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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갤러리 ■/자 연

김해 화포천의 겨울 - 7 (2024.01.28.)

 

 

 

 

 

 

 

 

 

 

 

아름다운 화포천

 

김훤주  2021. 10. 10. 07:53

 

 

김해 화포천의 사계절은 아름답다.

봄이면 왕버들 가지 위로 몽글몽글 연초록이 얹어지고

물 위에 펼져진 마름·생이가래·자라풀·개구리밥이 생기를 더해가는 여름날에는

들판에 흩어져 있던 왜가리·백로·해오라기 한두 마리 점점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가을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던 갈대들 그 속삭임이 옅어지면

어느새 찾아든 새들로 곳곳이 북적인다.

끼룩까룩 기러기 울음소리는 화포천의 적막을 가르고

오리 떼의 경쾌한 날갯짓은 장관을 이룬다.

덩달아 우아하게 하늘을 수놓는 덩치 큰 고니들도 자태가 근사하다.

 

아담하지만 넉넉한 화포천은

언제 어디서든 오목조목한 풍경들이그림처럼

눈에 담긴다.

물과 뭍이 붙어 있어 물안개에 자욱하게 젖는 새벽 습지는

환상적이다.

게다가 화포천을 지나 낙동강 너머 밀양까지 들판이 펼쳐져 있어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황새 봉순이의 등장

 

2014 3 18, 

우리나라 야생에서는 이미 멸종된 황새 한 마리가 날아드는 바람에

화포천이 들썩였다. 

황새의 정체는 발목에 붙어 있는 ‘J0051’이라는 가락지를 통해 밝혀졌다.

‘J0051’는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 이즈시정에서 

2012 4 6일 태어났다는 표지다.

 

사람들은 봉하마을을 찾아온 암컷이라는 뜻을 담아 이 황새에게

 봉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봉순이는 800km를 날아 대한해협을 건너온 최초의 일본 황새다. 

봉순이는 봉하 들녘과 화포천 일대에서

그해 가을 9월까지 머물다

하동 섬진강과 충남 서산 천수만으로 옮겨갔다.

 

봉순이는 이듬해 3월 봉하들녘을 다시 찾아왔다가

곧바로 일본으로 돌아갔고 2016년에도 화포천과 봉하들녘을 찾았다.

2017년 한 해를 거르고 2018 12월 다시 왔을 때는 일행이 넷이 더 있었다. 

봉순이 말고 새로 나타난 황새들의 발목에는 고리가 없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까지 왔다가

좀 더 따뜻한 화포천에 스며든 야생 황새였다.

 

화포천습지생태박물관 쪽 제방에는 봉순이를 위하여 만든

인공 둥지가 있다. 

멀리서 보면 전봇대 위 비행접시처럼 생겼는데

봉순이가 한 번씩 머물곤 했던 자리다. 

화포천을 찾았던 봉순이는 지금 일본에서 손자까지 보면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봉순이가 여기 둥지에 머무는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봉순이 아닌 다른 황새라도 빈 둥지를 채우게 되는 날을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고 있다.

 

 

 

 

 

 

 

 

 

 

 

 

 

 

 

 

 

 

 

 

 

 

 

 

 

 

 

 

봉하들녘의 친환경농업

 

일본에서 날아온 봉순이가

다른 습지를 두고 화포천 일대를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짐작건대 오염되지 않은 먹을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지 싶다. 

멸종된 황새가 다시 찾아들 만큼 화포천과 주변 생태환경이

청정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화포천 바로 옆 봉하들녘의

친환경농업 덕분이다.

2008년 시작된 친환경농업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어져

봉하들녘을 생물다양성을 갖춘 습지로 재탄생시켰다. 

미꾸라지·드렁허리 같은 물고기와 논고동을 비롯한 여러 생물과

곤충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처럼 먹을거리가 풍성해지면서 황새를 비롯한 다양한 철새들이

더욱 많이 찾아오는 화포천이 된 것이다.

 

친환경농업의 중심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다.

 16대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은 2008 2 25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대통령은 노무현이 유일하다. 

노무현은 고향에서 주민들과 함께 화포천과 봉하들녘을 되살리는

운동에 나섰다.

작업복 차림으로 장화를 신고 들어가

화포천의 숨통을 막는 농약과 쓰레기를 걷어냈다. 

봉하들녘 무논에 친환경농업용 오리떼를 몰아넣는 작업에도

몸소 나섰다.

 

2008년 가을 오리농법으로 거둔 봉하쌀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고

덕분에 친환경농업은 면적을 계속 넓힐 수 있었다.

원래 아름다웠던 화포천은 이렇게 사람들이 좀 더 가꾸고 다듬은 결과 

2009년에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뽑혔다. 

뒤이어 2012년에는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이 만들어졌고 

2017 11월과 2018 1월에는 각각 습지보호지역과

생태관광지역으로도 선정되었다.

 

 

 

 

 

 

 

 

 

 

 

 

 

 

 

 

 화포천 돌아보기 1

 

화포천 물줄기는 진례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습지 경관은 한참 더 하류에서 나타난다. 

진영읍내와 진영역을 거친 다음인 진영읍 본산리와 퇴래리에 해당된다.

 화포천은 여기서 낙동강까지 너른 들판을 끼고 동쪽과 북쪽을 향해 

8km가량 더 나아간다. 

하천 바닥에 이루어진 하상(河床)습지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다.

 

 화포천은 셋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가 본산리 봉하마을 일대에서 화포교(한림면 안하리 955-3)까지인데

예전에는 농사짓는 땅도 섞여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를 받는 덕분에

습지다운 경관이 가장 잘 보전되고 있다.

 

둘러보는 시작 지점은 영강사(한림면 한림로343번길 47-160)

자광사(진영읍 봉하로 185-191) 앞이 적당하다. 

이런저런 이름이 붙은 탐방로가 곳곳에 있지만 굳이 매이지 않아도 된다. 

어디로 들어가든 멋진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산기슭을 따라 난 탐방로는 가려진 속내를 살펴보기 좋고

들판 쪽 둑길에 서면 풍성한 습지가 한가득 담긴다. 

산기슭과 제방은 다리로 이어져 갔다가 돌아오는 대신

한 바퀴 통째 돌아보아도 좋다.

 

화포천습지생태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도 좋다. 

마주 보이는 제방에 올라가 내키는대로 발길을 옮기면 그만이다. 

조금 멀리 둘러보려면 왼쪽 야산을 끼고 나 있는 탐방로를

골라잡으면 된다. 

가다가 철로와 만나질 때 철로 따라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한 바퀴 돌 수 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색다른 습지 모습과 멋진 철새들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

 

노무현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에서 시작해도 좋다.

 노 대통령이 생전에 가꾸던 봉하들녘을 가로질러

화포천 습지에 이르는 길이다. 

여러 식물들이 야트막하게 자라는 가운데 우뚝 솟은 양버들이 매력적이다. 

자칫하면 밋밋했을 수 있는 모습에 멋진 경관을

안겨주는 나무다.

 

 

 

 

 

 

 

 

 

 

 

 

 

 

 

 

 

 

 

화포천 돌아보기 2

 

둘째는 화포교에서 장재교(한림면 장방리 117-7)까지이고

마지막 셋째는 장재교에서 한림배수장을 지나 낙동강과 합류하는

모정마을까지다. 

둘째 구간은 쓰레기장으로 쓰였다가 운동장으로 탈바꿈한 데도 있고

지금 농사를 짓는 데도 있다. 

그래도 습지 경관은 그럭저럭 괜찮다. 

화포천이 다시 좁아지는 셋째 구간에서는 2000년대 중후반 하상 정비 때문에

습지 경관을 많이 잃었다가 지금은 조금씩 복원되고 있다.

여기는 제방과 도로를 따라 자동차를 타고 둘러보아도 괜찮고

화포교나 장재교 또는 낙동강 합류 지점에 차를 세워도 나쁘지 않다. 

제방을 따라 또는 안으로 들어가 걸으면 그윽한 맛이 느껴진다. 

앞으로 조금만 가꾸고 다듬으면 습지보호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첫째 구간과 어깨를 겨룰 수 있을 만큼 근사함을 품고 있다.

 

낙동강 합류 직전 모정비각과 해은정(한림면 금곡로283번길 37-7)

한 번 찾을 만하다. 

화포천에 바짝 붙은 낭떠러지에 올라앉았는데

배롱나무와 은행나무·주엽나무·회화나무가 높다랗게 자라 그림이 되었다. 

여기 서서 화포천을 향하면 그럴듯한 풍경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낙동강 제방과 배수장 건물이 가리고 있지만 그래도 멋지다.

 

배수장 앞 너른 강물 위로는 철새들이 한가로이 쉬는 모습이다. 

오목하니 아늑한 지형 덕분인지 요즘은 이처럼 많이 모인

철새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데도 드물다. 

습지보호지역에 해당되는 화포천이 일출이 근사하다면

이곳은 저물녘이 멋지다. 

황금빛으로 쏟아져서 깨알처럼 흩어지는 붉은 햇살에 잠긴 습지는

온통 눈부시다.

 

배수장 제방 너머로 낙동강과 화포천이 합류하는 모습도 그럴듯하다. 

이쪽저쪽 내달리는 산들은 기꺼이 훌륭한 배경이 되어 준다. 

느릿느릿 흐르는 물결 사이로 나지막하게 솟은 모래톱은 단조로움을 지워준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고즈넉이 앉아서 마음을 비워내도 좋을 자리다.

 

화포천은 이처럼 아이들과 함께 찾아도 좋고 어른들끼리 모여서 와도 괜찮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서 오면 그에 걸맞게 경관을 누릴 수 있고

반나절이나 그보다 짧게 시간을 내어도 모자라지 않는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그럴듯한 모습으로 서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오랜 친구 같은 존재가 바로

화포천이다.

 

글 출처: https://100in.tistory.com/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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