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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 화-4 산청의 매화 (2011.04.02.)

 

 

 

 

 예전에 선비들은 한겨울에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깊은 산골 어디에선가 은은히 한 가닥 흘러나오는 매향을 따라

눈속에 핀 ‘설중매’(雪中梅)를 찾아가는 ’탐매’(探梅)여행을

격조높은 영춘(迎春)의 멋으로 삼았다. 

지금도 어느 유서깊은 댁 사랑방에는  <탐매도>가 그림으로 남아있다.

 매화가  떼거리로 피어나는  매화축제의 매화는

대부분 매실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개량한 왜매(倭梅)가 들어와 퍼진 것으로

사군자 속의 고아한 매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선조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우리 토종 매화의 단아한 자태와 향기와 조우할 수 있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매화는 현재 10그루가 정도가 남아있다.

그 중 5그루가 경남 산청에 있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700년 가까이 나이를 먹은 고매(古梅)들이다.

 예로부터 '산청3매'의 명성이 자자하지만,

 나이가 많은 고목이라서  해마다 힘겹게 꽃을 피우고 있다.

 

 

 

 

 

 

 

 

 

 

     남사마을 원정매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예담촌에는

조선시대 전통 양식을 갖춘 높은 토담과 기품 있는 고택,

세월이 얹힌 기와가 예사롭지 않다.

 이 마을의 고택 중 진양 하씨가 32대째 살아온 분양고가가 있다.

이 곳은 고려말 원정공 하즙 선생이 살았던 곳으로

선생이 직접 심은 매화나무는 수령이 670여년이나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

'원정매'이다.

 

 고택의 마당에 자리한 매화나무는 세월의 흐름에 많이 노쇠해

꽃은 많이 피지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고매가 동사하기 몇 해 전

밑둥치에서 나온 가지가 살아남아 탐스러운 홍매화를 피우고 있다.

원정매 바로 옆에는 씨앗이 떨어져 뿌리를 내린 또 다른 홍매가

한창 제 자랑을 하고 있다.

 670년을 살아온 고매로 꽃피움을 보는 것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정매의 모습은 양반의 기품이 그대로 서려 있는 듯하다.

 

 

 

 

 

 

 

 

 

 

 

 

 

 

 

 

 

     남사마을 최씨매

 

 

 

 

 

 

 

 

 

 

 

 

 

 

 

 

 

 

 

 

 

 

 

     남사마을 전경

 

 

 

 

 

 

 

 

 

 

남사마을 이씨매

 

 

 

 

 

 

 

   

남사마을 박씨매

 

 

 

 

 

 

 

 

 

 

 

 

 

 

 

 

 

 

 

 

 

 

 

 

 

 

 

 

 

 

 

 

 

 

     도천서원 노산매

 

 

 문익점 선생을 모시는 도천서원에 '노산매'가 있다.

고려 말 중국에서 몰래 목화씨를 들여왔던 분이다.

그 목화씨를 뿌린 시배지도 이곳 산청에 있다.

 

150년가량 묵은 노산매는

민초를 아끼던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후손이 심은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가지치기를 잘못해서 우아한 형태가

많이 망가졌다 한다.

 

 

 

 

 

 

 

 

 

 

 

 

 

 

 

 

 

    

     산천재의  남명매

 

 실천유학의 대가 남명 조식 선생이 예순 한 살에 둥지를 튼 산청,

지리산이 보이는 이 자리에 선생은 산천재를 짓고 후학을 길렀다.

 평생 벼슬과 담을 쌓았던 남명 선생이 말년에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이곳 산천재에

선생은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매화나무 한 그루를 뜰에 심고

벗을 삼았다.

 

 밑에서부터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진 줄기가 뒤틀려서 위로 뻗어 오른 이 나무는

450여 년의 연륜을 자랑한다.

해마다 3월 하순이면 연분홍빛이 도는 반겹꽃이 가득 피는데

그 향기가 지극히 맑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은둔의 지사였던 남명의 정신이

해마다 봄이면 산천재의 뜰에 은은히 스며드는 듯하다.

 

 

 

 

 

 

 

 

 

 

 

 

 

 

 

 

 

 

 

 

 

 

 

 

 

 

 

 

 

 

 

 

 

 

 

 

 

 

 

 

 

 

 

     단속사지 정당매

 

 

 산청3매의 하나로 꼽히는 정당매는

단성면 운리 탑동에 있는 단속사 절터에 있으나,

절은 이미 불타고 지금은 천년 고찰의 흔적만 남아 있는 절터에

매화 한 그루가 서 있다.

 

 고목에서 핀 꽃은 오랜 세월을 견딘 흔적이 역력하며,

절은 사라졌어도 한 쌍의 삼층석탑과 함께 폐사지를 지키고 있으니

매화를 가리켜 ‘풍파를 잘 견디며 강하고 굳은 기개를 보여준다’라고 한

옛말이 그대로다.

 

 고려말 대사헌과 정당문학을 지낸 통정공 강회백 선생이

어린시절 단속사에서 공부하다 심었다하여 정당매라 불리며

그 수령이 640여년쯤 되었다.

 정당매는 높이 8m에 둘레가 1.5m로 근간에서 4본의 지간이 생겨

위로 혹은 옆으로 뻗어 있으며, 3개의 줄기는 고사하고 1개의 줄기가 꽃망울을 맺는다.

꽃의 색깔은 백색이며 홑꽃이다.

정당매는 산청의 매화 중 유일하게 1982년 경상남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글 자료 : FM-TV 표준방송)

 


 

 

 

 

 

 

 

 

 

 

 

 

 

 

 

 

 

 

 

 

 

 

 

 

 

 

 

 

 

 

 

 

 

     운 리 야매(野梅)

 

 

 정당매가 자리한 탑동마을 논둑에는

수령 350년의 들매화(野梅)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얼키설키 얽힌 가지에서 핀 매화가 황량한 들판을 배경으로

더욱 화사하다.

 지리산 웅석봉 줄기 아래서 비바람에 온몸을 맡긴 채 자란, 

잡초의 생명력을 지닌 들매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