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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영화 이야기

영화이야기 -007 <노매드 랜드> - 어디서나 삶은 계속된다

 

 

 

 

 

 

 

 

영화 <노매드 랜드>

- 낯선 길 위에서 만난 기적같은 위로

 

 

 이번 2021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중국계 미국인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 랜드>가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까지 휩쓸어 3관왕에 올랐다. 곧바로 국내 상영관을 검색해보았더니 경남지역에는 개봉하는 극장상영관이 전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집에서 IPTV로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성이 높은 영화가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안타깝고도 영원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 불만인데, 실제로 우리의 인생이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고, 재미있기보다는 답답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의 반복으로 점철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재미없고 평범한 일상 속에 우리의 삶의 의미와 진실이 녹아 있고 또한 진정한 삶의 가치가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약과 영화는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이롭다는 진부한 진리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영화 <노매드 랜드(Nomadland)> 제시카 브루더가 쓴 동명의 논픽션 책을 원작으로 하여, 21세기 미국의 새로운 유량민들의 삶을 밀착해서 파악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작품이다. 제작자이자 여자주인공인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총 3번의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위대한 여배우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노매드(Nomad)는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미국의 금융 위기 후, 사람들은 차를 집으로 삼아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되었고, 그래서 ‘21세기 노매드는 인간의 새로운 삶의 전형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2008년 경제 대공황 여파로 미국 네바다 엠파이어의 석고 공장이 문을 닫게 된다. 단지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경제가 무너졌다는 의미를 가진다. 결국 여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맨드)도 실업자로 전락하고, 남편마저 암으로 사망하자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도시를 떠나 작은 밴에 몸을 싣고 낯선 길 위의 삶을 시작한다.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마존에서 알게 된 동료로부터 유랑인들의 삶에 관해 듣게 되고 자발적으로 유랑생활을 택한 그 유랑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하여 은 그들과 교감하고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면서 새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하고, 그렇게 펀은 '유랑인'이 되어간다.

 

 

 

 

 

 ‘은 여행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된다. 그래서 옛날처럼 안정적으로 정착할 기회가 몇 번 찾아오지만 조용히 뿌리치고, 불편한 길 위의 삶으로 다시 나서는 인생을 택한다. 그리고 옛집으로 돌아가서 남은 짐을 모두 정리하고, 처음에는 떠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자기 스스로 자기 삶을 선택하고 개척하는 끝없는 유랑의 길에 오른다. 불확실한 여정이지만 이것이 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가장 편한 삶의 방식이 된 것이다. 그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게도 된다.

 

 

 

 

 

 

 우리를 안전하게 감싸는 사회적 관계와 체계들 속에서 남편과 함께 집에서 정착된 생활을 했던 그녀는, 그 모든 것이 사라진 지금 그 울타리에서 스스로 뛰쳐나와 노매드의 삶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일정한 지역에 정착하고 집을 짓고 안주하는 삶이 과연 인간의 본연의 최선의 삶의 모습일까? 그리고 인간은 언제부터 이라는 것을 가지려고 노력을 했을까?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사냥과 채집에 알맞은 곳을 찾아 이동 생활을 하면서 살았다. 하지만 신석기 시대에 들어서서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곳에 정착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일터 근처에 움집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하였다. 집이 모여 부족을 이루고 부족이 모여 국가가 완성됨으로써 조직과 국가의 울타리 속에서 보호를 받고 살지만 공동체 생활의 구속과 책임도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집이 안락한 가정이아니라 재산으로 둔갑하여 오로지 아파트에만 목을 메는 무리들까지 생겨났다. 이제,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 했다면 자신만의 세계, 인생을 위해서 떠나는 용기 있는 뒷모습도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뱅가드(선구자)’라는 당당한 이름도 있는 의 밴은 그냥 차가 아니라 그녀의 가정이자, 특별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 가득한 이다. 이번에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의 이민자 가족들이 살았던 바퀴 달린 컨테이너 집처럼, ‘에게는 밴이 소중한 보금자리인 것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스타가 봉준호 감독이었다면 올해의 스타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었다. 중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미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자오 감독은 <노매드 랜드>에서 "자연을 통해 인간을 들여다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매드 랜드>를 통해 저마다 원하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등장하는 사람들이 겪는 고난도 보여주지만, 동시에 강인함과 기쁨도 보여준다. 관객들이 슬픈 이야기의 부분에서는 상실감도 느끼고 카약이나 집 짓기 같은 모험에서는 흥분감과 희망도 느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은 우리 국민들의 영웅이 되었지만 자오 감독의 중국에서의 대접은 그렇지 못하다. '그 잘난 미국의 민낯을 고발한 영화'라며 신명나게 홍보를 해주던 중국 당국과 극장체인들이 자오 감독이 아주 오래전에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를 비판한 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현재 고국에서 영화 상영조차 거부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문득, 어쩌면 클로이 자오 감독도 21세기의 노매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갑자기 머리를 스친다.

 

 나는 평소에 인생이란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잃고 반대로, 한 가지를 잃으면 한 가지를 얻는 것이 인생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저 자신을 믿고 자신만의 삶의 여정을 떠나면 되는 것이리라. 인생이라는 순탄치 않는 길 위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해 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노매드 랜드>는 따뜻한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21. 05. 16.

 

 

 

 

 

(이상 사진출처 : 다음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