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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에세이

고 향

 

 장맛비가 촉촉이 내리던 지난 주 토요일 오후.

함안 입곡 못에서 고등학교 동창월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회장단추산 100명, 경찰추산 참석인원 50명)

 월례회를 함안에서 한번 유치하자는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었는데

거사를 실행에 옮기기 까지는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호젓한 산속의 분위기 있는 봉쥬르 까페에서

처마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낙숫물을 바라보며

분위기에 취하고

우정에 취하고

추억에 젖었다 !

 아쉽게도 일기불순으로 인해

야외행사와 준비한 여성도우미들의 출연이 취소되었지만

월례회의 열기와 흥은, 비 내리는 입곡 못을 가득 덮고도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입곡 못에 아픈 추억이 있다.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하여 기차통학 신입생 환영회가 입곡 못에서 있었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던 초봄에 야유회 가는 줄 알고 참석했는데,

기대했던 김밥과 사이다 대신에

2학년 선배로부터 빠다만 먼지가 나도록 맞았다.

그 후 다시는 그곳에 가 본 적이 없었다.

 

 30년이 흘러

강산도 변하고

인심도 변하고

곳곳에 공장 투성이의 망가진 고향이지만

여기저기에 어릴 적 꿈과 한숨이 뭍어 있다.

새삼, 그 때 빠다 치던 웬수같던 선배의 안부도 궁금해진다.

 

 이제 우리집 애들 여름방학하면 입곡 못에 데리고 와서

삼계탕이나 한그릇 같이 했으면 한다.

 

                                            2008.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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