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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소나무 기행

소나무 기행-56. 하동 송림-2 (2023.06.06.)

 

 

 

 

 

 

 

 

 

[송만규 화백의 섬진팔경 이야기] (14) 하동 송림공원() 강변길 솔숲, 그리고 달빛

 

기고 입력 2019-02-07 1

 

하동 송림 가을. 2016.140x370. 장지에수묵

 

 

소나무! 늘 우리 곁에 다양한 느낌으로 함께하는 소중한 나무이다. 소나무는 높은 기개와 풍치를 지니고 있고, 늘 변치 않는 푸르름을 간직하면서 군자의 덕과,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로 비유되어왔다. <사기(史記)> 에 의하면, ()나라 시황제(始皇帝)가 태산에 올랐다가 소나기를 피해 급히 한 노송 밑에서 쉬었다 하여 그 소나무에게 오대부(五大夫)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이러한 일화의 배경으로 수목(樹木)의 군자가 되어 오청(五淸;()()()()()으로 또 세한삼우(歲寒三友;송 죽 매)로 사우(四友;매 송 국 죽) 등의 하나로 꼽히면서 문인과 화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는 소나무의 고결한 절개를 선비에 비유한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나무다. 그 앞에서 오늘의 선비정신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 눈을 감아본다.

 

소나무에 소담하게 하얀 눈이 쌓이면 더욱 묵직하고 강인함을 드러내며 붉은 줄기에 하얀색의 배색은 완벽한 조형으로 나타난다. 눈덮힌 송림과 강가의 백사장, 검푸르게 더욱 깊어진 강물을 담은 구도를 떠올리면서 하동송림에 간다. 하동지역은 눈을 맞이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가보려고 마음먹으면 안절부절이다. 일기예보를 보고 지인에게 전화로 확인하고 나선다. 어느 겨울엔 며칠 동안 아예 이곳에 머물며 기다리다가 눈을 만나 그 풍광에 젖어 추위도 잊고 돌아다니며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소나무는 우리민족의 구비구비에 훌륭한 상징성을 지니며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나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또한 소나무는 우리 삶에 아주 다양한 쓰임새로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다. 봄이면 송홧가루를 모아 다식(茶食)을 만들어 먹었고 추석이 되면 송편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다. 또 햇순으로는 송순주(松荀酒), 잎으로는 송엽주(松葉酒), 솔방울로 송실주(松實酒), 솔뿌리로 송하주(松下酒)를 빚어 마셨다. 지금은 흔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우리 먹거리들이다.

 

깊어가는 가을밤의 강변길, 잘 다듬어진 길을 얼마동안이나 걸었는지. 둑에 걸터앉는다. 솔숲에 가렸던 달이 어느새 강물에 빠져 내 눈에까지 들어온다. 술에 취하지 않았으나 달을 잡으러 강물에 들어가기라도 할 듯한 충동감이, 조용히 흐르는 물결에 어른거리는 달과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고요한 이 시간, 참 귀하고 소중한 순간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송만규 화백의 섬진팔경 이야기] (15) 하동 송림공원 () 산고송하립

 

기고 입력 2019-02-14 

 

 

하동 송림 겨울. 2016. 140x200. 장지에 수묵.

 

 

한 두 그루정도는 가까이에 두고서 보고 싶은 소나무가 하동에서는 다른 목적으로 숲을 이루어 왔다. 조선 영조 21(1745)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 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모래언덕 위에 심어서 만들어진 소나무 숲이다. 바다에 닿아 있는 하동지역에 해양과 육지의 비열 차이로, 낮에 해양에서 육지로 불어오는 바람이 섬진강변에 드넓게 펼쳐진 모래밭을 지나면서 하동읍내가 온통 모래바람으로 뒤덮이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심었던 약 900여 그루가 <하동송림(河東松林)> 이 되었고 천연기념물 제445호로 보호받고 있다.

솔숲 속에서 누워 낙랑장송의 잎 사이로 비추는 맑고 찬란한 해살을 온몸으로 안아본다. 군데군데 음향시설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솔바람소리, 가만히 흐르는 강물소리와 백사장에 스치는 파도소리는 자연이 만들어낸 최상의 하모니이다. ‘백사청송(白沙靑松)의 고장이라 불릴만하다. 솔향 그윽히 느끼며 걷는 이들의 발자국이 길이 되어있다. 그 길을 몇 바퀴 걸으며 소나무의 품격을 가슴에 담아보는 것도 힐링이 아니겠는가!

 

 

산고송하립(山高松下立)이라 했다. ‘제아무리 산이 높아도 그 위에 자라는 소나무가 있다라고, 항상 잘난 척 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며 소나무는 푸르고 꿋꿋한 의지로 일침을 가한다.

 

하동읍을 뒤로하고 넓은 강변에 잘 갖춰진 근린시설이 있고 광양으로, 남해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 후련하게 펼쳐져 있다. 내가 서있는 발아래는 하동포구로서 배가 다니던 섬진강 물길이다. 화개로부터 악양, 하동, 하저구, 갈사를 거쳐 남해바다에 이르는 하동포구 80리 뱃길이다.

 

섬진강 하류에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조개잡이가 예전 같지는 않다지만 그래도 여인들의 몸짓이 분주하게 보인다. 채취에서 밥상에 오르기까지 그 손들이 고맙다. 하동에서의 아침은 시원한 맛의 재첩국이다.

 

작업실로 돌아와 솔방울과 솔잎으로 불쏘시개 삼아 불을 지피고 장작을 아궁이 깊숙이 밀어 넣는다. 벌겋게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여러 상념에 잠긴다. 한 시간 가량 불을 때고 나서 방에 들어와 구들장에 등을 지지면 겨우살이 이 정도면 만족하지 않나 싶다.

 

나에게 세한삼우(歲寒三友)’는 장작과 따끈한 차(), 눈 속을 걸어야 할 장화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