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 전말과 파장
1. 5.18 광주민주화운동 —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
1980년 5월 18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결코 지워질 수 없는 날이다.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1979년 12·12 쿠데타로 군부 내 실권을 장악한 뒤, 1980년 5월 17일 자정을 기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김대중 등 민주화 인사들을 체포하였다. 이에 맞서 광주 시민과 대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신군부는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였다. 곤봉과 총검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시민들을 구타하고 사살하였으며, 탱크와 장갑차가 광주 도심을 뒤덮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무장하여 계엄군에 맞섰고,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전남도청 최후 진압 작전이 펼쳐지기까지 열흘간의 처절한 항쟁이 이어졌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165명이며, 행방불명자와 부상자를 합산한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크다. 5·18은 단순한 지역 사건이 아니라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민주주의의 대동맥이었으며, 오늘날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정통성을 지탱하는 역사적 토대로 평가받는다. 2011년에는 5·18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으며, 매년 5월 18일은 국가 기념일로서 전국적인 추모와 기억이 이루어진다. 특히 1980년 당시 광주 거리를 누빈 계엄군의 '탱크'와 장갑차는 국가 폭력의 상징으로 한국인의 역사 의식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2. 사태의 발단 — 5월 18일에 등장한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2026년 5월 18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하며 거센 논란이 불거졌다. 스타벅스는 탱크 텀블러 세트를 할인하는 '단테·탱크·나수데이'라는 행사를 홍보하며 이 중 '탱크데이' 행사일을 5월 18일로 지정하였다.
홍보 포스터에는 '탱크데이'와 '5월 18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되었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은 1987년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 사건에서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하였다.
'탱크' 표현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와 전두환 신군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즉각 쏟아졌고, 5·18을 비하하는 일베 등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식 표현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작업 중 딱'으로, '탱크데이'를 '탱크텀블러데이'로 바꾸는 소극적 수정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고, 결국 스타벅스는 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고 이벤트를 중단한 뒤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여기에 5·18 이벤트에 앞서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4월 16일에도 '미니 탱크텀블러 데이'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민감한 날짜를 반복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었다.
3. 파장 — 대표 해임, 대통령 비판, 불매운동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18일 오후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에게 해임을 통보하였다. 손 대표와 함께 이번 행사를 기획·주관한 담당 임원도 해임하기로 하였으며, 관련 임직원 모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용진 회장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며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었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고통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안의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발생 경위 및 승인 절차 조사, 전 계열사 마케팅 검수 체계 재점검, 임직원 역사·윤리 교육 실시 등을 약속하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SNS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며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행정적, 법적, 정치적 책임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텀블러와 머그잔을 망치로 깨부수거나 파손하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고, '#스타벅스 불매' 키워드와 함께 충전 카드를 훼손한 사진도 확산되었다. "새벽 로켓배송은 쿠팡밖에 없을지 몰라도 커피 마실 곳은 많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스타벅스를 다른 커피숍으로 대체해달라고 문의했다"는 내용의 글도 이어졌다.
스타벅스 미국 글로벌 본사도 이번 사태에 대해 광주 시민과 피해를 입으신 분들, 고객 및 지역 사회에 진심으로 사과하며 조사에 착수하였다고 밝혔다.
외신에서도 이 사태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은 "'탱크 데이'라는 표현이 1980년 민주화 시위 진압에 투입된 군용 차량을 떠올리게 하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4. 광주의 분노 — 면담 거부와 진상 규명 요구
정용진 회장의 지시로 광주를 찾은 김수완 신세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5월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를 방문해 5·18기념재단과 공법 3단체에 사과 면담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단체 측은 면담을 단호히 거부하였다.
오월 단체들은 스타벅스의 이번 이벤트가 5·18 46주년 기념일에 맞춰 진행됐다는 점에서 '상업적 목적의 의도된 마케팅'임을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경실련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직원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기업 내부 전반에 역사 감수성과 민주주의 의식이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하였다. 광주시교육청도 스타벅스코리아에 항의서한을 보내 "과거 군부독재의 폭력적 진압을 연상시키는 탱크라는 단어를 5·18 당일 마케팅에 사용한 것에 공분이 일고 있다"며 지속되는 역사 왜곡과 2차 가해를 우려하였다.
5. 기업 리스크와 구조적 문제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주주인 이마트 주가는 장중 8% 넘게 급락했다가 5%대 하락으로 마감하였다. 일각에서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SCI)가 보유한 콜옵션에 따라, 이마트 측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이마트가 보유한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전량을 35% 할인된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어 운영권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초고속으로 대응한 배경으로 2022년 '멸공' 해시태그 논란 당시 이마트·스타벅스 불매운동이 확산된 학습효과를 꼽는다. 또한 신세계프라퍼티가 약 1조 3,000억 원을 투자해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에 추진 중인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사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빠른 대응의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 외주나 실무자 개인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행사명과 제품명, 홍보 문구, 게시 시점까지 모두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외부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내부 검수·승인 체계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결국 기업 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으니 검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6. 법적 처벌 가능성과 향후 전망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책임자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복수의 형사전문 변호사들은 이 법이 5·18과 관련한 구체적인 허위사실 유포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스타벅스의 행위처럼 희화화에 가까운 경우에는 처벌 구성요건을 직접 충족하기 어렵다고 진단하였다.
6·3 지방선거 광주 지역 출마자들은 허위사실 유포뿐만 아니라 비방·왜곡·날조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기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5·18은 46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는 현재의 역사이며, 수많은 시민의 피와 희생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마케팅의 속도전과 자극적 표현을 좇는 과정에서 역사적 감수성을 잃는 순간, 기업은 돌이키기 어려운 사회적·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스타벅스 사태는 뼈아프게 보여주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제도적 재발 방지 조치 없이는 광주 시민과 5월 단체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며, 신세계그룹의 광주 사업 전반에도 장기적인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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