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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32 화엄사 매화.3 ( 2013.04.07.) - 봄비와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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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3월 30일)에도 들렀지만

이번 주가 매화가 가장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1주일만에 다시 화엄사를 찾게  되었다.

 

 

주말에 폭우가 쏱아진다는 예보가 있어서 갈등했는데

일요일 오전에는 그칠 거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들려

토요일은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일요일(4월 7일) 새벽에 화엄사로 출발했다.

 

 

군북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하여

화엄사 매표소에 도착하니 7시 30분이다.

새벽이라 관람료는 당연히 공짜일거라 생각하고

차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매표소 앞을 통과하려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징수원이 쫒아 나온다.

화엄사에 갈때마다 건물이 새로 생기고, 신축불사로 요란했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새벽에 출발할 때, 경남쪽은 비가 그쳤었는데

전라도 땅으로 들어서니 보슬비가 계속 내리기 시작하였다.

화엄사에 도착하여 차문을 여니

안개 뭍은 찬 공기가 훅 밀려 온다.

산 속이라 그런지 더 차고 몸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이다.

'그래, 매화여행은 추울 때가 제 맛이야!'

관광객 하나 보이지 않는 일주문을 호기롭게 들어섰다.

 

 

 

지난 주 왔을 때는 전혀 피지 않았던 벚꽃이 활짝 피었고

앞산은 봄비를 머금고 기지개 켜는 소리가 요란한데

먼산 노고단에는 밤새 눈꽃이 피었다.

 

 

각황전 아랫마당에 도착하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역시, 폭풍우 속을 뚫고 다니는 진사님 들이다.

 

 

화엄사 흑매는 지난 주보다 좀더 성숙해졌고

그 선홍색 빛깔은

봄비 속에서 유독 선명해서 더욱 애처롭고

그 향기는 안개를 타고 가슴속을 파고든다.

 

'비와 매화' 

    '비와 당신'......

 

 

 

그렇게 1시간 정도 보냈던 것 같다.

추운 건 참을 수 있겠는데

손이 시러서 이젠 내려가야 겠다.

 

 

 

 

 

 

 

 

 

 

 

 

 

 

 

 

 

 

 

 

 

 

 

 

 

 

 

 

 

 

 

 

 

 

 

 

 

 

 

 

 

 

 

 

 

 

 

 

 

 

 

 

 

 

 

 

 

 

 

 

 

 

 

 

 

 

 

 

 

 

 

 

 

 

 

 

 

 

 

 

 

 

 

 

 

 

 

 

 

 

 

 

 

 

 

 

 

 

 

 

                                                             길상암과 야매

 

 

 

 

 

 

 

화엄사 뒤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자연주의의 극치, 모과나무 기둥'으로 유명한 구층암이 있고

그 아래 대숲을 지나면 길상암이 나온다.

 

 

길상암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야매'가 한 그루 있다.

야매는 사람이 심지않고 자연이 심은 '들판의 매화'라는 말인데

원래 4그루가 있었는데, 3그루는 오래전에 고사하고

유일하게 한 그루가 남아 해마다 하얀 꽃을 피운다.

 

 

그런데 올 해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에 가지 끝에 꽃송이가 몇 개 보이길래

이번 주말에는 제대로 피었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가지의 끝의 그 꽃송이마저 사라졌다.

 

 

매화가 아무런 댓가 없이

그 고운 기상과 맑은 향기를 

나에게 영원히 줄 줄 알았는데

아픔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올 해는 푹 쉬고 기운을 차려

내년에는 

푸른 대밭을 수 놓던

그 늘씬하고 새하얀 자태를 다시 볼수있기를 빌며

산안개가 걷혀가는 절집을 내려왔다.

 

 

 

 

                                                                                     2013. 04.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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