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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갤러리 ■/여 행

기장 연화리 젖병등대 및 닭볏 청렴등대 (2022. 09.)

 

 

 

 

 

 

 

 

 

[시가 있는 부산 등대] 15. 젖병등대

- 출산율 가장 낮았던 도시, 아이 울음 들어 보자는 염원 담아 -

 

 

아기 젖병을 닮은 젖병등대 아래엔

144명 영·유아의 손과 발 프린팅이 채워져 있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 보자는 마음이 담겼다.

모성의 바다에 서서 깜빡깜빡 대는 등불은 부산의 미래를 밝게 밝히려는

염원이기도 하다

 

젖을 다오

젖을 다오

젖 먹던 힘이

나를 있게 하는 힘

저 바다는

모성의 바다

삼키지 못한 젖이 번져

바다는 흥건하다

 

젖을 다오

젖을 다오

젖 먹던 힘이

나를 밝게 하는 힘

저 등대는

모성의 등대

삼키지 못한 등불이 번져

등대는 윤이 난다

 

- 동길산 시 '젖병등대'

 

등대는 느낌표다.

감동적인 문장 끝에 찍는 부호다.

땅의 끝 등대가 느낌표라면 땅 역시 그만큼 감동적이란 얘기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곳은 거기가 어디든 감동적이다.

높은 곳은 높아서 감동적이고 낮은 곳은 낮아서 감동적이다.

삶 자체가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시멘트 담벼락 갈라진 틈새로 돋아나는 새싹이 감동적이고

제 몸을 갈라서 새싹을 틔우는 시멘트 담벼락이 감동적이다.

 

삶은 긴 문장이다.

길면서 단 한 문장이다.

누구의 삶이든 어떤 삶이든 삶 자체가 감동적이라서 삶의 끝에 찍는 부호는 당연히 느낌표다.

나서기를 좋아한 삶의 끝도 느낌표고 나서기를 꺼린 삶의 끝도 느낌표다.

삶이 감동적이라서 삶의 주체인 사람도 감동적이다.

아기 고사리손이 감동적이고 할머니 손등 주름이 감동적이다.

 

 

 

 

 

 

 

 

 

 

 

 

 

땅끝에 등대가 있듯 삶의 끝에는 느낌표란 등대가 있다. 

나서기를 좋아한 삶도 꺼린 삶도 그 끝은 등대다. 

말간 불 반짝이는 등대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잘못 살았다고 후회할 수는 있어도 잘못된 삶은 없다. 

모든 삶은 감동적이고 지고지순하다.

 단 한 문장이고 절대 지우지 못하는 문장인 삶.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기가 조심스럽고 공을 들여야 하기에

그 끝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느낌표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말간 불 반짝이는 등대다.

 

'부산 아기 울음소리 9년 만에 최고!'

2 26일 부산일보 사회면 기사 제목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28700.

2003년 이후 최고치이며 출산율은 3년째 상승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정말이지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다. 

거창하게 떠벌릴 것도 없이 이 아이들이 없다면 우리 세대 노후는 누가 챙겨 줄 것이며

호주머니 쌈짓돈은 또 누가 챙겨 줄 것인가.

 

젖병등대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 보자는 마음이 담긴 등대다. 

등대를 세운 해는 2009. 

부산이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도시 10년째 되던 해다. 

취업난 경제난에 한 푼이 아쉬운 청춘남녀로선

연애도 겁나고 결혼도 겁나고 출산은 더욱 겁나던 그 무렵,

 나 몰라라 이대로 놔둬선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오롯이 담긴 등대가 젖병등대다.

9 17일 점등식에 부산시 여성정책관이 얼굴을 내밀고

세계인구총회 유치위원장이 얼굴을 내민 것도 그런 연유다.

 

"연화1구가 서암이고 2구는 신암인기라." 

젖병등대가 있는 곳은 기장 연화리 서암마을. 

해운대나 송정에서 181번 시내버스를 타고 연서교회에서 내리면 된다. 

길목 어민복지회관 한켠 한 노인이 시원소주를 자작한다. 

과일 조각이 안주다. 연세는 팔십 하나. 

서암에서 태어나 서암에서 평생을 어부로 살았단다. 

서쪽에 이름난 바위가 있어서 서암이냐고 묻자 그게 아니란다. 

원래는 연화리 한 마을인데 마을이 커지면서 1, 2구로 나누었고

편의상 서암, 신암으로 부르고 있단다.

 

 

등대 명칭은 서암항 남방파제등대. 

뭍에서 봐 오른쪽에 있어 흰색이고 녹등이다.

6초에 한 번 반짝인다. 

아기 젖병처럼 생겨 애칭이 젖병등대다. 

젖병 꼭지를 쪽쪽 빨아 대면 따뜻한 우유가 한 방울 한 방울 입가를 적시지 싶다. 

입가를 적시고 바다를 적셔 바다가 흥건하지 싶다. 

얼마나 빨아 대었는지 등대가 퉁퉁 부어 있다. 

퉁퉁 부어서 아플 만도 한데 등대는 젖꼭지를 빼낼 생각이라곤 없어 보인다.

 

 

 

 

 

 

 

 

 

 

 

 

 

 

 

 

부산 바다엔 등대 길이 있다. 

포구 길도 있고 기차소리 길도 있다. 

부산관광공사와 부산해양항만청이 남해안을 관광 명소로 띄우려고 애쓴 길이다.

 젖병등대가 있는 연화리 일원은 등대 길에 들어간다. 

젖병등대 아래 서서 바다를 내다보면 여기가 왜 등대 길인지 선연하게 드러난다. 

이쪽도 등대 저쪽도 등대, 젖병등대 말고도 개성 넘치는 등대들이

기장바다를 있어 보이게 한다.

 

개성 넘치는 등대는 넷. 

왼쪽 방파제 가장 가까운 붉은 등대는 닭벼슬등대다.

 원래는 차전놀이등대인데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닭 벼슬처럼 보인다고

그렇게들 부른다. 

생긴 게 뱃머리라 뱃머리등대라고 불러도 뭐라 할 사람은 없겠다. 

나무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서면 난간마다 자물쇠를 꼭꼭 채우고선 사랑의 징표라나 어쩐다나. 

섬처럼 놓인 일자 방파제엔 천하대장군과 천하여장군으로 불리는 장승등대가 으스스하다. 

왼편 축구공을 닮은 등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하는 월드컵등대다.

 

등대에 닿기 직전 편지함이 보인다. 

젖병등대 축소판이다. 

 1회 배달되는 사랑의 편지함이다.

 연인에게, 자녀에게, 부모에게 사랑의 편지를 써 보자는 취지문이 그럴듯하다. 

이 길을 가이드 하면서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써 보라며 우편엽서를 나눠 준 적이 있었다. 

난감한 건 사랑하는 이 주소를 외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궁여지책으로 자기에게 편지를 쓰게 했다. 

자기가 자기에게 보내는 편지. 다들 더 난감하단 눈치였다.

 

'젖병등대, 부산의 미래를 밝히다.' 

젖병등대 아래 부착한 하트 모양 동판 명문이다. 

젖병등대 의도는 부산의 밝은 미래. 

의도를 갖고 세운 등대라 디자인에도 의도가 엿보인다. 

벽면을 채운 디자인은 손과 발 프린팅. 

모두 144명 영유아 손과 발을 하나하나 양각한 타일이 이색적이다. 

타일에 내 손바닥을 대어 보면 어떤 손은 절반도 안 되고 어떤 발은 절반의 절반도 안 된다. 

저들이 곧 부산의 미래. 

아기가 젖 달라고 보채는 소리에 놀라서 부산은 잠에서 깨어나리라.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밝히는 등불을 켜리라.

 

삶은 감동적이다. 

삶이 감동적인 건 그 주체인 사람이 원래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이 빠진 감동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는다. 

사람의 시작은 출산. 그래서 아기 울음소리는 지극히 당연하게도 감동적이다. 

고요한 밤하늘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아기 울음소리. 

고요한 밤바다를 깜빡깜빡 두근대게 하는 젖병등대 등불. 

젖병등대가 어떻게 생겼나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친정부모 같고 어떻게 보면 시댁부모 같다.

(이상 글출처 : 동길산/시인 - 부산일보)

 

 

 

 

 

 

 

 

 

 

 

 

 

 

 

 

 

 

 

 

 

 

 

 

 

 

 

 

 

 

서암항북 방파제(닭벼슬 등대)

 

 

연화리 닭벼슬 등대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대에 볼거리 조성 및 관광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입신양명, 승승장구, 출세 등의 이미지를 가진 닭볏을 모티브로 해 

2009 9월에 높이 5.5m의 조형 등대로 설치되었다

 

그러나 추상적인 요소가 강해 일반인들이 닭볏의 형상을 떠올리기 힘들고

등대 주변 쓰레기 투기 등의 문제점이 제기됨에 따라

방파제 바닥에 ‘닭 그림을 도막형바닥재로 시공해 이미지를 개선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2017년 닭띠해를 앞두고

서암항북방파제 닭벼슬등대에 청렴실천다짐길을 조성했다

청렴실천다짐길

부산해수청의 서암항방파제등대 주변 정비사업 일환으로

목민심서의 글을도막형바닥재로 시공해 새겼다. 

글 내용은 청렴은 목민관의 기본 임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며 모든 덕의 근원이다, 

그릇된 관습에 의거한 재물을 받지 않았거나 남에게 배픈 바가 있을지라도 드러내 말하지 말고

덕을 생색내지 말며 남에게 자랑하지도 말 것이다.

 책임은 자신이 무겁게지고 남에게는 가볍게 하여야 된다라는 글귀를 새겼다

 

닭볏이 공직자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음을 착안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범사회적인 청렴실천’이 요구되고 있어

해양수산부의 청렴 실천 다짐의 새로운 계기로 삶고자

기획하게 되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