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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영화 이야기

영화이야기 -005 < 밀정 > (2016.09.07.) - 가을을 닮은 영화

 

 

 

 

 

 

 

 

 

 

 

 

 

( 이하 사진 출처 : <DAUM 영화>)

 

 

 

 

 

 

 

 

 

 

 

 

 

올 것 같지 않았던 가을이 돌아왔다

 

세상을 모두 태워버릴 듯이그 기세가 대단했던 지난 여름은

100년만의 무더위라는 달갑지 않는 고통과 신기록을 세웠을뿐만아니라

더위에 내몰린 관객들을 에어컨이 빵빵한 영화관으로  끌어들여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6,7,8 세 달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 수가

7만 명에 이를 정도로 여름 성수기 영화관객 수로는

역대 최고치의 기록도 갱신했다 한다

모두가 올해의 이상기후로 힘든 여름을 보냈지만 반면에,

영화관 피서관객들의 도움을 톡톡히 본 영화가 바로

천만영화 <부산행>이었다는 생각도 해본다

 

 

 

 

영화 <밀정>을 개봉일인, 

9월 7일 창원롯데시네마에서 관람했다

여름부터 내심 기다려왔는데 극장가의 추석대목에 맞쳐 개봉되었다

2시간 20분간의 비교적 긴 본편과 마지막 엔딩크레딧까지 끝까지 확인하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나의 첫 소감은 이랬다

 

"아주 멋있고 우아한 국산 영화 한편이

애타게 기다리던 이 가을과 함께 우리 곁으로 왔다!"

 

 

 

 

 

 

 

 

 

 

 

 

<DAUM 영화>에 소개된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고,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리고 일본 경찰은 그들을 쫓아 모두 상해에 모인다.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 사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폭탄을 실은 열차는

국경을 넘어 경성으로 향하는데…"

 

       

그리고 영화 <밀정>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밝힌 

영화 제작의도는 또 이렇다

 

"시작은 스파이 영화에 대한 끌림이었다.

 적의 한가운데서 암약하는 이중첩자 혹은 이중 스파이가 가지는 분열적 정체성과,

혼돈의 시대에 국경의 경계선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그 아슬아슬함이 매력적이었다.

서구의 냉전시대는 수많은 스파이물의 걸작들을 만들어왔다.

서구의 냉전시대 못지않은 질곡의 근대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근대사를 소재로 한 스파이 영화를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밀정>은 일제강점기인 1923, 실제로 있었던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토대로

당시 의열단에 일어났던 아주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을 엮어 극화한 영화다.

상해에서 경성으로 일제의 심장부인 총독부 등의 주요시설을 타격할 폭탄을 들여오려는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과 의열단의 조직과 계획을 방해하고 파괴하려고 들어온

 조선인 일본 경찰 간의 암투와 회유와 교란 작전을 스파이 영화의 장르적 쾌감 속에

 그리고자 했다.

 

 한편으로 친일 또는 항일의 한 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

어느 한 쪽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그런 인물이 그 경계 위에서 줄타기하는 모습들이 흥미로웠고

그 인물들의 박진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시대가 사람들을 어떻게 압박했는지, 어디로 몰고 가는지 시대의 가속을 받는 인물들의

 감정적 과정과 어두운 내면의 행로를 시대적인 공기와 함께 다루려고 노력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로서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의 선조, 특히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그나마 잊혀진

무장 독립투쟁사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근대사의 아픔을 다룬 <밀정>은

영화의 상당 부분이 중국 상해에 있는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는데

지난해에 개봉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도

같은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슷한 시대적배경과 같은 장소에서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밀정>과 <암살>은 각각의 다른 색깔과 매력을 드러낸다

이는 시대와 역사를 바라보는 각도나 시선의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잊혀졌던  일제암흑기의 아픔과 치열했던 항일 독립운동을

새로운 시각과 고증으로 재조명하여 천만관객을 돌파하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감독이 <도둑들>을 연출했었던 최동훈 감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 정도 부족했었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묻혀있던 독립운동사의 재발견과 이슈화는 최감독의 선구자적인 탁월함이나

역사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다이나믹한 스토리 전개 부분에 치중해, 

그 암흑기의 혼돈과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표류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내면적인 탐구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했었다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래서 이 가을에 찾아온 <밀정>을

평일에 개봉했지만 개봉일을 기다려 극장을 찾았는데

역시, <밀정>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영화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 심장부 경성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조선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김지운 감독의 빼어난 수작이다.

내가 감히 영화 <밀정>을 '빼어난 수작'이라고 말하는데는

다음과 같은 새롭고  뛰어난 요소들이 <밀정>에 녹아 있기 때문이

 

첫째, 완벽한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지적하고 싶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구성의 탄탄함과 인간 내면의 깊이 있는 탐구와

그리고 픽션과 논픽션의 적절한 배합으로 차칫 밋밋해 질 수 있는 실화에

생명력과 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성공했다

 

둘째,  '장르의 대가'로 평가 받는 김지운 감독의 또 다른 훌륭한 장르 변신이다

콜드 누아르장르를 표방하며 영화는 구상되었지만

시대의 아픔을 사극으로 잘 녹여서 진지하고 비장한 새로운 시각의 근대 사극장르의 영화가

한편 탄생되었다

 

셋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의 조화이다

감독의 의도에 충실하게 사실적이고 절제된 몸짖과 눈짖만으로도 스토리 전개가 충분히 가능했고

 특히, 송강호가 법정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왜 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배우'인가를

 증명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넷째, 근대사회의 시대적 배경과 고증에 힘 썼고

화려했던 의상과 가구, 장비 그리고 건축물의 재현도 좋았다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말 많았던  경복궁 앞의 조선총독부 건물의 재현은

또 다른 추억에 잠시 젖게 만들었다

 

다섯째,  다소 생소하고 이상한 느낌마저 들게했던 배경음악의 도입이다

내용의 전개와는 어울지지 않는 듯 하면서도 바탕에 깔린 묘한 힘에 끌리는

야릇한 매력이 있었다

은근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음악 선정에 대해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루이암스트롱의 ’When You’re Smiling’은 동시대 미국에서 발생한 스윙재즈로

 지구 반대편의 풍족하고 좋은 시대의 나라에서 나온 음악이지만,

반면에 우리나라는 동시대에 불행했었다.

그 시대에 그들처럼 즐기지 못했던 우리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 음악과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이 오버랩되면 더 비극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감독의 기발함과 범접하기 어려운 심오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아울러 영화감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좋은 시나리오와 배우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감독의 역할

절대적임을 말하는 이야기일 것이

<밀정>을 만든 김지운 감독은 

과거에 <놈놈놈> <반칙왕> <달콤한 인생<악마를 보았다>등을 연출했었고 

그후에 할리우드에 스카웃되어서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나오는 <라스트 스탠드>를 찍었던

스타일리쉬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만의 독특한 작품스타일을 가진 김지운 감독의

6년 만의 한국 영화 연출작이 <밀정>이다

김 감독은 <밀정> 시사회에서

영화를 콜드 누아르장르로 규정하고,

 냉정한 스파이들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어요.

그런데, 만들다 보니까 영화가 점점 뜨거워지고 인물이 뜨거워지는 겁니다.

제가 시대적 배경을 놓쳤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라를 잃고, 나라를 되찾으려 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다 보니 힘들었던 거에요.

그래서 영화적 스타일을 강요하지 않고,

영화가, 인물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쫓아갔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만들었습니다.”

 

2014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명량>의 감상후기에서

나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2001<칼의 노래>로 김훈 작가는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단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나도 <명량>의 김한민 감독께 한국영화계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축하를 보내드리고 싶다."

 

 

<밀정>의 김지운 감독께는 이렇게 쓰고 싶다

 

"국산영화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923년의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스크린으로 불러내어,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그려낸 영화가 <밀정>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목숨까지 바쳐서 일제에 항거한 우리들의 선조인

우국지사들의 실화이지만 나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밤늦게까지 등장인물들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황옥(송강호), 김시현(공유), 연계순(한지민), 김장옥(박희순)

그리고 김원봉(이병헌)......

그중에서도 의열단 단장 김원봉 부분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혼돈의 시대에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기회마저 잃어버린

'잊혀진 외로운 영웅들'이었다

 

"내가 죽거든 국립현충원에 안장하지 말라!

국립현충원에는 친일파들이 묻혀 있어 함께할 수 없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유언이다.

대한민국의 국립현충원에 한용운 선생을 비롯해 이런 저런 이유로

립묘지에 묻히지 못한 독립유공자가 4,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억압으로 부터 해방된지가 이미 7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독립운동사와 매국친일의 역사는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다

당시의 위정자들이 역사를 바로 세우지 않고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으로만

역사를 이용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오늘날도 '천황폐화 만세 삼창'을 외치는 정신나간 단체장이 나오고

'건국절 논란'으로 인한 불필요한 국력 소모와 국민들을 열 받게 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한 순간 덮을 수는 있지만 결코 지울 수는 없다'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불변의 진리이다

 

<밀정>의 감독도 향후의 '역사논란'을 우려했음인지

새로운 '역사인식'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친일을 부여잡았던 시대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살아가기 위해 항일을 선택했던 격랑의 물결이었다.

<밀정>은 살기 위해 선택을 한 사람들의 얘기다.

친일이 틀리고 항일이 맞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밀정>이 말하는 지점은 아니다.

결국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 영화는 들어 있을 것이라 느끼고 보면 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예술가다운 바람직한 역사관 일 것이다

그러나 매국친일의 단죄와 역사 정립은 시기를 놓쳤다고 하더라도

독립운동사의 발굴과 재조명은 부단하게 이어나가야함이 우리 후손들의 책무일 것이고

그 소임을 영화 <밀정>이 비장하면서도 담백하게 실천했다고 본다

 

 

 

 

 

 

 

 

 

 

 

 

 

 

 

 

 

 

 

 

<밀정>은 어제 개봉했지만 벌써 세계영화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를 비롯, 토론토 국제 영화제, 시체스 판타스틱 국제 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에 초청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타 영화제의 러브콜과 호평이 계속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내년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 영화 부문에 출품될 한국영화 대표작으로 

 <밀정>이 결정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동안 수년동안 여러 편을 출품했지만 아직 단 차례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한국영화가 <밀정>으로 오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상가능성이 높은 쪽에 한표를 던진다

 

 

  <밀정>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공개된 후 현지 언론으로부터

 '고풍스러운 액션이 펼쳐지는 전율의 영화다. 관객을 충족시킬 모든 오락적 요소를 갖췄다'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전에도 우리의 영화가 세계의 유명영화제에서 수상한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부 몇몇 감독과 배우에 국한된 경우에 속한다

아직도 우리나라 영화의 전체 수준이 영화 선진국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이야기이다

매년 천만영화가 심심찮게 나오지만 관객의 입맛에 맞춘 오락성과 흥행성에 치중한 우리의 영화는

세계 수준에 미치기에는 개선점과 부족함이 있었다

 

나는 그 부족함이 많이 메워진 우리의 영화가 <밀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밀정>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우리 영화의 문제점과 부족함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본다

영화는 예술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아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지만

 

<밀정>이 그 영원한 숙제에 많이 다가섰다고 본다

 

그리고 <밀정>의 천만관객 돌파여부는 이제 관심의 촛점이 아니다

그래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희망을 담아 감히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 본다

 

"이제 한국영화는 <밀정> 이전과 <밀정> 이후로 크게 나눌 수 있다!"라고

 

 

 

 

 

 

 

    2014년 영화 <명량>관람후기 ▶   http://blog.daum.net/arky7/1436

 

 

 

                                                                           

 

 

                                                                              2016. 09.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