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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칼 럼

아파트와 이웃사촌

 

 

 

 

 

 

 

                                                                                                           ( 사진자료 : Daum )

 

 

 

 

 

 설 명절이 지난 지 한 주가 흘렀다. 명절의 의미와 내용은 각 가정마다 어느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명절이 끝난 뒤에는 작은 만족과 성취감 그리고 ‘명절 증후군’과 후유증도 겪게 된다.

 연극이 끝나고 배우와 관객이 모두 퇴장한 텅 빈 극장의 적막감처럼, 기대와 설래임으로 들떴던 가슴은

어느새 아쉬움과 허전함으로 한동안 홍역을 치르게 된다.

 

 명절이 있기에 모처럼 가족과 이웃들을 찾아 정을 나누지만, 그로인한 갈등과 상처, 그리고 치유와 화합의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오늘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오래된 명절 모습이다.

 올해 설날은 유난히 춥고 경기마저 나빴지만 어려운 명절을 보낸 우리네 모든 가정마다 웃음과 복이

많이많이 쌓였기를 빌면서, 아울러 명절을 준비하는 마음 못지않게 명절이 남긴 것을 한번쯤 정리해 보는 것도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의 변화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한편 ,몇 십년만의 추위와 함께 명절이 찾아온 올해는 설날 코앞에 발생한,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한 살인과 방화로 명절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모두가 행복해야할

명절이 한순간에 악몽으로 바뀌고만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부랴부랴 공동주택의 건설기준과 소음기준을 강화하는 기술적 방안들을 앞 다투어

발표하였다.

 공동주택의 바닥판 스라브 두께를 30cm 더 두껍게 하고, 현재 대다수(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내력벽 방식의 구조시스템을 충격음의 분산에 유리한 기둥 구조시스템으로 대체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였지만, 이 방법으로도 층간 소음 피해를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고, 공사 원가의 상승(10% 정도)도

야기하여 국민의 부담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들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되지 못한다.

 

 국내의 언론들은 선진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소음 유발자에 대하여 벌금을 부과하고 수차례에 걸쳐 시정되지 않는 경우 강제퇴거 등의 강압적인 규제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정부와 매스컴에서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되었지만, 결국 주민 스스로의 자각과 협조와 그리고 노력 없이는 계속 재발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임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더 넓고 고급스런 아파트로의 이사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지만, 공동주택이 이상적인 주거시설의 대명사는 결코 아니다. 도시의 인구집중과 과밀화로 인한 부족한

택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아파트의 탄생 배경이지,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채택된 최선의 삶의 방식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은,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공유하여 해결하는 상부상조하는 생활양식이다.

땅을 비롯하여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트 등의 코아를 같이 쓰고, 벽과 지붕과 바닥은 이웃과 붙어 있어서

이웃이 싫어도 이사 가기 전에는 분리가 불가능한 공동체적인 삶의 한부분이다.

그래서 가장 작은 공간 속에 가장 많은 이웃을 가지고 있지만, 보통은 서로 교류 없이 외면하며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붙어’ 살긴 해도 ‘함께’ 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한다.

‘원수불구근화(遠水不救近火), 원친불여근린(遠親不如近隣)

- 멀리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하고, 멀리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도 못하다’

우리 속담에도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사촌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이웃도 잘 사귀면 가족만큼 소중한 인연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실제 현실은 서로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소한 부주의로 인하여 이웃과 불편하거나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할아버지 때부터 계속 살아 온 단독주택은 층간 소음 문제로 부터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고, 이웃 문제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파트에 사느냐, 단독주택에 사느냐의 선택은 각자 가족이 처한 사정이나 취향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이웃문제에 있어서는 근원적으로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아파트는 옆집과 붙어있지만 이웃을 모르고 살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익명성 때문에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단독주택은 옆집과 공간적으로 어느 정도 이격거리가 있지만 이웃을 모르고 살면 불편하다.

길흉사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특히 태풍이나 홍수 그리고 폭설 등 자연재해가 생겼을 때는

이웃의 관심과 도움이 필수적이다. 생활의 필요에 의해서 이웃을 찾게 되고 불편과 어려움을 같이 나누게 되면 자연스레 이웃사촌이 된다.

 하물며 생활과 재산의 일부를 공유하며 살 수밖에 없는 공동주택은, 이웃과 소통하고 협조하고 다함께 노력하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함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자 의무이다.

 

 

 

 오늘날, 집을 돈으로 환산하는 물질 만능과 고도화된 산업사회의 굴레때문에 인간의 주거 문제가

가벼이 여겨지고, 직장이나 애들 학교보다 후순위로 밀려 났지만, 우리가 태어났고 삶을 구상하고

또 죽어야 할 곳도 우리의 집이다.

 

 하늘을 향해 치솟기만 하는 아파트에서 의무와 책임에 따라 이웃으로 살아갈 것인지, 아파트보다야 다소 번거럽지만, 단독주택에서 자연과 더불어 이웃사촌들과  여러 모로 부대끼며 인간적인 삶을 살 것인지는

이제 각자가 선택해야 할 몫이다.

 

 

 

 

 

 

 

                                                                                                    2013. 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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