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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영화 이야기

무자식 상팔자 ( JTBC )

 

 

 

 

 

 봄이 코앞까지 왔다.

아침저녁으로 조금 남아 있는 겨울의 이 심술마저 사라지면,

어느새 여름이 손짓할 것임은 자연의 이치이다.

 

 지난 주 토요일, JTBC 방송 주말드라마 ‘무자식 상팔자’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중계방송 관계로 결방되었다.

내가 제일 즐겨보는 스포츠가 야구이긴 하지만,

잔뜩 기대하고 TV 앞에 앉았다가 아쉬움이 컸다.

 

 마지못해 경기마저 진 야구를 시청하면서,

김수현의 종합편성채널의 첫 작품인 ‘무자식 상팔자’에 대해서 한번 정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일전에, 역시 김수현의 작품인 '인생은 아름다워'(SBS)의 시청 후기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좋은 드라마의 방영을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는 반응들이 있어서,

이번에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는 지금쯤, 한번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출처 : JTBC 홈페이지)

 

 

 

 

‘무자식 상팔자’는 할아버지 부부를 중심으로 세 아들 부부와 그 자식들까지 3세대가

이웃에 모여 살면서, 바람 잘 날 없는 일상 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갈등하고 힘겨운 싸움을 통해서

가족이 소통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홈드라마이다.

 

 현재, '무자식 상팔자'는 종편 역사상 최초로 전국 시청률 10%를 넘어서는 돌풍을 일으키며

종편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동시간대 드라마 최고의 시청율뿐만 아니라,

보통 1% 내외의 시청률에 그치던 종편 드라마들의 열악한 성적에 비추어 보면

'무자식 상팔자'가 제대로 사고를 친 셈이 된다.

 

대본을 쓴 김수현은 구지 설명이 필요 없는 국민작가이지만, 요즘의 ‘아이돌 김수현’과 혼동하는

주책없는 어른들이 있어서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사진출처 : JTBC 홈페이지)

 

 

 

 

 김수현은 ‘미다스의 손, 언어의 마술사, 히트 제조기, 흥행 보증수표’ 등,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스타작가이자, 한국 드라마의 산 증인이다.

 40년이란 오랜 세월을 최고의 작가로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태와 단절 없이 교감하면서

화제작과 문제작을 연이어 발표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극작가이다.

 

 물론, 그녀의 워낙 강한 개성 때문에 안티 팬이 많음도 '인생은 아름다워' 편에서 한번 살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무자식 상팔자’의 집필을 맡으면서 1회당 원고료가 1억이라는 말이 나오자

또다시 안티 팬들의 도마 위에 올랐었다.

 

 작가가 드라마 제작사와 ‘무자식 상팔자’의 대본 용역계약을 할 때,

정치인들의 특기인 특혜, 로비, 뇌물, 이면계약 등의 어떤 불법도 없이, 당사자들 사이의

정당한 계약이었다면 그 금액이 지나치다고 해서 그 계약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국민정서상 대단한 금액이긴 하지만, 부동산 투기 같은 불로소득도 아니고

정당한 창작활동의 대가일 뿐만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의 1회 강연료가 1억이고,

싸이가 ‘강남스타일’ 하나로 작년에 85억을 벌었어도 그것을 비난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하물며 예술작품을 금액으로 평가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쉽지 않은 일이고,

만약에 이번 작품의 원고료에 거품이 있었다면, 김수현 선생이 그 부분을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언젠가는 쓸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진출처 : JTBC 홈페이지)

 

 

 

 

 

 본론으로 들어가서, ‘무자식 상팔자’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과 소통을 다룬 가정드라마이다.

누구보다도 문제나 주제의식이 강한 작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는 그것을 내 나름대로 3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첫째는 영원한 주제인 고부간의 갈등이다. 해법은 소통이다. 상대를 고치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 중에서 수용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 될 것이다.

 ‘쌍둥이 형제 사이에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차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구세대는 ‘인내와 양보와 희생’을 미덕으로 삼고 살았지만, 요즘 세대들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죄악시하는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 대상이 부모나 배우자의 부모일지라도 별 예외가 없다.

이런 사회 전반적인 현상을 자기 자식만의 개인적인 문제로 착각하고 목소리를 높여봤자

관계만 더 나빠지기 쉽상이다. 그렇다고 자식이나 며느리와 계급 떼고 한 테이블에 마주 앉기도

쉽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작가는 요즘 아들이나 며느리의 생각을 드라마를 통하여 우리에게 힌트를 준다.

둘째 아들(송승헌)의 약사 며느리 내외의 생각을 관심 깊게 들어보고,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면 고부갈등 해법의 실마리는 잡은 셈이 될 수 있다.

 

 

 

 

(사진출처 : JTBC 홈페이지)

 

 

 

 

 둘째는 사랑과 결혼이다. 요즘 세대는 쿨하고 구세대는 좀 끈적끈적하다. 요즘 세대 중에서

 첫째 아들(유동근)의 뺀질이 의사아들과 착한 막내아들의 사랑의 방식과 결혼관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래도 시원시원하다는 공통점은 있다.

 

 반면에, 첫째 아들(유동근) 내외와 부모(이순재와 서우림)의 사랑싸움은 좀 답답하고

항상 눈물이 마를 날 없는 구식이다. 심지어 칠순이 넘은 어머니(서우림)가 황혼이혼이라는

칼을 빼들고 손녀까지 소송 변호사로 선임했지만, 자식들 때문에 결국 칼을 도로 집어넣는다.

 큰며느리까지 나서서 시어머니에게 이혼하라고 흥분했지만, 자기 자신의 사랑보다도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에, 칼을 꺾은 어머니(서우림)의 사랑과

사돈(전양자)의 사랑은 답답하지만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사랑이다.

 

 

 

 

 

(사진출처 : JTBC 홈페이지)

 

 

 

 

 

 셋째는 작가의 비장의 카드라 할 수 있는 미혼모 문제이다.

온 집안의 자랑거리이던 판사 손녀(엄지원)가 어느 날 미혼모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을 꿈꾸며 배신한, 애 아빠가 죽일 놈이지만, 손녀(엄지원)만 미혼모라는

주홍글씨가 찍혀 평생을 숨죽여 살아야 팔자가 되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김혜숙)는 억장이 무너지지만, 정작 대형사고를 친 본인(엄지원)은

반성보다는, 자신과 자기 새끼만 챙기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사사건건 부모 속을 긁어 놓는다.

 

 미혼모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지 않을뿐더러 나도 짐작이 어려운 부분이다. 애 아빠가 애를 데려가거나

다시 재결합하는 것은 너무 뻔한 스토리이고, 손녀(엄지원)의 홀로서기가 유력하지만,

김수현 드라마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앞으로 종영까지

4회 정도 남았으니 ‘김수현 마법’을 숨죽여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사진출처 : JTBC 홈페이지)

 

 

 

 

 

 작가가 '무자식 상팔자'라는 드라마 제목을 정할 때,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고심했다고 하는데, 그 진정한 의미는 자식이 없어야 편한 것이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어려움과 고충의 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일게다.

 

 자녀교육의 내용과 의미는 시대마다 달라져 왔겠지만 요즘에는 이런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오늘날 자녀의 교육과 진학에 필요한 절대적인 요소는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다’

 

 우리나라 일부 특정지역의 현상일수도 있지만,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기정사실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아버지의 무관심'은 내 특기라서 안심했는데, ‘아버지는 돈만 대고, 간섭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하니 참 황당한 세상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는 부모의 희생도 모자라서

할아버지의 재력까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회라고 하니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도 한,

어지러운 세상이다.

 

 

 

 

 

 

 

  작가 김수현 (사진출처 : JTBC 홈페이지)

 

 

 

 

 

 

 작가 김수현 선생은,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를 시작하면서 기획의도에 이런 말을 남겨,

오늘날의 세태를 탓하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볼 기회를 우리에게 제시하였다.

 

 

   “부모와 자식, 연인과 부부가 서로 마주 보며 함께하는 시간보다

    스마트 폰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이 시대에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내리사랑이라는 큰 사랑이

    다음 세대로 어떻게 전해지는지 보게 될 것이다.

    ......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주었던 사랑을 돌려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얼마만큼은 다른 이의 사랑으로 치유 받고 따뜻해져 있는 우리 자신을.

   그리고 약탈하고 쟁취하고, 준만큼 보답 받으려 하는 사랑 위에는

   온 가슴을 다해 사랑하기에 조용히 희생하는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2013. 03.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