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료실 ■/스크랩 - [新국토기행]

[新국토기행] <37> 제주시

[新국토기행] <37> 제주시

 
입력 :2015-07-22 
 

비경 한장 추억 두장

 

제주시는 제주도의 관문이자 특별자치 제주도의 행정·교육·문화·상업의 중심지다.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을 통해 연간 1000여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제주시를 찾는다. 제주공항은 요즘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5분마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고 제주항에는 쉴 새 없이 국제 크루즈선이 들락거린다. 중국인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신제주에는 중국인 거리가 생겨났고 거리마다 중국인 간판이 즐비하다. 투자 유치와 제주 이주열풍 등으로 주거단지와 대규모 숙박시설이 속속 들어서는 등 제주시는 요즘 거센 개발 바람과 함께 밀물처럼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동북아 최고 관광 휴양지를 꿈꾸고 있다.

 
 
[볼거리]

 

▲ 바다에서 솟구치는 용 모양의 용두암.
제주도 제공



15 초 후 SKIP
●제주관광의 상징, 승천하는 용 닮은 ‘용두암’

거대한 용이 포효하며 바다를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한 용두암은 제주 관광의 상징이다. 바람과 파도가 거친 날이면 꿈틀거리는 용이 하늘을 향해 오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용두암은 높이가 10m나 되고 바닷속에 잠긴 몸의 길이가 30m쯤 된다.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하늘로 승천하려다 들켜 신령이 쏜 활을 맞고 바다에 떨어진 용이 고통으로 몸을 뒤틀며 울부짖는 형상으로 굳어 용두암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요즘 용두암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골이다. 제주를 찾는 연간 300만명의 중국인이 용두암을 배경으로 셔터를 눌러댄다. 밤에도 불빛을 밝혀 하얀 파도와 어우러져 신비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용두암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는 제주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드라이브 코스 중 한 곳이다. 용두암 옆 용연은 푸른 물빛으로 밤마다 제주도 푸른 밤을 연출한다.

●숲 해설가가 동행하는 작은 한라산 ‘한라생태숲’

 
한라산 중산간 용강동 일대 한라생태숲은 소, 말 등 가축 방목 목장으로 이용되면서 훼손돼 가시덤불만 무성하던 황무지 국유림을 10년(2000~2009)에 걸쳐 원래의 숲으로 복원에 성공한 곳이다. 거짓말처럼 한라산 북쪽 사면 해발 500~900m에 196㏊ 규모의 거대한 생태숲이 탄생했다.

저지대의 난대성 식물에서부터 한라산 고지대의 한대성 식물까지 한곳에서 볼 수 있어 제주 생태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구상나무 숲 등 13개 테마숲에 300여종 28만 8000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생태숲 내 자생하는 수종은 780여종에 이른다. 생태숲을 한 바퀴 돌아보는 숫모르 숲길은 한라생태숲의 백미다. 숫모르란 ‘숯을 굽는 동산’이란 한라생태숲 일대의 옛 지명이다. 전문 숲해설가가 동행하는 숲체험 탐방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 중이다.

●배비장전의 무대·신선들의 놀이터 ‘방선문’

제주시 오라동 한천계곡 방선문은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라고 해 방선문(訪仙門)이라 불렀다. 백록담에서는 매년 복날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는데 이때마다 한라산 산신은 방선문 밖 인간세계로 나와 선녀들이 하늘로 돌아갈 때까지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어느 복날 미처 방선문으로 내려오지 못한 한라산 산신이 선녀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고 말았고, 이에 격노한 옥황상제가 한라산 산신을 하얀 사슴(백록)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방선문은 한국 해학소설의 백미이자 판소리 열두 마당의 하나인 ‘배비장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제주에 부임한 지방관리뿐만 아니라 유배인까지 많은 선인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 방선문 기암괴석 곳곳에는 그들이 남긴 마애명이 남아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낙석 위험 등으로 방문객이 계곡에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 삼나무가 우거져 피톤치드 샤워를 즐길 수 있는 절물 휴양림.
제주도 제공



●휴양·치유를 위한 명품 숲 ‘절물 휴양림’

제주시 봉개동 절물 자연휴양림은 휴양과 치유를 위한 명품 숲이다. 1997년 7월 문을 연 절물휴양림은 300㏊의 국유림에 40~45년생 삼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울창한 삼나무 숲에서는 사계절 피톤치드가 쏟아지고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약수터는 동네 우물이 모두 말랐을 때에도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됐을 만큼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생이소리길과 장생의 숲길은 절물휴양림의 백미다. 생이소리길은 제주어로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길’이란 뜻이다. 어린이와 노약자도 산책이 가능하도록 계단이 없는 목재 데크 길로 조성된 3.6㎞ 생이소리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원래 길이 777m 규모였던 생이소리길은 2009년 8월 이곳을 찾은 반 총장이 “제주 중산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과 산책 코스가 있어 정말 좋다”며 “다만 산책 코스 길이가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 길이를 좀 더 늘여 명품 산책로로 가꿨으면 좋겠다”고 제안, 3.6㎞로 연장 조성됐다. 반기문 산책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장생의 숲길 11.1㎞는 천연림의 곶자왈과 인공적으로 가꾼 삼나무 조림지 사이로 노면이 전부 흙길로 돼 있어 화산섬 제주의 땅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다.
 

▲ 제주 오름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자연유산에 오른 거문오름.
제주도 제공



●만장굴 등 걸작 동굴 낳은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해발 456m)은 제주의 오름(기생화산)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돌과 흙이 유난히 검다고 해서 거문오름이라 불린다. 분화구 둘레는 4551m로 한라산 백록담 1720m에 비해 2.6배나 더 크다.

이곳에서 분출된 용암은 낮은 지형을 따라 북동쪽 월정리 바닷가까지 15㎞나 흘러내렸고 이 과정에서 만장굴·벵뒤굴·김녕굴·용천동굴·당처물동굴 등 걸작 동굴이 탄생했다. 1일 탐방객은 400명만 허용해 하루 전까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2009년 환경부 선정 생태관광 20선, 2010년 한국형 생태관광 10모델에 선정됐고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매년 국제트레킹대회가 열린다.

곶자왈 돌무더기 사이로 더운 바람이 들어가 차가운 바람으로 바뀌어 뿜어 나오는 풍혈은 여름철 탐방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거문오름 주변에는 검은콩, 검은깨 등 검은색을 테마로 한 블랙푸드 음식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먹거리]

 

▲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 음식 고기국수.
제주도 제공



●돼지사골의 깊고 진한 맛 ‘고기국수’

고기국수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제주의 전통 음식이다. 돼지고기와 뼈를 푹 삶아 소금으로만 간을 한 육수에, 면을 넣고 삶아 국물과 면 위에 고명으로 돼지고기 수육을 올린다. 돼지의 사골만을 골라 우려내 깊고 진한 국물 맛을 낸다. 여기에다 국수에 넣어 먹는 돼지고기 수육도 제주산 오겹살로 쫄깃쫄깃 씹히는 육질이 일품이다. 국수 면 가락은 다른 지역에서는 주로 가는 소면을 사용하지만 굵은 중면을 사용한다. 고기국수와 마늘장아찌는 궁합이 맞다. 고기국수의 느끼한 맛을 싹 없애준다. 적당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국수 맛을 돋운다. 돼지다리 발목 아래 뼈만으로 만든 아강발(돼지족발)은 애주가들의 안줏감으로 인기가 높다. 아강발은 차게 먹는다.

제주사람들은 ‘술을 마신 후 고기국수 한 그릇이면 속이 편안해지고 든든해진다’며 해장으로 즐겨 먹는다. 관광객들이 한 끼 식사로 고기국수를 찾을 정도로 제주의 대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국숫집이 즐비하게 모여 있는 제주시 삼성혈거리 국수거리에는 야밤에도 해장 손님들이 넘쳐난다. 최근에는 느끼한 돼지뼈 국물 대신에 맑은 멸치국물에 돼지고기 수육을 얹어 주는 멸치고기국수도 인기다.

●제주 사람들의 여름보양식 ‘자리물회’

자리물회는 제주의 대표 여름 음식이다.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자리돔을 뼈째로 썰어 채소와 함께 막된장으로 양념한 후 시원한 물을 부어 먹는다. 자리돔의 비늘을 긁어내고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하고 썰어서 식초를 약간 뿌려 둔다. 상추, 깻잎 등의 채소들은 잘게 썰고 오이는 채를 썬다. 토장과 다진 마늘 등 양념을 넣고 무친 후 찬물을 부어 먹는데 제피나무의 잎을 약간 넣으면 향도 좋고 비린내도 가신다. 제주 사람들은 여기에 더 톡 쏘는 빙초산을 한 방울 떨어뜨려 먹는다. ‘여름철 자리물회 다섯 번만 먹으면 따로 보약이 필요없다’고 할 만큼 제주사람들의 여름 보양식이다. 씹을수록 구수한 생자리돔은 아미노산과 칼슘이 풍부하다.

바닷가에서는 자리물회를 먹었고 한라산 중산간에서는 자리돔을 바로 소금에 절여서 젓으로 담가 먹었다. 큰 자리는 구이를 해도 맛있다. 뼈째로 막 썰어 막된장에 찍어 먹는 자리강회도 술안주로 좋다.
 

▲ 건강식임에도 제주에서만 대중화된 말고기.
제주도 제공



●체조선수·모델들의 살 안 찌는 건강식 ‘말고기’

말고기는 저칼로리,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저포화지방, 고단백, 고미네랄, 고비타민 식품이다. 콜레스테롤 함유량의 경우 100g당 60㎎으로 소고기(75㎎), 돼지고기(89㎎), 닭고기(99㎎) 등보다 현저히 낮다. 소화 흡수율이 좋고 비만 및 성인병 예방, 만성환자에 효과가 있고 회복기 환자들은 회복이 빨라진다며 선호하는 음식이다. 유럽에서는 미용·건강 유지에 최적의 건강식으로 체조선수, 모델 등의 식이요법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문화적인 이유로 말고기 식용이 대중화돼 있지 않지만 말의 고장 제주는 예로부터 말고기 요리가 흔했다. 말고기 육회, 불고기, 말곰탕 등을 주로 하는 말고기 전문식당이 50여곳에 이른다. 말고기가 대중화된 일본에서 제주 말고기 시식 관광을 오기도 한다.

●단맛 과하지 않아 아이들 간식으로 좋은 ‘오메기떡’

오메기떡은 차조 가루를 뜨거운 물을 끼얹어가며 하는 익반죽을 해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삶아 고물을 묻힌 떡이다. 차조를 물에 담갔다가 건져내어 소금을 넣고 가루로 빻는다. 차조 가루를 끓는 물로 익반죽한 후 직경 5㎝ 정도의 도넛 모양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리게 둥글게 빚는다. 끓는 물에 만들어진 떡을 삶아낸다.

떡이 삶아지면 꺼내 한 김 나간 후 콩가루나 팥고물을 묻히거나, 건져낸 떡을 냉수에 씻어내어 서로 붙지 않게 하고 꿀을 묻혀 먹기도 한다. 오메기떡은 간식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이 떡에 누룩 가루를 버무려 항아리에 넣어 두면 오메기술이 된다. 팥알이 살아 있어 식감이 좋고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소함이 일품이다. 특히 단맛이 과하지 않고 적당해 아이들 간식으로 인기다. 냉동실에 넣어 두고 먹으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해 여름철 간식으로 좋다. 최근에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해 제주 시내에는 오메기떡집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서울신문  2015-07-23 20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