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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소나무 기행

소나무 기행 -63. 경주 괘릉리 소나무 (2023.12.30.)

 

 

 

 

 

 

 

 

 

 경주 괘릉리 소나무

 

 

나무를 찾아가는 걸음은 가볍다.

특히 노거수(老巨樹)를 보러가는 발걸음에는 설렘과 즐거움이 생겨난다.

따스한 봄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우리의 노거수를 찾아 떠나보자.

 

경주에서 불국사역을 지나 울산방향으로 가다보면

'괘릉(掛陵)'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괘릉은 신라 원성왕의 능으로 추정된다.

괘릉이라는 이름은 무덤의 구덩이를 팔 때 물이 괴어

왕의 유해를 걸어 묻었다는 전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괘릉으로 가는 길에는 온통 소나무다.

 

괘릉을 지나

괘릉초등 정문, 수봉정을 지나면

왼쪽 마을 뒤편에 커다란 소나무가 보인다.

괘릉리 소나무다.

소나무는 늠름하게 생겼다.

가슴 높이(지상으로부터 1.5m)에서의 둘레도

다른 소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정확한 수령은 알 수 없지만 주민들은 족히

300년은 넘는다고 한다.

소나무의 주변 환경은 꽤 좋은 편이다.

태풍, 폭설 등 자연적인 재해나 인위적인 훼손만 없다면

생존을 위협할 요소는 없다.

농번기를 준비하는 농부의 바쁜 움직임만이 있을 뿐이다.

소나무와 마을 사이에는 당집이 있고

옆에는 어린 후손목이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노거수에 대한

동네 주민들의 세심한 배려로 보인다.

안전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괘릉리 소나무는 당산목(堂山木)이다.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동네 주민들은 소나무 앞에 정성껏 마련한 제수용품을 차려놓고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소나무를 찬찬히 훑어보면

말없이 묵묵히 서있지만 살아온 발자취가 눈에 들어온다.

어느 해인지 모르지만 태풍에 부러진 가지는 껍질이 벗겨진 채

작은 충격에도 부러질 것처럼 보인다.

반대쪽에는 나무와 전주를 이용한 받침대가

처지는 가지 3곳을 떠받치고 있다.

가지받침대를 댄 가지는 용틀임하듯이 길게 뻗어 있다.

 

소나무 껍질(용비늘)

육각형 모양으로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괘릉리 소나무는 천연기념물도 아니고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도 아니다.

그러나 서민들과 더불어 삶의 질곡을 넘어온 이 마을의

또다른 식구다.

 

 

 

 

 

 

 

 

 

 

 

 

 

 

 

 

 

 

 

 

 

 

소나무는 '' '나무'의 합성어다.

솔은 '으뜸'이라는 의미로 나무 중의 나무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송()이다.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는

지조와 절개, 장수(長壽)를 상징하며 예로부터

····구름·거북··사슴·불로초와 함께

십장생(十長生)의 하나였다.

소나무과의 늘푸른바늘잎 큰키나무이며 4~5월에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서 따로 핀다.

 

수꽃에는 '송홧가루'라는 노란 꽃가루가 묻어 있다.

잎은 기다란 바늘 모양으로 2개씩 모여 나며 2년 뒤 떨어진다.

백송과 리기다소나무는 3, 잣나무는 5개의 잎이 모여 난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지 쉽게 볼 수 있는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큰 영향을 끼친 나무이다.

옛 글이나 그림에도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도 한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보호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나무는 중요한 자원으로 나라에서 특별히 관리해

일반인들은 함부로 이용할 수 없었다.

소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뒤틀림이 적고 송진이 있어 습기에 잘 견디어

궁궐 건축에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목재였다.

 

소나무는 '적송' '춘양목' '금강송' '황장목' '미인송' 등 부르는 이름도 많다.

사는 지역에 따라 '육송' '해송(곰솔,흑송)'이라 불리운다.

껍질이 흰 소나무는 백송(白松),

나무의 모양이 쟁반같이 생긴 것은 반송(盤松)이라고 한다.

사람들과 가까웠기 때문에 관련 노래도 많다.

'선구자' '상록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우리 민족의 삶의 향기가 배어있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소나무는 우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민족의 나무다.

[이상 글출처 - 영남일보 이지용기자의 노거수 이야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