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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영화 이야기

영화이야기 -002. < 미드나잇 인 파리 > - 파리는 밤마다 마법에 걸린다

 

 

 

 

 

 

 

(사진 출처: DAUM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 파리는 밤마다 마법에 걸린다 -

 

 

 

 

 지난 주말에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영화 한편을 보았다. ‘Olleh TV의 반짝 할인영화’에서 1000원을 지불하고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를 재미있고 편하게 감상했다.

 요즘은 IPTV가 잘 보급되어 수십 년 전의 고전영화에서부터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따끈따끈한 영화까지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물론 극장의 대형화면과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와 음향 면에서는 훨씬 뒤떨어지지만 여러모로 극장 가기가 쉽지 않은 중년의 영화마니아로서는 아주 유용하고 실리적인 영화감상 방법이 생긴 것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 파리에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통해서 과거의 위대한 예술가들과 조우하고 사랑하고 고뇌하고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메시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감독까지 한 우디 알렌은, 한때 우리나라 출신의 수양딸과 결혼하여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한 적도 있지만, 비상업주의적 작가정신이 투철한 만능예술가로서 40여 편의 작품을 연출한 미국 출신의 배우이자 감독이다.

 그의 명성에 비해 작품들은 주제가 난해하고 비오락적, 비자극적이라 일반 관객들에게는 지명도가 낮고, 사실 나도 그의 영화를 끝까지 본 작품은 없다.

 

 그러나 ‘미드나잇 인 파리’는 우디 알렌 감독의 2011년도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여름에

개봉하여 좋은 반응을 받았다. 그리고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버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고 흥행에까지 성공하여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은 감독 자신도 의아해 했다고 하는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아덤스)와 파리로 여행 온 소설가 길(오웬 윌슨).

파리의 낭만을 만끽하고픈 자신과는 달리 파리의 화려함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네즈에게 실망한 길은 결국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산책하게 된다.

 매일 밤 12시, 시간을 넘나드는 로맨틱 야행이 시작된다!

열두 시 종이 울리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푸조에 올라탄 길이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1920년대의 파리!

그 곳에서 그는 평소에 동경하던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등 전설적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어 매일 밤,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를 만나게 된 길은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매혹적인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과연, 세기를 초월한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자료: 배급사 홈페이지)

 

 

 

 

 

 

 

 

  (사진 출처: Daum 영화)

 

 

 

 

 

 

 일반적으로 여행의 목적은 관광과 휴식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준비와 노력을 통해서 파리의 겉모습이

아닌 숨겨진 참 모습과 진정한 멋을 찾을 수 있다면 더욱더 가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약혼자의 가족들은 전자에 속했고 주인공 길(GIL)은 후자에 속했다.

 그래서 주인공은 혼자서,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등이 자주 찾았던 카페 드 플로르와

거리의 헌책방과 중고 LP판을 파는 벼룩시장 그리고 뒷골목들을 어슬렁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정이 되면 나타나는 자동차를 타게 되었고, 그 자동차는 1920년대의 파리로 주인공을 데려다 주는 믿기 힘든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비현실적 이야기이지만 영화와 소설 속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초반부에 약혼자 이네즈의 친구인 폴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들이, 과거에 집착하고

기형적인 상상을 한다며 비난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꾸며 온갖 상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꿈과 상상이 비현실적일수록 그 꿈은 더 달콤할 것이다.

그래서 터미네이트나 해리포터, 타이타닉 그리고 아바타와 같은 영화들이 우리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은 영화의 큰 매력 중의 하나이다.

 

 

 주인공 길은 그가 가장 동경하던 1920년대의 파리에서 그토록 존경하고 흠모하던 작가와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이름만대면 누구나 다 아는

헤밍웨이, 피카소, 고갱, 달리, 드가, T.S.엘리엇, 앙리 마티스 등의 거장들과 함께

나에게는 좀 생소한,

스콧 피츠제럴드(작가), 콜 포터(음악가). 거트루드 스타인(비평가), 조세핀 베이커(무용가), 쥬나 반스(여류 작가), 벨몬트(투우사), 루이스 브뉴엘(영화감독), 만 레이(사진작가), 툴쥬르 로트레크(화가)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만인의 연인 애드리아나는 감독이 만든 가공의 인물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Let’s Do It, Let’s Fall in Love’라는 노래는 콜 포터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라이브로 불렀는데, 생전 처음 들어본 곡이지만 재미있는 가사와 함께 그 멜로디가 아직도 귓가에 빙빙 맴돈다. 본래 이 곡은 뮤지컬 음악으로 작곡된 노래인데 이 뮤지컬의 제목이 바로 <파리>였다고 한다.

 

 아울러 주인공 길의 신작소설이 헤밍웨이나 거트루드 스타인에 의해서 읽혀지고 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일은 실로 엄청난 경험이자 영광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길은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애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그녀를 따라 또 다시 1890년대로 시간여행을 가게 된다. 1890년대의 파리는 사랑하는 애드리아나가 동경하던 시대였던 것이다.

주인공 길은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마침내 자신의 삶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

 

 

 

 

 

 

 

(사진 출처: Daum  영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실제 주인공은 배우들이 아니라 매력적인 도시 파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의 진면목이 스크린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에펠 탑, 세느 강변, 베르사유 궁전,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로댕 미술관, 지베르니 정원, 오랑주리 미술관, 팔레 가르니에, 방돔 광장 등의

매혹적인 공간과 잘 정비된 도시경관은 영화 상영 내내 관객들을 파리로 유혹한다.

 

 수세기 동안 파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매력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였으며, 무려 140년 전에 도시계획가, 건축가, 조경 전문가들에 의해 마련된 도시계획의 정신과 개념들이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그 기틀을 세운 사람은 ‘파리대개조 운동’을 펼쳤던 1870년대의 오스만(G.E.Haussmann) 시장이었고,

200년 후를 내다 본 앞선 도시계획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 파리 건설의 밑거름이 되었다.

 

 나는 2009년도에 유럽 가족여행 중에 파리를 잠깐 들린 적이 있었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리의 매혹적인 분위기와 인상은 로마를 잊게 만들었고, 훗날을 기약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영화에 등장했던 어네스트 헤밍웨이도 “파리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는 말을 남겼고,

 훗날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책도 썼다고 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정리를 해 보자.

주인공 길은 우연한 파리여행을 통해서 약혼녀와는 삶의 철학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약혼녀는 길이 불확실한 소설가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기보다는 지금처럼 헐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안정적으로 계속 머물러 있기를 요구한다. 당연한 요구이지만 주인공 길이 원하는

인생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의 파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던 여인 애드리아나는 1890년대의 세상을 동경하고 꿈꾼다. 주인공 길이 ‘황금시대’로 여기는 1920년대가 애인에게는 불만스러운 현실세계인 것이다.

 

 우리의 삶은 늘 불만스럽지만, 좋았던 시절만 계속해서 쫒아 가게 되면 결국 만족한 삶이란 없게 될 것이고, 불만스러운 현재의 세상이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좋은 시절로 추억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비록 힘든 부분이 있더라도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가 꽃자리라는 말이다.

따라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로 가는 자동차에 무작정 올라타는 사람들의 어리석음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은 이렇다. 밤길에서 우연히 재회한 중고 LP판 가게의 여종업원과 함께,

파리의 밤거리를 비를 맞으며 나란히 걸어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사진 출처: Daum  영화)

 

 

 

 

 

 한편, 우디 알렌 감독은 영화외적인 재미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그 하나는 프랑스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의 캐스팅이다.

카를라 브루니는 로댕미술관의 관광 가이드와 통역으로 잠깐 출연하는데 사르코지 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이다. 화려한 남성 편력과 미모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모델 출신의 여인으로 움직이는 뉴스메이커이다.

 

 또 하나는 영화 포스터에 있다. 영화 포스터의 하늘 배경으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작품을 부분적으로 넣었다. 고갱의 절친이자 요절한 천재 고흐를 영화에 출연시키지 못한 아쉬움으로 포스터에나마 등장시킨 것으로 짐작된다.

 고흐의 격동적이고 요동치는 푸른 하늘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환상체험이 등장하는 영화내용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지금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이달 27일까지 '우디 앨런 근작전'이 열리고 있다. 팔순에 가까운 노장이지만 영화를 향한 그의 열정은 아직도 대단해서 거의 매년 한 편씩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이런 그의 최근 작품 21편을 상영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예술가는 어떤 어려움에도 절망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삶의 허무함을 치유하는 해독제를 찾아주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이다"

 

 우디 알렌 감독 자신이 이런 말도 남겼다고 한다.

 

“자기가 잘 하는 분야에서 안주하는 것보다, 자기가 잘 하지 못하는 분야에 도전하여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다!”

 

 

 

 

 

                                                                                                                 2013. 0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