다보이는 덕동동이 우리의 현장이다.
현장이 위치한 주변의 덕동 마을은
청량산과 당마산의 계곡을 따라 취락들이 드문드문 형성되어
채소농업이 주를 이루고, 덕동만을 중심으로 하는 해안에서는 홍합의 양식도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농어촌의 모습이지만,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해안도로변의 전망이 좋은 곳에는 횟집과 카페들이
성업 중인 마산 구도심의 배후지역에 속하는 바닷가 마을이다.
인근의 이름난 카페 중에는 주말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명소가 있는데 이름이 ‘지중해’이다.
‘낭만의 바다’ 지중해는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세 대륙에 둘러싸인 육지속의 바다로서
부드러운 햇살과 푸르고 잔잔한 파도가 반짝이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휴양지의 대명사로 통하는 곳이다.
덕동 현장을 지난해 가을에 처음 본 후, 그 뒤에도 여러 번 다녀왔는데
항상 덕동만의 푸른 바다와 카페 <지중해>,
그리고 간혹 해안도로를 따라 바람을 가르며 사라지는 자전거들이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았었다.
마침내 나는 오래전에 유명했던 포카리스웨트 광고 CF를 떠올렸다.
하얀 원피스의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긴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지중해의 낙원, 온통 하얀색 천지의 산토리니 마을 골목길을 가로질러
푸른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갓 데뷔한 손예진의 청순함과
블루와 화이트의 환상적인 대비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던
광고의 배경 마을은 백색의 낙원, 그리스의 산토리니 마을 이었다.
에개해의 남쪽 키클라스제도의 남쪽 끝에 있는 섬, 산토리니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류 최후의 아틀란티스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설계 프로젝트의 이름을
가칭 <덕동 산토리니>로 임시로 정하고
파란색 꿈과 하얀색 구상을 덕동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유럽의 남동쪽 발칸반도 남단에 위치한 그리스는
옛날 찬란한 고대문명이 싹을 틔웠던 곳이다. 신비로운 고대 유적을 찾아서
혹은 지중해의 낭만적인 섬들을 보러 여행자들은 그리스로 떠난다.
특히 지중해, 에게해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섬들은 이국적인 풍경을 간직하며
여행자들을 흥분시킨다.
'산토리니’는 그리스 섬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산토리니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아찔한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이국적인 마을.
고유한 특성을 가진 14개 마을이 화산섬에 흩어져 있는데
그 중 이아마을과 피라마을이 대표적이다.
산토리니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피라마을’에는 호텔을 비롯한 숙박시설과 여행사,
레스토랑, 상점이 몰려 있어 여행자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특히 그리스 여행 성수기인 6월부터 8월 사이에는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성수기를 피해 5월이나 9월에 산토리니를 찾는다면
좀 더 여유롭고 한적하게 섬을 둘러볼 수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피라마을 절벽에는
하얗고 파란 건물들이 그림처럼 세워져 있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아기자기하고 눈부신 자태를 뽐낸다.
피라마을의 좁은 골목을 따라서 아담한 집과 예쁜 부티크들,
수많은 기념품 상점이 늘어서 있다.
특별한 이벤트나 액티비티가 없어도 천천히 마을을 거니는 것으로
피라마을 여행은 충분하다.
환상적인 석양으로 유명한 이아마을 역시 새하얀 건물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해가 질 무렵 이아마을 테라스에 앉아 하얗게 채색된 집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자.
산토리니의 매혹적인 풍경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글자료 : 매일경제)
<덕동 산토리니>의 건물 규모는 2층으로서 70평 규모이지만,
2층 부분을 전면 도로쪽으로 바짝 위치시켰고
향후 용도변경을 고려한 과도한 발코니의 확장과
건물 중심부의 이미지 타워인 원형의 옥탑(물탱크) 때문에
건물은 기대 이상의 스케일감으로 다가온다.
<덕동 산토리니>의 외벽의 주재료는 외단열마감재의 대명사인
드라이비트(혹은 스타코플렉스)이다.
드라이비트는 아주 경제적인 외벽마감재료이면서도
다양한 컬러와 자유자재로운 형상의 건물 디자인이 가능하고
외관과 질감을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내구성이 약하고 먼지와 빗물 등에 의한 외벽의 얼룩이
문제점으로 자주 나타난다.
<덕동 산토리니>의 옥상 파라펫(난간) 부분의 형상은
다소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 이유는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첫번째는 기능성이다.
난간 밖으로 콘크리트 턱을 내밀어 빗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림을 미연에 방지하여
얼룩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물론 시공자의 불평과 반대가 있었지만 연구와 노력없이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기에
설계자가 강력하게 밀어부친 결과물이다.
두번째는 의장성이다.
<덕동 산토리니> 외관의 주재료는 드라이비트이다.
값 싸고 우리 주변에 아주 흔한 건축마감재료이다.
어쩌면 건축마감재료는 사람과 비교하면
의복(옷)과 같은 역할을 하는 최종 패션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값 비싼 메이커 옷과 짙은 화장으로
허영이 난무하는 현재의 상업건축환경에서 나는 저렴하고 수수한 옷을 골랐다.
그렇지만 결코 메이커에 밀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옷보다는 진솔한 얼굴과 세련된 체형으로 승부하는
약간의 몸짓이 필요했었다.
<덕동 산토리니>는 그린벨드지역에 신축된 상업용 건축물이다
아시다시피 그린벨드지역은 건축행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다
하지만 원주민에 대한 예외조항을 활용하여 1차적으로 주택으로 허가를 받고
다시 2차적으로 카페로 용도변경하는 아주 어려운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겪고서 탄생한 건물이 <덕동 산토리니>이다
그래서 나는 그 복잡하고도 영악한 인.허가 과정과
건축비와 디자인에 대한 건축주의 몰이해 때문에
<덕동 산토리니>의 옥외공간공사와 마무리를 보지 못하고 중간에 손을 떼게 되었고
건물은 올해 봄에 준공되었지만, 2015년의 마지막 날에
이 건축 후기를 쓰게 되었다
201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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