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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영화 이야기

영화이야기 -003. <설국열차> - ‘나, 우리 그리고 미래’

 

 

 

 

 

      영화 '설국열차' - ‘나, 우리 그리고 미래’

 

 

2013년 우리 한반도의 여름은 재난영화만큼이나 극과 극으로 뜨거웠다.

위쪽 중부지방은 2달 내내 기록적인 장마로 물난리를 겪었지만

남부지방은 장마는커녕 가뭄과 폭염으로 소낙비 구경조차 힘들었다.

 

모두가 하늘을 원망하며 힘들어 하는 이 계절에,

때마침 남부지방의 이 유례없는 불볕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줄

블록버스터 영화 한편이 7월 31일, 어제 개봉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이다.

 

봉준호 감독이 누구인가?

2003년도의 작품, <살인의 추억>은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높은 평가와 함께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고,

그 뒤 3년 만에 연출을 맡은 세 번째 장편 <괴물>(2006)은 칸영화제에서의 호평 뿐 만아니라,

2006년 8월 국내 개봉하여 최단기 천만 관객 돌파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던

충무로의 대세이자 ‘젊은 피’ 감독이다.

영화를 고를 때, 배우보다는 감독을 보고 선택하면 실수가 없음은 삼척동자와

극장 앞 노숙자도 다 아는 상식에 속한다!

 

 

 

 

          ( 이하 사진자료 출처 :  DAUM 영화 )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은 프랑스 SF만화인 <메트로 2033>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작 만화와 영화 사이에는 스토리적 연관성이 별로 없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의 세계관에 매력을 느끼고,

그 세계관과 모티브만을 따와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로 만화 원작이 있긴 하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각 열차 칸의 컨셉 등은

모두 감독의 손에서 다시 재탄생되었다.

 

400 억이라는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설국열차'는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우리의 세 번째 영화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김지운 감독(라스트 스탠드)과 박찬욱 감독(스토크)이

할리우드에서 직접 영화를 만든 적이 있지만 그 반응은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시사회를 통하여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하니 일단 기대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우리의 기획과 우리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설국열차'에는 할리우드의 쟁쟁한

스타들도 출연한다.

영화 <어벤져스>로 국내에 알려진 미국배우 크리스 에반스가 반란을 이끄는 혁명의 지도자로,

우리의 호프, 송강호는 열차 안에 탑승한 유일한 열쇠 보안전문가로 출연한다.

<더 락>의 에드 해리스는 열차의 절대 권력자로, 틸다 스윈튼은 열차의 제2인자로

화려한 연기를 펼친다. <괴물>에서 어린 딸로 출연해 안타깝게 희생되었던 아역배우 고아성은

열차 속에서 태어난 17세 소녀로 등장한다.

 

 

 

 

 

 

 

 

 

 

 

 

‘DAUM 영화’에 소개된 '설국열차'의 스토리는 대충 이렇다.

 

“새로운 빙하기, 그리고 설국 17년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 <설국열차>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그들 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영화 ‘설국열차’는 지구온난화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채택된 CW-7 가스 살포(2014년)가

실패하면서 오히려 지구에 재앙을 초래하여, 지상의 모든 것이 얼어붙는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인류가 멸망하자, 유일한 도피처이자 생명선인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만 살아남았고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뒤(2031년)의 열차 속 세상과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로이 도래한 빙하기의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 안에서 고통과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에 탄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자유와 행복이 있는 앞쪽칸을 향해서 한 칸 한 칸

전진하면서 장애와 적(권력자와 부자)들을 돌파하는 이야기를

때로는 무자비한 폭력이 난무하게 때로는 아주 철학적으로 그렸다.

 

하지만, 지구 최후의 생존자들만을 태운 채 무한정 지구를 돌고 있는 ‘폐쇄된 생태계’인

‘설국열차’ 속의 세상도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인간 삶의 축소판,

인류의 축소판’이라고도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폐쇄되고 한정된 열차 공간 속에서도 평등과 불평등, 물질적 풍요에의 욕망,

행복과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자본의 논리에 의한 분명한 계급사회와

관리시스템이 작동한다.

 

 

 

 

 

 

 

 

 

 2시간 동안의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 불이 다시 켜졌을 때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디테일에 강한 평소의 봉준호 감독 영화와는 좀 색다르다는 느낌,

방대한 원작 내용을 2시간으로 압축하기에는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느낌,

영화가 전반적으로 어둡고 주제가 좀 무겁다는 느낌,

오락성 위주의 일회성 영화가 판을 치는 여름 극장가에 모처럼 생각하는 영화가 나왔다는 느낌,

그래서 영화가 흥행에서는 좀 고전할 것이라는 느낌,

그래도 관객 1000 만 명은 돌파할 것 같다라는 느낌

등등이 교차되었었다.

 

 

 

 

 

 

 

 

 

 

‘설국열차’ 시사회 이후에 쏟아진 언론사의 수많은 감상후기 중에서 아랫 글이

봉준호 감독의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한 듯싶다.

 

“꼬리칸을 앞쪽 칸과 격리시킨 네 개의 방어벽이 한꺼번에 열리는 시간은 점호 시간 중 단 4초.

그 짧은 시간 내에 꼬리칸을 넘어 앞쪽으로 향하는 밑바닥 신분의 사람들의 모습은

봉준호 감독 전작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준 추격전만큼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영화 초반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갈수록 느껴지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하지만 ‘설국열차’는 초반 보여준 속도감과 짜릿함과 달리 방어벽을 넘어설 때마다

쾌감이 극대화 될 것이란 예상을 가차 없이 깨버린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당신은 어느 칸에 타고 있습니까’라고 되물으며 혼란스러움을 안기고,

이를 통해 ‘설국열차’는 소수가 만들어놓은 계급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다수의 고뇌를 표현한다.

희생을 감수하고 방어벽을 열 것인지, 아니면 이정도의 반격에서 만족할 것인지 말이다.

 

이렇듯 봉준호 감독은 화려한 CG와 최다 제작비가 소요된 기차 짐벌 세트,

배우들의 출연료를 모두 포함한 400억 제작비로 완성한 ‘설국열차’를 통해

겉보기에만 좋은 오락 영화가 아닌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묻는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설국열차’는 과연 새로운 세계의 대안인가 아니면

지금껏 이어온 삶의 연장선인가 - 티브이데일리 이소담 기자 “

 

 

봉준호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번 '설국열차'는 정말 돌직구라 할 수 있다. 난 지적인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머릿속에 뭔가 자꾸 맴도는 건 좋다.

그러나 뭔가 있는 척 설교하는 영화는 나 스스로도 보고 싶지 않다.

나도 모르게 가랑비에 젖듯이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철학적 설교가 아니라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웠을 때 한 번 더 생각나는

여운이 있는 작품을 지향하고 있다 - 감독 봉준호

 

 

 

 

 

 

 

 

 

우리가 만든 영화 '설국열차'는 전 세계 167개국에 이미 사전 예약판매를 완료하고

7월 31일, 세계 최초 한국 개봉을 시작으로 북미, 프랑스, 일본, 동남아시아 등으로

월드 와이드 개봉을 단행하였다.

이처럼 한국영화가 개봉 전후를 통틀어 전 세계 주요 국가에 판매되는 경우는

역사상 최초일 뿐만 아니라, 순수하게 우리의 힘으로 만든 한국영화의 작품성과 상업성이

세계에서도 통했음을 확인시켜 주는 문화 컨텐츠적 측면에서도 대단한 성과를 이룩하였다.

 

 

저는 7월 31일 저녁, 개봉 당일에 창원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

관람을 마쳤습니다.

영화가 만화적인 상상에서 기획되었고, 다소 폭력적인 장면도 있고 주제가 좀 난해한 점도 있지만

일회성 오락영화보다는 가슴에 남는 영화를 선호하시는 영화매니아 분들께는 강추합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전 작품 <괴물>이 개봉 22 일만에 관객 1000 만 명을 돌파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설국열차'가  그 기록을 한방에 시원하게 날려 버릴 것을 기대하며 응원도 해 봅니다.

우리 영화와 봉준호 감독을 좋아하는 영화매니아의 한 사람으로로서!!

 

 

장마마저 실종되고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이 요상한 계절의 잠 못 드는 이 여름밤에

'설국열차'를 통해서 ‘우리와 사회’, ‘인류와 미래’에 대해서 잠시 고민해보는

건강하고 행복한 여름들 나시기 바랍니다.

 

 

                                                                                                                 

                                                                                 2013. 08.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